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복음에 의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기
1. 말씀읽기: 요한 18,1-19,42
잡히시다 (마태 26,47-56 ; 마르 14,43-50 ; 루카 22,47-53)
1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 뒤에 제자들과 함께 키드론 골짜기 건너편으로 가셨다. 거기에 정원이 하나 있었는데 제자들과 함께 그곳에 들어가셨다. 2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여러 번 거기에 모이셨기 때문에, 그분을 팔아넘길 유다도 그곳을 알고 있었다. 3 그래서 유다는 군대와 함께, 수석 사제들과 바리사이들이 보낸 성전 경비병들을 데리고 그리로 갔다. 그들은 등불과 횃불과 무기를 들고 있었다. 4 예수님께서는 당신께 닥쳐오는 모든 일을 아시고 앞으로 나서시며 그들에게, “누구를 찾느냐?” 하고 물으셨다. 5 그들이 “나자렛 사람 예수요.”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나다.” 하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을 팔아넘길 유다도 그들과 함께 서 있었다. 6 예수님께서 “나다.” 하실 때, 그들은 뒷걸음치다가 땅에 넘어졌다. 7 예수님께서 다시 그들에게 “누구를 찾느냐?” 하고 물으시니, 그들이 “나자렛 사람 예수요.” 하고 대답하였다.
8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다.’ 하지 않았느냐? 너희가 나를 찾는다면 이 사람들은 가게 내버려 두어라.” 9 이는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사람들 가운데 하나도 잃지 않았습니다.” 하고 당신께서 전에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게 하려는 것이었다. 10 그때에 시몬 베드로가 가지고 있던 칼을 뽑아, 대사제의 종을 내리쳐 오른쪽 귀를 잘라 버렸다. 그 종의 이름은 말코스였다. 11 그러자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이르셨다. “그 칼을 칼집에 꽂아라. 아버지께서 나에게 주신 이 잔을 내가 마셔야 하지 않겠느냐?”
한나스의 신문과 베드로의 부인 (마태 26,57-75 ; 마르 14,53-72 ; 루카 22,54-71)
12 군대와 그 대장과 유다인들의 성전 경비병들은 예수님을 붙잡아 결박하고, 13 먼저 한나스에게 데려갔다. 한나스는 그해의 대사제 카야파의 장인이었다. 14 카야파는 백성을 위하여 한 사람이 죽는 것이 낫다고 유다인들에게 충고한 자다. 15 시몬 베드로와 또 다른 제자 하나가 예수님을 따라갔다. 그 제자는 대사제와 아는 사이여서, 예수님과 함께 대사제의 저택 안뜰에 들어갔다. 16 베드로는 대문 밖에 서 있었는데, 대사제와 아는 사이인 그 다른 제자가 나와서 문지기 하녀에게 말하여 베드로를 데리고 들어갔다. 17 그때에 그 문지기 하녀가 “당신도 저 사람의 제자 가운데 하나가 아닌가요?” 하자, 베드로가 “나는 아니오.” 하고 말하였다. 18 날이 추워 종들과 성전 경비병들이 숯불을 피워 놓고 서서 불을 쬐고 있었는데, 베드로도 그들과 함께 서서 불을 쬐었다. 19 대사제는 예수님께 그분의 제자들과 가르침에 관하여 물었다. 20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나는 세상 사람들에게 드러내 놓고 이야기하였다. 나는 언제나 모든 유다인이 모이는 회당과 성전에서 가르쳤다. 은밀히 이야기한 것은 하나도 없다. 21 그런데 왜 나에게 묻느냐? 내가 무슨 말을 하였는지 들은 이들에게 물어보아라. 내가 말한 것을 그들이 알고 있다.”
22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곁에 서 있던 성전 경비병 하나가 예수님의 뺨을 치며, “대사제께 그 따위로 대답하느냐?” 하였다.
23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잘못 이야기하였다면 그 잘못의 증거를 대 보아라. 그러나 내가 옳게 이야기하였다면 왜 나를 치느냐?” 24 한나스는 예수님을 결박한 채로 카야파 대사제에게 보냈다. 25 시몬 베드로는 서서 불을 쬐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에게 “당신도 저 사람의 제자 가운데 하나가 아니오?” 하고 물었다. 베드로는 “나는 아니오.” 하며 부인하였다. 26 대사제의 종 가운데 하나로서, 베드로가 귀를 잘라 버린 자의 친척이 말하였다. “당신이 정원에서 저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을 내가 보지 않았소?” 27 베드로가 다시 아니라고 부인하자 곧 닭이 울었다.
빌라도에게 신문을 받으시다 (마태 27,1-2 ; 마태 27,11-14 ; 마르 15,1-5 ; 루카 23,1-5)
28 사람들이 예수님을 카야파의 저택에서 총독 관저로 끌고 갔다. 때는 이른 아침이었다. 그들은 몸이 더러워져서 파스카 음식을 먹지 못할까 두려워, 총독 관저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29 그래서 빌라도가 그들이 있는 곳으로 나와, “무슨 일로 저 사람을 고소하는 것이오?” 하고 물었다.
