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 상 아래에 있는 강아지들도 자식들이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


 

몇일째 장마비가 내리듯 그렇게 하염없이 오고 있습니다.

이 밤에 들리는 빗소리가 웬지 처량하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명절을 앞두고 이런저런 근심을 안고 내리는 비에 한숨을 쉬기도 합니다.

재래시장에서는 대목을 놓칠까봐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합니다.

침체되어있는 가운데 명절을 기대하는데 비가 내리니

아무래도 대형마트로 모이게 마련이지요.

아버지, 그만 왔으면 좋겠네요.

좋아하지만 다른 사람이 아프다면 그건 아닌거 같아요.

다 함께 기뻐하고 다 함께 보람을 느끼는 삶이 좋거든요.

빗소리에 옛 추억이 소록소록 스며난답니다.

명절이면 때때옷 입던 그때가…

넉넉한 살림은 아니었지만 항시 명절때마다 새옷을 준비해 주셨지요.

몇일전 친정에 다녀왔는데 아버지, 엄마, 저 셋이서

간만에 많은 수다를 떨었습니다.

점심때 정성스레 반찬을 해서 셋이서 먹는데

친정 아버지께서 어찌나 맛나게 드시는지..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먹는 CF찍으면 대박날거라고 …

그랬더니 아버지께서 예전 고생할 때를 생각하면 지금 이시간은 천상행복이라고…

성경말씀에서 새기던 그때와는 다르게 가슴 저 깊은 곳에 와서 머물렀답니다.

“천상행복” 참 뜻깊은 말씀이었습니다.

생각속에 맛보는 그런 말이 아니라 긴 삶속에서 나오는 깊은 맛!

그러면서

“샘이라고 다 같은 물을 내는 것은 아니다.

좋은 물도 있지만 먹지 못하는 물을 내는 샘도 있다.

그렇다고 그 샘을 막으면 안된다. 보이지 않는 곳으로 스며들기 때문에

그냥 그대로 두고 먹지 않으면 될 뿐이다.” 라고 하셨습니다.

“호오~ 아니 어디서 그런 말을?? ㅎㅎ 멋지다.” 라고 답은 하면서도

갑자기 무거운 말씀을 하시는 모습에 신경은 쓰였습니다.

“나이가 들어 자신을 돌아볼 때 누구나 얻어지는 진리다. 안봐서 그렇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후에 비로소 저를 위로하기 위한 말씀임을 알았지요.

시어른을 모시고 살고 한참 삶을 헤쳐나가야 하는 시기에 있는 딸이 안스러워

격려를 해 주시기 위한 것임을….

늘 자신을 궁지에 빠뜨리기 위한 장막은 있기 마련이라는 것입니다.

애써 그것을 제거하려 하지 말라는 그 깊은 뜻이 있었지요.

그리고 아주 옛일을 떠올리시면서 웃으셨습니다.

예전에 삼남매를 키우면서 잘못이 있을 때 꾸중을 하시게 될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 한켠이 아리시다고 합니다.

매를 한번도 대지 않았던 딸과 아들이기에 때론 매를 들었던 상황~

잘못을 타이르고 벌을 세운 뒤 자신의 잘못을 모르면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합니다.

“넌 내 자식이 아니니 나가라.” 라고 하면 오빠와 동생은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할아버지 댁으로 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데리러 갈 때까지 그곳에 있었다고..

무지 서운하셔서 전 어쩌나 보시려고

같은 말씀을 하셨답니다. 오빠에게 덤볐다고 두 팔을 올리고

서 있으라고 하시면서 싫으면 가라고 하시고선

깜빡 잊어버리고 일을 한참이나 하시고 와서 보니

그 더운 여름날 온몸이 땀에 젖어 팔을 든채로 옆으로 넘어져 있더랍니다.

놀란 나머지 찬물로 닦으며 잘못했다면서 그리 울으셨답니다.

