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만 신부님의 평신도 주일 강론
1. 평신도 주일 <그리스도인의 신앙 생활>
박재만 신부
그리스도인의 신앙 생활은, 우리 인간들 사이에 사람이 되어 내려오신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성령의 은총 중에 하느님 아버지께 가까이 나아가는 여정이다.
이 여정의 목표는, 홀로 거룩하시고, 홀로 주님이시고, 홀로 아버지이신 하느님이시다. 그러나 그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분이 마련하신 성소에 따라, 그분의 거룩함에 참여하는 표현이 다각적이고, 따라서 생활의 모양도 다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소에 따라, 그리스도인 생활의 모습을 크게 수도자의 생활과 평신도의 생활, 그리고 사제의 생활로 나눌 수 있는데, 여기에서는 평신도의 신앙 생활로 제한하여 살펴보겠다.
1. 평신도의 신앙 생활의 특성
평신도의 신앙 생활은 두 가지 차원에서 이뤄진다. 하나는 교회 안에서의 친교 생활이고, 다른 하나는 세상 안에서의 현실적 생활이다.
1) 교회 공동체 안에서의 친교 생활
세례성사를 통해, 모든 그리스도인은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생명의 신비에 참여하며, 이로써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지체가 된다. 하느님과 인간의 친교, 인간 상호간의 친교의 공동체이며, 하느님과 이웃에게 봉사하는 공동체이고, 세상에 하느님의 구원 계획을 증거하는 공동체인 교회의 구성원으로서, 평신도는 교회적 친교와 봉사, 그리고 증거의 일익을 담당하며 성화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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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전례의 능동적 참여와 성사의 생활화 : 평신도는 무엇보다도 먼저 “교회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모든 힘이 홀러 나오는 원천\”(전례헌장 10)인 공동체의 전례에 “의식적이고 능동적이며, 효과적으로\”(전례헌장 11) 참여하도록 불리운다. 또한 성사의 생활화를 요구받는다. 특히 성체성사는 성화와 그리스도인 생활에 힘을 주는 원천이다.
(나) 형제적 일치 : 성체성사는 형제적 일치의 중심으로 상호간의 사랑과 봉사를 요구한다.
(다) 공동체적 협동 작업 : 세례성사를 통해 성령의 선물을 받은 그리스도인은, 공동체의 유익과 교회의 성장을 위해 형제적 일치 중에 그것을 활용할 권리와 의무를 갖는다. 특히 여러 교회 운동과 단체들 안에서 친교 중에 함께 기도하고, 영적 및 물질적 재화를 나누며, 개인적 삶의 체험을 나눔으로써 서로 풍요로와 질 수 있다.
2) 세상 안에서의 신앙 생활
평신도는 하느님의 창조물로서, 가치를 지닌 세상 안에 위치하여 살고 있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자신의 독특한 영성을 지니게 된다. 그의 영성은 세상으로부터 벗어나거나 도피하는 삶의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그 구조들 안에 육화하여, 그것들을 복음화하며, 그 안배에서 믿음과 소망과 사랑으로 다른 이들을 성화하고, 또한 자신이 성화되는 삶이다. 이것은 ‘세상 안에서\’, ’세상을 통해\’ 하느님께 나아가는 삶으로서, 세상을 그 내부로부터 전체적으로 구원코자 하시는 그리스도와 교회의 세상에 대한 사랑(요한 3,16-17)을 표현하는 것이다.
여기에 일종의 이원성의 난제가 있다. 그것은 인간적 생활과 그리스도인적 생활 사이의 내면적 괴리감, 신앙의 요청과 현세적 요청간의 분리감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와 교회 안에서 실로 인간적․직업적․사회적 생활을 어떻게 일치시킬 수 있을까? 또 세상의 구조들 안에서 어떻게 하느님을 체험하며 살 것인가? 라는 질문이 제기된다.
이로 인해 사회의 일상 생활에서 평신도들은 자주 그리스도교적 가치와, 세상의 역가치 사이에 일어나는 큰 긴장을 체험하며, 그 결과 상반되는 두 가지 유혹을 느낄 수 있다. 즉, 세상으로부터의 도피 행각으로, 실체도 없는 종교의 허상 안에서, 안식처를 구하려거나, 흑은 세상살이에 휩쓸리기 위해 그리스도교 신앙의 요구들을 저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유혹 앞에서 평신도들은 모호한 자세를 버리고, 세상을 향해 개방적 자세를 취하며, 도전적인 전망 중에 교회의 사명을 수행해야 한다.
교회는 신앙이 생활로부터, 그리고 생활이 신앙으로부터 결코 분리되어선 안된다고 가르친다(사목헌장 43,62 ; 교회헌장 31,34,36, 38 ; 평신도교령 4,7,29 등 참조). 또한 직업적․사회적 활동을 종교적 생활과 대립시키지 말아야 함을 가르치고 있다. 목수이셨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그리스도인은 가정 업무, 직업, 학문 및 기술 등, 인간적 노력을 영적 생활과 종합시켜야 하는 것이다. 평신도의 성성은 세상 안에서의 성성, 즉 가정과 직업 등 사회 생활 안에서의 성성인 것이다. 그리스도와의 일치의 삶을 일상 생활과 분리시키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평신도의 몇 까지 사명을 살펴보자.