30 그들이 빌라도에게, “저자가 범죄자가 아니라면 우리가 총독께 넘기지 않았을 것이오.” 하고 대답하였다. 31 빌라도가 그들에게 “여러분이 데리고 가서 여러분의 법대로 재판하시오.” 하자, 유다인들이 “우리는 누구를 죽일 권한이 없소.” 하고 말하였다.
32 이는 예수님께서 당신이 어떻게 죽임을 당할 것인지 가리키며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그리된 것이다. 33 그리하여 빌라도가 다시 총독 관저 안으로 들어가 예수님을 불러, “당신이 유다인들의 임금이오?” 하고 물었다. 34 예수님께서는 “그것은 네 생각으로 하는 말이냐?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나에 관하여 너에게 말해 준 것이냐?” 하고 되물으셨다.
35 “나야 유다인이 아니잖소? 당신의 동족과 수석 사제들이 당신을 나에게 넘긴 것이오. 당신은 무슨 일을 저질렀소?” 하고 빌라도가 다시 물었다. 36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내 나라가 이 세상에 속한다면, 내 신하들이 싸워 내가 유다인들에게 넘어가지 않게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내 나라는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
37 빌라도가 “아무튼 당신이 임금이라는 말 아니오?” 하고 묻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임금이라고 네가 말하고 있다.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 38 빌라도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진리가 무엇이오?” 빌라도는 이 말을 하고 다시 유다인들이 있는 곳으로 나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저 사람에게서 아무런 죄목도 찾지 못하겠소.
사형 선고를 받으시다 (마태 27,15-31 ; 마르 15,6-20 ; 루카 23,13-25)
39 그런데 여러분에게는 내가 파스카 축제 때에 죄수 하나를 풀어 주는 관습이 있소. 내가 유다인들의 임금을 풀어 주기를 원하오?” 40 그러자 그들이 다시 “그 사람이 아니라 바라빠를 풀어 주시오.” 하고 외쳤다. 바라빠는 강도였다.
요한 19장
1 그리하여 빌라도는 예수님을 데려다가 군사들에게 채찍질을 하게 하였다. 2 군사들은 또 가시나무로 관을 엮어 예수님 머리에 씌우고 자주색 옷을 입히고 나서, 3 그분께 다가가 “유다인들의 임금님, 만세!” 하며 그분의 뺨을 쳐 댔다. 4 빌라도가 다시 나와 그들에게 말하였다. “보시오, 내가 저 사람을 여러분 앞으로 데리고 나오겠소. 내가 저 사람에게서 아무런 죄목도 찾지 못하였다는 것을 여러분도 알라는 것이오.” 5 이윽고 예수님께서 가시나무 관을 쓰시고 자주색 옷을 입으신 채 밖으로 나오셨다. 그러자 빌라도가 그들에게 “자, 이 사람이오.” 하고 말하였다. 6 그때에 수석 사제들과 성전 경비병들은 예수님을 보고,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하고 외쳤다. 빌라도가 그들에게 “여러분이 데려다가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나는 이 사람에게서 죄목을 찾지 못하겠소.” 하자, 7 유다인들이 그에게 대답하였다. “우리에게는 율법이 있소. 이 율법에 따르면 그자는 죽어 마땅하오. 자기가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자처하였기 때문이오.” 8 빌라도는 이 말을 듣고 더욱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9 그리하여 다시 총독 관저로 들어가 예수님께, “당신은 어디서 왔소?” 하고 물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10 그러자 빌라도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나에게 말을 하지 않을 작정이오? 나는 당신을 풀어 줄 권한도 있고 당신을 십자가에 못 박을 권한도 있다는 것을 모르시오?” 11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네가 위로부터 받지 않았으면 나에 대해 아무런 권한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를 너에게 넘긴 자의 죄가 더 크다.” 12 그 때부터 빌라도는 예수님을 풀어 줄 방도를 찾았다. 그러나 유다인들은 “그 사람을 풀어 주면 총독께서는 황제의 친구가 아니오. 누구든지 자기가 임금이라고 자처하는 자는 황제에게 대항하는 것이오.” 하고 외쳤다.
13 빌라도는 이 말을 듣고 예수님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 리토스트로토스라고 하는 곳에 있는 재판석에 앉았다. 리토스트로토스는 히브리 말로 가빠타라고 한다. 14 그날은 파스카 축제 준비일이었고 때는 낮 열두 시쯤이었다. 빌라도가 유다인들에게 말하였다. “보시오, 여러분의 임금이오.” 15 그러자 그들이 외쳤다. “없애 버리시오. 없애 버리시오. 그를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빌라도가 그들에게 “여러분의 임금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는 말이오?” 하고 물으니, 수석 사제들이 “우리 임금은 황제뿐이오.” 하고 대답하였다. 16 그리하여 빌라도는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그들에게 넘겨주었다. 그들은 예수님을 넘겨받았다.
