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바 (2사무 21,1-14)
김환수
안녕하십니까, 신자 여러분. 언제나 우리를 사랑하시는 아버지 하느님의 평화를 가득히 받으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한 ‘어머니’의 이야기를 해 드릴까 합니다. 그 어머니는 바로 사무엘 하권 21장에 나오는 ‘리스바’라는 여인입니다. 우리는 성서 속에서 적지않은 여인들을 만나보지만, 리스바처럼 헌신적인 사랑을 지닌 어머니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물론 비수로 찔리시는 듯한 고통을 겪으시면서도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순종하시어 당신 아들을 극진히 사랑하신 성모님은 제외하고 말입니다.
리스바는 이스라엘의 왕 사울의 후궁이었습니다. 그녀가 어떻게 해서 그토록 헌신적인 어머니로 우리에게 비춰지는지 지금부터 성서의 내용을 근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윗 왕의 시대에 삼 년이나 계속 흉년이 든 적이 있었습니다. 다윗 왕이 기도하며 야훼께 그 까닭을 물으니 야훼께서는 사울과 그의 가문이 기브온 사람들을 죽여 살인죄를 지은 탓이라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래서 다윗 왕은 기브온 사람들의 대표자를 불렀습니다. 기브온 사람들은 본래 이방인의 잔류민이었는데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들을 살려두기로 맹세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울 왕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해가 될까봐 기브온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죽였던 것입니다.
다윗 왕이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또한 그들에게 이스라엘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청하기 위해 무엇이든 말하라고 하자, 기브온 사람들은 사울 왕의 후손 중에서 일곱 사람만 넘겨달라고 하였습니다. 이에 다윗 왕은 사울이 아내 리스바와의 사이에서 낳은 두 아들과, 사울의 딸 메랍이 결혼해서 얻은 아들 다섯을 잡아다가 기브온 사람들의 손에 넘겼습니다. 기브온 사람들은 산 위에 올라 야훼 앞에서 그들 일곱을 나무에 매달아 죽였습니다. 그들이 처형된 때는 보리를 거두기 시작한 추수철이었기 때문에 곧이어 이른 겨울의 찬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고 밤이면 한기가 산을 뒤덮었습니다.
리스바는 일곱 시체를 어쩌지는 못하고 대신 밤낮을 쉬지 않고 공포와 추위와 슬픔과 허기, 그리고 졸음과 싸우면서 새들과 들짐승으로부터 시체를 지켰습니다. 그러면서도 리스바는 오직 하나, 하느님께 기브온 사람들이 사울 왕의 가문을 용서하여 다윗이 그들의 시체를 거두어 땅에 정중히 장례케 해 달라고 기도하였습니다. 이러한 리스바의 지성스러운 헌신과 기도와 사랑의 사연을 들은 다윗 왕은 기브온 사람들에게 청하여 일곱 시체의 뼈를 거두어서 정중히 합장하여 주었습니다.
이 모두가 사울 왕의 후궁 리스바의 인내와 헌신 그리고 남편과 자손에게 충성되이 의무를 다하려는 리스바의 기도에 대한 하느님의 응답이었습니다. 리스바가 한 남자의 아내로서, 자녀들의 어머니로서 자신의 의무와 사랑을 다한 것도 훌륭하지만, 그보다도 더욱 우리를 감동케 하는 것은, 아무런 희망도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오직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과 자비에 호소하며 끊임없이 기도하는 모습입니다.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하느님께 의탁하는 믿음과 봉헌의 모습이야말로 우리들 그리스도인들이 본받으며 실천해야 할 신앙인의 자세가 아닐까요?
우리 함께 기도합시다. 어렵고 희망 없는 이 세상의 삶에서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그리고 끊임없이 아버지 하느님께 의지하고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을 청하도록 기도할 수 있는 용기와 희망과 사랑을 주십사고 말입니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