엄마도, 아버지도..

근데 잠이 들었던 제가 눈을 부비면서 “그봐 잘못했지? 앞으로 하지마.

아무리 그래도 난 안가.” 라고 하더니 다시 자더랍니다.

그런 저가 그리도 고맙고 이쁘더랍니다.

세상에서 두분을 가장 믿어주는 딸인거 같아서…

부모에게 있어서 자식은 무엇일까요?

오늘 말씀을 묵상하면서 그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시리아 페니키아 여인의 믿음을 보시고

아버지께선 내심 얼마나 기쁘셨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강한 비유시라 생각도 하였지만 사랑이 숨어있음이 보입니다.

아무리 이방인일지라도 사랑의 믿음이 있다면 어찌 예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렇지요?

모두에게 똑 같은 사랑을 주시고자 하시지만 받아들이지 않아서 문제지요.

그게 부모이건대 사실 부모로 살아가면서도

아버지의 마음을 아직도 헤아리지 못하고 있는 저는 아닌지 돌이켜 봅니다.

자식이면서 아버지의 맘도 모르고 딴 곳으로 방황하는 모습!

자식이 아니지만 아버지의 맘을 헤아리는 듯 지혜롭게 살아가는 이의 모습!

모두다 아버지께선 안아주시지요.

때가 아니면 기다려 주시고 익은 이에겐 사랑을 먼저 주심을..

몸과 마음을 다해 아버지를 사랑해야 하는데

아직도 그리하지 못함을 반성해 봅니다.

전 다하지 못하면서 제것을 누가 가진다고 뺏아버리는 심술을 부리고,

먹지 않을 거면서 다른 이가 먹으려 하면 빼앗아 버리는 저는 아니었는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께선 늘 저를 안아주십니다.

누군가 돌을 던지면 아버지께서 막아주시며 제게 시간을 주십니다.

아버지!

더 깊이 맘을 다해 아버지를 사랑하고 아버지를 기억하며 살아가렵니다.

후에 후회하지 않을 맑은 저가 되기 위해

그저 철없는 모습으로 늘 아버지 앞에 설 것을 다짐해 봅니다.

 


사랑이신 아버지!

오늘 아버지께서 티로 지역으로 가셨을 때, 더러운 영이 들린 딸을 둔 이방인 여인이

아버지의 발 앞에 엎드려 자기 딸에게서 마귀를 쫓아내 달라고 청하자

“먼저 자녀들을 배불리 먹여야 한다.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옳지 않다.” 라고

냉정하실 정도로 말씀을 하셨는데도

그 여인은 “상 아래에 있는 강아지들도 자식들이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라고 응답합니다.

아버지의 말씀도.. 그리고 그 여인의 말도 깊이 와 닿았습니다.

깊은 확신이 믿음이 되어 그대로 드러나는 모습이 바로 사랑임을 새삼 새기면서

고개를 숙입니다. 전 어떤 모습으로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있었는지요.

아버지를 부름에 늘 어여쁜 겸손과 사랑의 확신이 있었는지

돌아보게 하셨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조금만 나쁜 소리를 들으면

주어진 하루를 망치며 저를 돌보지 못했던 저는 아닌지요.

함께 봉사를 하면서 서로 다투고 밀어내며

한치의 양보도 하지 못했던 적이 없었는지 돌이켜 봅니다.

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입고 있는 것을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고 늘 담고 생활한 저였더라면

그런 부족한 행위는 하지 않았을 텐데..

한없이 작아지는 저를 느낍니다.

아버지!

오늘을 고백하는 제게 진정한 사랑이 스며들어

깊은 믿음을 고백하는 저가 되게 하소서.

그 힘으로 어떤 고난도 역경도 거뜬히 이겨내어 늘 환히 웃는 저가 되어

아버지의 말씀을 입고 사는 저가 되어 멋드러진 삶의 깊이가 묻어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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