십자가에 못 박히시다 (마태 27,32-44 ; 마르 15,21-32 ; 루카 23,26-43)
17 예수님께서는 몸소 십자가를 지시고 ‘해골 터’라는 곳으로 나가셨다. 그곳은 히브리 말로 골고타라고 한다. 18 거기에서 그들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았다. 그리고 다른 두 사람도 예수님을 가운데로 하여 이쪽 저쪽에 하나씩 못 박았다. 19 빌라도는 명패를 써서 십자가 위에 달게 하였는데, 거기에는 ‘유다인들의 임금 나자렛 사람 예수’라고 쓰여 있었다. 20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곳이 도성에서 가까웠기 때문에, 많은 유다인이 그 명패를 읽게 되었다. 그것은 히브리 말, 라틴 말, 그리스 말로 쓰여 있었다.
21 그래서 유다인들의 수석 사제들이 빌라도에게 말하였다. “‘유다인들의 임금’이라고 쓸 것이 아니라, ‘나는 유다인들의 임금이다.’ 하고 저자가 말하였다고 쓰시오.” 22 그러나 빌라도는 “내가 한번 썼으면 그만이오.” 하고 대답하였다. 23 군사들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고 나서, 그분의 옷을 가져다가 네 몫으로 나누어 저마다 한몫씩 차지하였다. 속옷도 가져갔는데 그것은 솔기가 없이 위에서부터 통으로 짠 것이었다. 24 그래서 그들은 서로, “이것은 찢지 말고 누구 차지가 될지 제비를 뽑자.” 하고 말하였다. “그들이 제 옷을 저희끼리 나누어 가지고 제 속옷을 놓고서는 제비를 뽑았습니다.”하신 성경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그리된 것이다. 그래서 군사들이 그렇게 하였다.
25 예수님의 십자가 곁에는 그분의 어머니와 이모, 클로파스의 아내 마리아와 마리아 막달레나가 서 있었다. 26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어머니와 그 곁에 선 사랑하시는 제자를 보시고,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27 이어서 그 제자에게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때부터 그 제자가 그분을 자기 집에 모셨다.
숨을 거두시다 (마태 27,45-56 ; 마르 15,33-41 ; 루카 23,44-49)
28 그 뒤에 이미 모든 일이 다 이루어졌음을 아신 예수님께서는 성경 말씀이 이루어지게 하시려고 “목마르다.” 하고 말씀하셨다. 29 거기에는 신 포도주가 가득 담긴 그릇이 놓여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신 포도주를 듬뿍 적신 해면을 우슬초 가지에 꽂아 예수님의 입에 갖다 대었다. 30 예수님께서는 신 포도주를 드신 다음에 말씀하셨다. “다 이루어졌다.” 이어서 고개를 숙이시며 숨을 거두셨다.
군사들이 예수님의 옆구리를 창으로 찌르다
31 그날은 준비일이었고 이튿날 안식일은 큰 축일이었으므로, 유다인들은 안식일에 시신이 십자가에 매달려 있지 않게 하려고, 십자가에 못 박힌 이들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시신을 치우게 하라고 빌라도에게 요청하였다. 32 그리하여 군사들이 가서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첫째 사람과 또 다른 사람의 다리를 부러뜨렸다. 33 예수님께 가서는 이미 숨지신 것을 보고 다리를 부러뜨리는 대신, 34 군사 하나가 창으로 그분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곧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 35 이는 직접 본 사람이 증언하는 것이므로 그의 증언은 참되다. 그리고 그는 여러분이 믿도록 자기가 진실을 말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36 “그의 뼈가 하나도 부러지지 않을 것이다.” 하신 성경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이런 일들이 일어난 것이다. 37 또 다른 성경 구절은 “그들은 자기들이 찌른 이를 바라볼 것이다.” 하고 말한다.
묻히시다 (마태 27,57-61 ; 마르 15,42-47 ; 루카 23,50-56)
38 그 뒤에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이 예수님의 시신을 거두게 해 달라고 빌라도에게 청하였다. 그는 예수님의 제자였지만 유다인들이 두려워 그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 빌라도가 허락하자 그가 가서 그분의 시신을 거두었다. 39 언젠가 밤에 예수님을 찾아왔던 니코데모도 몰약과 침향을 섞은 것을 백 리트라쯤 가지고 왔다. 40 그들은 예수님의 시신을 모셔다가 유다인들의 장례 관습에 따라, 향료와 함께 아마포로 감쌌다. 41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곳에 정원이 있었는데, 그 정원에는 아직 아무도 묻힌 적이 없는 새 무덤이 있었다. 42 그날은 유다인들의 준비일이었고 또 무덤이 가까이 있었으므로, 그들은 예수님을 그곳에 모셨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2. 수난복음
2.1. 성전 경비경들에게 잡히시신 예수님
① 겟세마니 동산에서 기도하시는 예수님
최후의 만찬을 거행하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키드론 골짜기 건너편으로 가셨습니다. 거기에 정원이 하나 있었는데 제자들과 함께 그곳에 들어가셨습니다. 겟세마니 동산에서 예수님께서는 피와 땀을 흘리시며 아버지 하느님께 기도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기도의 응답으로 십자가를 지실 수 있는 힘을 얻으셨습니다.
