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트릴
정상적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현상을 ‘보인다’거나 ‘들린다’라고 외치는 사람을 환각증 혹은 환청증 환자라고 한다. 일종의 정신분열증세이니 그쯤 되면 얼른 정신병원에 모셔 가는 게 상책이리라.
음악사에는 그와 유사한 일화와 더불어 걸작으로 남아 있는 곡이 있다. 다름아닌 타르티니의 <악마의 트릴>이다. 작곡가는 바하보다 7년 뒤에 태어났고 베토벤이 탄생한 1770년에 세상을 떠난 이탈리아의 바이올린 주자이자 이론가이기도 했던 주제페 타르티니.
그가 작곡한 135곡이나 되는 바이올린 소나타 중에서 작품 7의 1인 G단조가 일명 <악마의 트릴>로 알려져 있는 곡이다.
자신을 성직자로 만들려고 했던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고 그는 파두바 대학에서 법률을 공부하는 한편 바이올린과 펜싱에서도 기량을 닦았다. 특히 바이올린에는 아주 미쳐 버릴 정도로 빠져 들었다. 무슨 일에든 미친 사람 곁에는 악마가 끼어들게 마련인가, 타르티니가 21세 디던 해 기어이 악마는 찾아왔다. 타르티니의 꿈 속에 나타난 악마는 만약 혼을 자기에게 판다면 무슨 소원이든 들어주마 하고 속삭였다.
바이올린의 비법을 가르쳐 준다는 조건으로 혼을 넘겨 주니 악마는 휙 나갔다가 바이올린을 들고 다시 나타나 켜기 시작했다. 기가 막히는 소리, 상상을 초월하는 고난도의 트릴을 구사하는 테크닉에 타르티니는 넋을 거의 다 빼앗겼다. 마침내 악마가 마지막 손길을 뻗어 얼마 남지 않은 얼까지 모조리 뽑아 가려고 하는 순간 타르티니는 돌연 잠에서 깨어났다. 꿈 속에서 들은 곡의 기억을 더듬으며 황급히 악보로 옮기니 이 세상의 것으로 여겨지지 않을 정도로 멋진 곡이 되었다.
타르티니가 그 악보를 침실 문 앞에 걸어 놓고 ‘이제 찾아오지 않아도 돼!’라고 써 붙여 놓자 다시는 악마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오늘날 남아 있는 만년의 타르티니의 초상화를 보면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진짜 악마도 겁먹을 정도의 괴이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거대하고 구부러진 매부리코, 이글거리는 눈동자, 그가 꿈 속에서 보았다는 악마는 어쩌면 자기 자신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김신영: 아 그렇구나 [10/28-2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