제법 추운 날씨에 옷깃도 여미고 털신도 꺼내 신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아들의 얼굴을 생각하며
웬지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조금은 무거운 주일을 보냈습니다.
아버지, 전에 친정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 기억나네요.
친정 아버지께서는 \”왜 나만 미워할까?\” 라는 의문을 늘 안고서 일을 했답니다.
막내로 자라면서 다들 귀여움을 받을거라 하지만
실상은 그게 아님에 가슴이 아팠다고…
위로 네명의 형들을 보면 괜히 기가 죽고 할아버지와 함께
밥상에서 수저를 드는 것을 보면 \”왜 나는 저렇게 못하지?
내가 저기로 가야 하는건가? 내가 아버지께 먼저 사랑스럽게 굴어야 하는건가?\”
라는 고민을 하면서 자신은 보리밥을 먹었노라고…
돌아가시고 생각하니 당신이 할아버지의 옷자락을 잡지 못했던 것에
가슴이 메어졌다고 합니다.
걷어 차더라고 지칠때까지 매달려 볼걸….
싫어한다고 피하고 숨으면서 눈치를 보았던 자신이 한참을 괴롭게 하였다고
하소연 한적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아닌 부모라 할지라도 한결같은 모습으로 사랑으로 다가간다면
변하지 않았을까를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야 비로서 느꼈다고 했습니다.
죽을 정도로야 때리지 않을텐데 사랑을 원했다면
당신이 고통을 안았어야 했는데 그리하지 못했던 것을
나이가 들어서야 깨닫게 된거라고 하셨지요.
나이가 들면서 삶의 파도를 안았기에 그 모든 것에 지혜가 스며드나 봅니다.
아버지!
오늘 말씀을 묵상하면서 예리코의 눈먼 바르티메오가 아버지께 자비를 청하는 모습에서
그 얘기가 생각났습니다.
확실한 믿음으로 간절히 청하는 그의 목소리에 강한 힘이 실렸을 것을 느껴 봅니다.
다른 이들이 핀잔을 주고 밀어내도 힘겹게 다가가 힘을 다해
아버지를 부르는 그 모습에 저를 비추어 보는 밤입니다.
어둠속에서도 아버지를 느낌은 따스한 빛이 되어 제 가슴에 안기듯,
그런 사랑의 기운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본에서 벗어나지 않은 바르티메오!
그 기본을 현실로 안겨주시는 아버지!
그 아들은 험난한 삶을 마무리하고 아버지의 뒤를 따릅니다.
찬미와 감사를 드리며…..
확실한 마음으로 청하며 좌절하지 않고 아버지께로 나아갈 때
새로운 삶의 길이 열려 있음을 깊이 되새겨 보는 밤입니다.
그저 주어지는 은총이 아니라 제가 모든 것을 기쁨으로 이겨내면서
아버지의 말씀에 귀기울이며 살아갈 때 큰 은총이 주어짐을 느끼기 위해
늘 깨어 기도하면서 확실한 사랑을 드리기 위해
오늘을 아버지께 봉헌하는 맘으로 살아가렵니다.
오늘을 아버지께 맡길 때 내일 또한 아버지께 맡기며 기뻐하는 저가 되겠지요.
그래야 눈먼이를 죄인이라 싫어하면서 그를 꾸짖었던 이들의 삶속에
저가 서 있지 않겠지요.
그러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기도해야 함을 다짐해 봅니다.
볼 수 있음에도 보지못하는 이가 바로 저라면…..
볼 수 있다하여 다 보는 것도 아니지만요..
보려는 마음이 있고 손에 돋보기를 쥐었다면 더 멀리 더 깊이 볼 수 있음이지요.
아버지의 말씀에서 사랑의 시력을 찾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확실한 믿음으로 기도하면서
그 고요속에 머물 것을 다짐해 봅니다.
사랑이신 아버지!
오늘 아버지께서는 예리코의 눈먼 이를 고쳐주십니다.
구걸하던 눈먼이가 예수님께서 지나가신다고 하자
\”예수님,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라고 청합니다.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냐고 물으시자 볼 수 있게 해 달라는 그의 말을 듣고
\”다시 보아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라고 하십니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는 그 말씀이 부족한 저의 가슴에 깊이 와 닿았습니다.
믿음을 고백하고 사랑을 나눈다고 하지만 과연 그토록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었는지를
돌이켜 보게 하셨습니다.
매일미사에 참례하고 기도문을 외우고 시간이 되면 삼종기도를 바치지만
바르티메오처럼 그런 간절하고 확실한 믿음이 있었는지요.
자식이 애타게 청하는 기도를 물리치실 아버지가 아니심을 알면서도
더 가볍게 대충 형식적으로 청한 것은 아니었는지요.
믿음의 소리가 그의 입을 열었음을 기억하여 부족한 저도
믿음의 확신에서 나오는 기도를 드리면서 아버지를 부르게 하소서.
기본에 충실하고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는 오늘을 살아가면서
섬길 수 있고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기도하게 하소서.
사랑이 넘치는 애잔한 목소리로 아버지를 부르게 하시어
언제 어디서나 확실한 믿음으로 행하고 말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보임에도 불구하고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저가 되지 않게 하시어
아버지께 사랑의 소리를 듣게 하소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