② 군사들과 함께 등장한 유다
겟세마니 동산은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여러 번 거기에 모이셨기 때문에, 예수님을 팔아넘길 유다도 그곳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유다는 군대와 함께, 수석 사제들과 바리사이들이 보낸 성전 경비병들을 데리고 그리로 갔습니다. 그들은 등불과 횃불과 무기를 들고 있었습니다.
③ 누구를 찾느냐고 물으시는 예수님
예수님께서는 당신께 닥쳐오는 모든 일을 아시고 앞으로 나서시며 그들에게, “누구를 찾느냐?”(요한18,4) 하고 물으셨습니다. 군사들은 “나자렛 사람 예수요.”(요한18,5)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나다.”(요한18,5)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을 팔아넘길 유다도 그들과 함께 서 있었습니다. 사실 유다가 서 있어야 할 곳은 예수님 쪽 인데, 지금 유다는 예수님 반대쪽에 서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나다.”(요한18,6) 하실 때, 그들은 뒷걸음치다가 땅에 넘어졌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당황하자 예수님께서는 다시 그들에게 “누구를 찾느냐?” 하고 물으시니, 그들이 “나자렛 사람 예수요.” 하고 대답하였습니다. 당당하게 자신을 밝히시는 예수님 앞에서 그들은 당황한 것입니다.
④ 제자들을 걱정하시는 예수님
예수님께서는 “‘나다.’ 하지 않았느냐? 너희가 나를 찾는다면 이 사람들은 가게 내버려 두어라.” (요한18,8)라고 말씀하시면서 제자들을 보호하십니다. 이것은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사람들 가운데 하나도 잃지 않았습니다.”(요한18,9) 하고 당신께서 전에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시몬 베드로가 가지고 있던 칼을 뽑아, 대사제의 종을 내리쳐 오른쪽 귀를 잘라 버렸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그 칼을 칼집에 꽂아라. 아버지께서 나에게 주신 이 잔을 내가 마셔야 하지 않겠느냐?”(요한18,11) 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2.2. 한나스의 신문과 베드로의 부인
군대와 그 대장과 유다인들의 성전 경비병들은 예수님을 붙잡아 결박하고, 먼저 한나스에게 데려갔습니다. 한나스는 그해의 대사제 카야파의 장인이었습니다. 카야파는 백성을 위하여 한 사람이 죽는 것이 낫다고 유다인들에게 충고한 자였습니다. 그만큼 예수님을 없애고 싶어 했던 인물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이 밤에 예수님을 붙잡아 왔고, 죄인으로 만들어 사형을 시키려고 하는 것입니다.
① 베드로 사도의 나약함- 첫 번째 배반
스승이신 예수님께서 그 밤에 붙잡혀 가시자 시몬 베드로와 또 다른 제자 하나가 예수님을 따라갔습니다. 그 제자는 대사제와 아는 사이여서, 예수님과 함께 대사제의 저택 안뜰에 들어갔습니다. 베드로는 대문 밖에 서 있었는데, 대사제와 아는 사이인 그 다른 제자가 나와서 문지기 하녀에게 말하여 베드로를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그때에 그 문지기 하녀가 “당신도 저 사람의 제자 가운데 하나가 아닌가요?” (요한19,17)하고 물었습니다. 예수님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도 내어 놓을 수 있다고 장담을 하던 베드로 사도였습니다. 그러나 베드로 사도는 “나는 아니오.”(요한18,17) 하고 말하면서 예수님을 부인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예수님을 떠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날이 추워 종들과 성전 경비병들이 숯불을 피워 놓고 서서 불을 쬐고 있었는데, 베드로도 그들과 함께 서서 불을 쬐었습니다. 두려웠지만, 그래서 배반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을 떠나지 못했던 것입니다.
② 예수님을 심문하는 대사제
대사제는 예수님께 그분의 제자들과 가르침에 관하여 물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대사제에게 “나는 세상 사람들에게 드러내 놓고 이야기하였다. 나는 언제나 모든 유다인이 모이는 회당과 성전에서 가르쳤다. 은밀히 이야기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 왜 나에게 묻느냐? 내가 무슨 말을 하였는지 들은 이들에게 물어보아라. 내가 말한 것을 그들이 알고 있다.”(요한18,20-21)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곁에 서 있던 성전 경비병 하나가 예수님의 뺨을 치며, “대사제께 그 따위로 대답하느냐?”(요한18,22)하며 모욕을 가했습니다. 그런데 이 경비병은 대사제가 누구신지를 몰라서 그렇게 한 것입니다. 눈이 멀었기에 허수아비 대사제 한나스나 카야파가 참된 대사제인줄 알고, 참된 대사제이신 예수님께 모욕을 가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는 자기 말로 자신을 단죄하였습니다. “대사제께 그 따위로 대답하느냐?” 절대로 그래서는 안됩니다. 대사제이신 예수님께 모욕을 드려서는 안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뺨을 때린 경비병에게 “내가 잘못 이야기하였다면 그 잘못의 증거를 대 보아라. 그러나 내가 옳게 이야기하였다면 왜 나를 치느냐?” (요한18,23)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잘못하신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예수님의 모든 말씀과 행적은 백성들에게 모두 공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백성들은 예수님께서 메시아이신 줄을 알았던 것입니다. 말문이 막힌 한나스는 예수님을 결박한 채로 카야파 대사제에게로 보냅니다.