(가) 이웃의 복음화 및 성화
사회에 복음을 증거하는 사명 수행을 위해 가장 적합한 상태에 있는 이는 평신도들이다. 일상적으로 가정, 직장 그리고 사회 생활 안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살고, 또한 대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씀을 전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모범적인 생활이다. 거룩한 생활은 사람들을 신앙으로 이끄는 가장 힘센 매력이기 때문이다.
(나) 현세 질서의 복음화
평신도들은 현세 사물을 다루며, 자신들이 그리스도께 속해있다는 것을 증거하고, 세계 안에서 교회의 구원 사명을 구체적으로 성취해야 한다. 그들은 노동, 기술, 지식으로 현세 사물들을 개발하고, 사람들과 정치․경제․사회의 모든 제도나 기구들이 공동선에 기여하도록 개선하고, 또한 빛과 소금과 누룩의 역할 중에 그것들로 하여금 인간의 구원과 정의와 평화, 그리고 하느님의 더 큰 영광에 이바지하도록 노력해야 할 책임을 지닌다. 그러나 자신들이 먼저 죄의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 성화되지 않으면, 세상의 질서를 그리스도 안에서 활성화할 수 없으며 성화할 수 없을 것이다.
(다) 애덕적 행위 : 복음적 사회 참여
위의 두 사명의 목적은 애덕 안에서 완성된다.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은 평신도들의 생활 자체에 침투되고, 정의와 사랑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실천케 함으로써 그 풍부한 활력을 보여 주어야 하는 것이다
세계를 향한 형제적 연대성을 그리스도인은 근본적으로 그리스도의 신비 안에서 찾는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마태 25,40). 그리스도는 또한 “사랑\”을 그분의 제자들의 표지로 삼으셨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세상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요한 13, 35).
2. 평신도에게 요구되는 수덕과 기도
평신도의 영성적 특성을 살펴보면, 그에 상응하는 수덕적 노력과 기도 생활이 필연적으로 요청됨을 알 수 있다. 그의 수덕은 본질에 있어 순수하게 복음적인 것일지라도, 수도자적 형태의 ‘세상의 포기\’의 모습이 아니고, 사제적 형태의 모습도 아니다. 평신도 본연의 자세로 세상 안에서 하느님을 체험하고, 세상의 가치들을 그리스도께 봉헌하는 데서, 수덕의 특성을 이룬다.
수덕이란 성성, 즉 하느님과 이웃 사랑의 완성에 나아가기 위하여 필요한 노력이며, 내적 투쟁이다. 이러한 노력과 투쟁은 죄인인 인간의 존재론적 상태로부터 기인한다. 수덕은 끊임없이 덕을 실천한다는 적극적인 측면뿐 아니라, 자신의 이기주의와 상황의 불건전한 유흑에 대한 끊임없는 포기라는 소극적 측면도 포함한다.
그리스도와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넘어가기 위해선, 무질서하고 이기적인 것 모두에 대해 죽음을 체험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생활의 형태를 막론하고, 자신에 대한 이러한 죽음의 체험을 통해 인간들을 구원하시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게 하신 그리스도의 죽음에 참여한다.
또한 그리스도인 성화에 있어서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추구하며, 성령의 이끄심에 순응하는 기도하는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 기도는 우리 자신과 하느님이 누구이며, 우리의 주변에 있는 것들이 무엇이고, 어떻게 처신해야 할 지를 깨닫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1) 일상 생활에서 그리스도인다운 성실한 의무 수행은, 그에게 끊임없는 수덕을 요구한다.
항구성, 신실성, 용기, 정의감, 책임감, 진지한 개방성, 타인에 대한 존중과 이해, 신뢰와 우정을 키우는 일, 인내, 유모어, 순결한 결혼 생활, 물질적․영적 나눔 등에 있어서, 은총에 응답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과 훈련이 필요하다.
2) 평신도는 세례성사를 통해 불리운 성성에로 나가기 위하여, 끊임없이 이기주의에서 참된 사랑으로, 소유적 사랑에서 봉헌적 사랑으로 넘어가도록 힘써야 한다. 자신에 대한 무절제한 탐욕으로부터 복음적 절도로, 개인적 쾌락 추구에서 다른 이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봉사적 기쁨으로, 마음과 생활에 있어 교만한 자세에서 형제적 공동 협조의 자세로 끊임없이 자신을 전이시켜야 한다. 여기에 끊임없는 회심과 하느님의 뜻을 찾는 기도 그리고 식별이 요구된다.
3) 하느님과 만나고 그분을 더 가까이 알며 사랑하기 위해서, 그리고 생활을 그리스도화 하기 위해서, 매일 알 맞는 기도 시간을 필요로 한다. 때론 묵상과 피정을 통해 영성생활의 쇄신과 진보를 얻어야 한다. 특히 부부의 사랑을 성숙시키고, 가정을 성화하기 위하여 가족들이 함께 모여 바치는 ‘가정 기도 시간\’은 참으로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