③ 베드로 사도의 나약함- 두 번째 배반
시몬 베드로는 밖에 서서 불을 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괴로움은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사람들이 그에게 “당신도 저 사람의 제자 가운데 하나가 아니오?”(요한18,25) 하고 물었기 때문입니다.. 평상시 같으면 “내가 바로 베드로요. 예수님께서는 내 위에 교회를 세우셨다오.”하면서 자랑을 했을 텐데 지금은상황이 좋지가 않습니다.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베드로는 “나는 아니오.”(요한18,25) 하며 자신이 예수님의 제자임을 부인합니다. 그리고 또 이어서 대사제의 종 가운데 하나로서, 베드로가 귀를 잘라 버린 말코스라는 사람의 친척이 베드로를 알아보고 말합니다. “당신이 정원에서 저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을 내가 보지 않았소?”(요한18,26) 그러나 아직도 베드로 사도는 “그렇소. 내가 바로 예수님의 제자요.”라고 말할 용기가 없습니다. 그래서 베드로 사도는 다시 아니라고 부인을 했습니다. 그러자 곧 닭이 울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 사도가 닭이 울기 전에 세 번 당신을 모른다고 할 것임을 미리 예고하셨습니다. 베드로는 절대로 그런 일이 없을 것임을 장담했지만, 막상 죽음의 상황 앞에서는 “아니오. 모르오.”라고 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매일 아침 닭이 울고 있습니다. 그 닭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예수님을 모른다고 하고 있지는 않는지, 오늘 하루 절대로 예수님을 모른다고 하는 행동을 하지 않겠노라고 다짐해 봅시다.
2.3. 빌라도에게 신문을 받으시는 예수님
① 예수님을 총독 관저로 끌고 가는 사람들
사람들은 그 밤에 예수님을 카야파의 저택으로 끌고 갔습니다. 그리고 밤새 예수님께 죄를 만들어 덮어 씌웠습니다. 그리고 이른 아침 예수님을 카야파의 저택에서 총독 관저로 끌고 갔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총독 빌라도가 예수님께 사형을 선고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몸이 더러워져서 파스카 음식을 먹지 못할까 두려워”(요한18,28), 총독 관저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사람을 더럽히는 것은 음식이나 접촉이 아니라 자기 자신 안에서 나오는 “나쁜 생각들, 살인, 간음, 불륜, 도둑질, 거짓증언, 중상”이 자신을 더럽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빌라도의 관저에 들어가서 부정해 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나쁜 생각들, 살인, 거짓증언, 중상 등이 이미 그들을 더럽히고 있는 것입니다.
② 빌라도와 백성의 지도자들
백성의 지도자들은 빌라도에게 예수님을 넘기려고 합니다. 그래서 사형을 받도록 하고자 합니다. 빌라도는 “무슨 일로 저 사람을 고소하는 것이오?”(요한18,29) 하고 물었습니다. 그들은 빌라도에게 “저자가 범죄자가 아니라면 우리가 총독께 넘기지 않았을 것이오.”(요한18,30) 하고 대답하였습니다. 감히 하지 말아야 말을 내뱉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벌써 예수님을 죄인으로 단정했습니다. 죄 없으신 분에게 죄를 뒤집어 씌워서 죄인으로 만든 것입니다.
빌라도는 “여러분이 데리고 가서 여러분의 법대로 재판하시오.”(요한18,31)하며 유다인들의 마음을 떠 봅니다. 그런데 유다인들은 놀랍게도 “우리는 누구를 죽일 권한이 없소.”(요한18,31)하고 말하였습니다. 예수님을 죽이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죽이기 위해 빌라도에게 온 것입니다.
③ 빌라도와 예수님
유다의 지도자들은 예수님을 정치적 반란죄, 곧 메시아를 사칭한 죄로 빌라도에게 고소를 했습니다. 빌라도는 유다인들이 예수님을 죽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그래서 총독 관저 안으로 들어가 예수님을 불러 놓고 이렇게 여쭈었습니다. “당신이 유다인들의 임금이오?” (요한18,33)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빌라도에게 “그것은 네 생각으로 하는 말이냐?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나에 관하여 너에게 말해 준 것이냐?”(요한18,34) 하고 되물으셨습니다. 빌라도는 공정한 재판을 위해서 객관적인 자료를 준비하여 예수님을 심문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빌라도는 유다인들이 하는 말만 듣고 예수님을 심문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재판은 잘못된 것임이 분명합니다. 또한 예수님께 감히 유다인의 왕이냐고 물었지만 “예”와 “아니오”로 대답할 문제는 아닙니다. 예수님은 메시아이시지만 빌라도가 생각하는 메시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빌라도에게 있어서 예수님께서 유다인의 임금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폭동세력으로 변할 것 같으면 없애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민족의 지배하에 있으면서 이민족의 통치자로부터 “당신이 이 나라의 임금이요?”라는 질문을 받는 다는 것은 아무 힘도 없다는 것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빌라도는 “나야 유다인이 아니잖소? 당신의 동족과 수석 사제들이 당신을 나에게 넘긴 것이오. 당신은 무슨 일을 저질렀소?”(요한18,35) 하고 다시 예수님께 여쭈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내 나라가 이 세상에 속한다면, 내 신하들이 싸워 내가 유다인들에게 넘어가지 않게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내 나라는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요한18,36)고 말씀하십니다. 즉, 간접적으로 당신께서 왕이심을 드러내십니다. 그래서 빌라도는 “아무튼 당신이 임금이라는 말 아니오?”(요한18,37) 하고 여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빌라도의 말에 “내가 임금이라고 네가 말하고 있다.”(요한18,37)고 대답하심으로서 당신이 온 세상의 임금님이심을 드러내셨습니다.
④ 진리에 속한 사람
예수님께서는 “내가 임금이라고 네가 말하고 있다.”(요한18,37)고 말씀하시면서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요한18,37)고 가르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진리에 속한 사람이라는 것은 예수님께 속한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예수님께 속한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걸으시는 길 안에서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길을 발견했고, 예수님 안에서 영원한 생명에로 나아갈 수 있는 진리를 발견했습니다. 그러므로 영원한 생명에로 나아가는 이들은 진리안에서 살아가며, 주님께서 가신 길을 충실하게 걷는 것입니다.
빌라도는 예수님께 “진리가 무엇이오?” 라고 말을 하고 유다인들이 있는 곳으로 나가 그들에게 말하였습니다. “나는 저 사람에게서 아무런 죄목도 찾지 못하겠소.”(요한18,
38) 그런데 빌라도는 예수님을 살려드릴 마음이 없습니다. 비록 유다인들에게 “나는 저 사람에게서 아무런 죄목도 찾지 못하겠소.”하고 말했지만 사회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폭동세력으로 변할 수 있는 이들은 처형하는 것이 좋은 방법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빌라도는 그 이상으로 잔인한 사람이었습니다.
2.4. 사형 선고를 받으시는 예수님
① 내가 유다인들의 임금을 풀어 주기를 원하오?
빌라도는 유다인들이 예수님을 죽이려 하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또한 빌라도 자신도 예수님 주위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유다인들을 자극하기 위해서 예수님을 유다인들의 임금“이라고 표현하면서 분란을 일으키려고 합니다. 빌라도는 “여러분에게는 내가 파스카 축제 때에 죄수 하나를 풀어 주는 관습이 있소. 내가 유다인들의 임금을 풀어 주기를 원하오?”(요한18,39)하면서 유다인들을 자극합니다. 그러자 유다인들은 당연한 반응을 보입니다. 그들은 “그 사람이 아니라 바라빠를 풀어 주시오.”(요한18,40)하고 외쳐댔습니다. 바라빠는 강도였습니다. 사실 유다인들은 바라빠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 단지 예수님을 죽이고 싶어 할 뿐입니다. 결국 바라빠는 예수님께 대한 유다인들의 미움 때문에 살아나게 되었고, 예수님의 죽음을 통하여 처음으로 생명을 차지한 인물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생명은 영원한 생명이 아니라 아직까지는 현세에서의 생명입니다.
② 매 맞으시고 가시관을 쓰신 예수님
빌라도는 예수님을 데려다가 군사들에게 채찍질을 하게 하였습니다. 군사들은 또 가시나무로 관을 엮어 예수님 머리에 씌우고 자주색 옷을 입히고 나서, 그분께 다가가 “유다인들의 임금님, 만세!”(요한19,3) 하며 그분의 뺨을 쳐 댔습니다.
빌라도가 다시 나와 유다인들에게 말하였습니다. “보시오, 내가 저 사람을 여러분 앞으로 데리고 나오겠소. 내가 저 사람에게서 아무런 죄목도 찾지 못하였다는 것을 여러분도 알라는 것이오.”(요한19,4) 이윽고 예수님께서는 가시나무 관을 쓰시고 자주색 옷을 입으신 채 밖으로 나오셨습니다. 그러자 빌라도가 그들에게 “자, 이 사람이오.”(요한19,5) 하고 말하였습니다. 이렇게 빌라도는 철저하게 예수님을 조롱하고 있습니다. 빌라도는 유다인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빌라도가 예수님께 사형을 선고하면 백성들은 폭동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백성들은 예수님께서 무죄한 분이심을 알고 있고, 백성의 지도자들이 예수님을 없애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사형을 선고해도 백성의 지도자들이 해야 하고, 자신은 사형을 선고해도 아무런 책임을 없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③ 사형선고
빌라도가 자신은 예수님께로부터 아무런 죄목도 찾지 못하였다는 것을 알리자 수석 사제들과 성전 경비병들은 예수님을 보고,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요한19,6) 하고 외쳤습니다. 그러자 빌라도는 그들에게 “여러분이 데려다가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나는 이 사람에게서 죄목을 찾지 못하겠소.”(요한19,6) 라고 말합니다. 빌라도 입장에서 보면 어차피 예수님은 없어져야 할 인물이고, 그것을 유다인들에게 미루고 있는 것입니다.
유다인들은 예수님께 사형이 선고되어야 함을 주장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에게는 율법이 있소. 이 율법에 따르면 그자는 죽어 마땅하오. 자기가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자처하였기 때문이오.”(요한19,7) 그런데 이 백성에게 율법을 주신 이유는 남을 죽이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 어울려 잘 살게 하시려고 주신 것입니다. 하느님의 자녀들이 생명을 얻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유다인들은 그 율법을 통하여 남을 죽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들은 율법을 지키는 이들이 아니라 율법을 그저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율법의 참된 의미를 가르쳐 주시며 율법을 완성하셨던 것입니다.
④ 예수님을 심문하는 빌라도
빌라도는 수석 사제들과 성전 경비병들이 강력하게 사형을 주장하자 더욱 두려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드님이시기 때문이 아니라 유다인들이 예수님을 죽이려 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하여 다시 총독 관저로 들어간 빌라도는 예수님께 “당신은 어디서 왔소?”(요한19,9) 하고 물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왜냐하면 빌라도에게 말한다 할지라도 빌라도가 받아들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빌라도의 관심사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빌라도는 “나에게 말을 하지 않을 작정이오? 나는 당신을 풀어 줄 권한도 있고 당신을 십자가에 못 박을 권한도 있다는 것을 모르시오?”(요한19,10) 라고 말하고는 있지만, 만일 빌라도가 예수님을 무죄라고 하면서 풀어주려 한다면 유다인들은 폭동을 일으킬 것입니다. 그것을 알고 있는 빌라도가 무리하게 예수님을 풀어 줄 리는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빌라도에게 “네가 위로부터 받지 않았으면 나에 대해 아무런 권한도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빌라도는 자신이 예수님을 풀어 줄 권한도 있고 십자가에 못 박을 권한도 있다고 말하지만 그런 권한은 스스로의 능력으로 가진 것이 아니라 황제에게서 부여받은 것입니다. 그리고 황제라 할지라도 인간은 그 어느 누구의 생명도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하실 수 있는 분은 오직 하느님 한 분 뿐이십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빌라도가 그런 권위가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나를 너에게 넘긴 자의 죄가 더 크다.”(요한19,11) 라고 말씀하시는 것처럼, 하느님을 믿고 따른다고 하는 이들이 하느님을 거스르는 것이 큰 죄라는 것입니다.
빌라도는 이런 상황에 말려들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유다인들은 “그 사람을 풀어 주면 총독께서는 황제의 친구가 아니오. 누구든지 자기가 임금이라고 자처하는 자는 황제에게 대항하는 것이오.”(요한19,12) 하고 외쳐댔습니다. 빌라도는 유다인들의 외침에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그는 예수님을 밖으로 모시고 나가 리토스트로토스라고 하는 곳에 있는 재판석에 앉았습니다. 그날은 파스카 축제 준비일이었고 때는 낮 열두 시쯤이었습니다. 빌라도가 유다인들을 다시 한번 자극합니다. “보시오, 여러분의 임금이오.”(요한19,14) 그러자 당연한 반응이 쏟아져 나옵니다. “없애 버리시오. 없애 버리시오. 그를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요한19,15) 빌라도는 그들에게 “여러분의 임금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는 말이오?” 하고 묻습니다. 그렇게 유다인들을 자극하자 수석 사제들은 “우리 임금은 황제뿐이오.”(요한19,15) 하고 대답하며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외쳐댔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을 임금으로 섬기는 이들의 입에서 “우리 임금은 황제뿐이오.”라는 놀라운 말이 나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구약의 역사에서 외세의 침략과 유배는 모두 하느님을 임금으로 섬기지 않아서 받은 벌들입니다. 하느님께 의지하고 주변 나라들에 도움을 청했다가 온갖 고통을 당했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율법을 성실하게 지키며 하느님만을 참된 임금님으로 섬기고자 했던 이들의 입에서 “우리 임금은 황제뿐이오.”라는 말이 나온 것입니다. 시기와 질투가 극에 달하니 그들 눈에는 보이는 것이 없는 것입니다. 또한 이들은 그런 마음이었기에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빌라도는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그들에게 넘겨주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넘겨받았다.”(요한19,16)는 말씀은 참으로 가슴 아픈 말입니다. 예수님은 넘겨주고 넘겨받는 그런 존재가 아니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예수님을 그렇게 해서는 안됩니다.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2.5. 십자가에 못 박히시는 예수님
①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
예수님께서는 몸소 십자가를 지시고 ‘해골 터’라는 곳으로 나가셨습니다. 거기에서 그들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두 사람도 예수님을 가운데로 하여 이쪽 저쪽에 하나씩 못 박았습니다.
② 죄 명패(INRI)
빌라도는 명패를 써서 십자가 위에 달게 하였는데, 거기에는 ‘유다인들의 임금 나자렛 사람 예수’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통해서 예수님께서 누구신지가 드러납니다. 빌라도가 유다인들을 조롱하기 위해서 썼다 할지라도 이 죄 명패를 통해서 예수님께서 왕이심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곳이 도성에서 가까웠기 때문에, 많은 유다인이 그 명패를 읽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유다인들의 수석 사제들이 빌라도에게 “‘유다인들의 임금’이라고 쓸 것이 아니라, ‘나는 유다인들의 임금이다.’ 하고 저자가 말하였다고 쓰시오.”(요한19,21)라고 주장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빌라도는 “내가 한번 썼으면 그만이오.”(요한19,22) 하고 대답하였습니다. 유다인들에게는 자신들의 임금이 십자가에 달려 계신 것이 모욕이었고, 그래서 그 명패를 바꿔 달라고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빌라도는 당신들이 고발한 내용을 가지고 사형을 선고했고, 그 죄대로 명패를 만들었고, 한번 썼으면 그만이라는 것입니다. 사형을 구형하고 사형을 집행했다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것입니다.
③ 제비를 뽑아 예수님의 옷을 가져가는 병사들
군사들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고 나서, 그분의 옷을 가져다가 네 몫으로 나누어 저마다 한몫씩 차지하였습니다. 로마법에 따라 사형을 집행한 군사들은 처형된 사람이 입고 있던 옷을 나누어 가질 수 있었습니다. 속옷도 가져갔는데 그것은 솔기가 없이 위에서부터 통으로 짠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 “이것은 찢지 말고 누구 차지가 될지 제비를 뽑자.”(요한10,24) 하고 말하였습니다. 이것은 “그들이 제 옷을 저희끼리 나누어 가지고 제 속옷을 놓고서는 제비를 뽑았습니다.”(요한10,24)하신 성경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그리된 것입니다.
④ 어머니와 제자
예수님의 십자가 곁에는 그분의 어머니와 이모, 클로파스의 아내 마리아와 마리아 막달레나가 서 있었습니다.(요한19,25)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어머니와 그 곁에 선 사랑하시는 제자를 보시고, 어머니에게 말씀하십니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요한19,26) 그리고 이어서 그 제자에게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요한29,27)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처절한 고통속에서도 어머니를 위로하시며 제자 요한에게 어머니를 맡겼던 것입니다. 그때부터 그 제자가 그분을 자기 집에 모셨습니다.
2.6. 숨을 거두시는 예수님
그 뒤에 이미 모든 일이 다 이루어졌음을 아신 예수님께서는 성경 말씀이 이루어지게 하시려고 “목마르다.”(요한19,29)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거기에는 신 포도주가 가득 담긴 그릇이 놓여 있었는데, 사람들이 신 포도주를 듬뿍 적신 해면을 우슬초 가지에 꽂아 예수님의 입에 갖다 대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신 포도주를 드신 다음에 “다 이루어졌다.”(요한19,30)라고 말씀하신 다음에 “고개를 숙이시며”(요한19,30) 숨을 거두셨습니다. 그렇게 예수님께서는 성부께 목숨을 돌려드리며, 구원 사업을 완수하셨습니다.
2.7. 군사들이 예수님의 옆구리를 창으로 찌르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날은 준비일이었고 이튿날 안식일은 큰 축일이었으므로, 유다인들은 안식일에 시신이 십자가에 매달려 있지 않게 하려고, 십자가에 못 박힌 이들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시신을 치우게 하라고 빌라도에게 요청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군사들이 가서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첫째 사람과 또 다른 사람의 다리를 부러뜨렸습니다. 예수님께 가서는 이미 숨지신 것을 보고 다리를 부러뜨리는 대신, 군사 하나가 창으로 그분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곧 피와 물이 흘러나왔습니다. 이것은 “그의 뼈가 하나도 부러지지 않을 것이다.”(요한19,36) 하신 성경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이런 일들이 일어난 것입니다.
2.8. 무덤에 묻히신 예수님
그 뒤에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이 예수님의 시신을 거두게 해 달라고 빌라도에게 청하였습니다. 그는 예수님의 제자였지만 유다인들이 두려워 그 사실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빌라도가 허락하자 그가 가서 그분의 시신을 거두었습니다. 언젠가 밤에 예수님을 찾아왔던 니코데모도 몰약과 침향을 섞은 것을 백 리트라쯤 가지고 왔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시신을 모셔다가 유다인들의 장례 관습에 따라, 향료와 함께 아마포로 감쌌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곳에 정원이 있었는데, 그 정원에는 아직 아무도 묻힌 적이 없는 새 무덤이 있었다. 그날은 유다인들의 준비일이었고 또 무덤이 가까이 있었으므로, 그들은 예수님을 그곳에 모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