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는 발 맞출 수 없는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A장조 K311>은 그의 피아노 소나타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인데, 몇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첫째는 ‘소나타’라는 이름이 붙어 있기는 하지만 세 개 악장 전곡 중 실제로 소나타 형식으로 된 악장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제1악장은 변주곡 형식, 제2악장은 메뉴엣, 그리고 제3악장이 론도 형식으로 되어 있다. 특히 ‘알라 투르카(Alla Turca)’, 즉 ‘터키풍으로’라고 적혀 있어 속칭 <터키 행진곡>이라고 하는 마지막 제3악장은 널리 사랑을 받고 있고 피아노 초보자들도 쉽게 달려들 정도이므로 기교적으로도 각별히 어려운 부분은 없다. 실제로 우리 나라 도시의 주택가 골목을 거닐다 보면 어느 집에선가 고사리 손으로 치는 이 곡의 멜로디를 접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이 곡의 마지막 악장을 일반적으로 <터키 행진곡>이라고 부르고는 있지만 행진곡치고는 조 ㅁ문제가 있다. 4분의 2박자로 되어 있어 박자 자체에는 큰 지장이 없으나 문제는(혹시 수중에 이 옥의 악보가 있으면 펴서 조회해 보시라) ‘다라라라, 랏 다라라라, 랏’ 하는 처음 ‘다라라라’가 강박자가 아니고 약박자라는 데서 일이 이상하게 꼬인다. 독자들도 아시다시피 행진곡이란 반드시 강박자로 시작하게 마련이다. 그 처음 강박자에 맞추어 왼발을 내딛고 다음 약박자에 오른발을 내딛도록 우리는 유치원 때부터 훈련받았으며 또한 거기에 숙달되어 있다.
모차르트의 이 곡은 그것과는 반대로 약박자로 시작하니 도시 발을 어떻게 맞추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만약 극도로 박자에 예민한 사람이 이 곡에 맞추어 행진을 하다가는 정신분열증이라도 일으키든지 아니면 발이 꼬여 제 다리를 걸고 쓰러질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작곡 당사자인 모차르트가 만약 살아 있다면 “그저 터키풍으로라고 지시했지 내가 언제 행진곡이라고 썼냐? 어떤 녀석이 그따위 쓸데없는 명칭을 붙여 세상을 어지럽히는 거야?”라며 몹시 못마땅해할지도 모른다.
한편 베토벤이 쓴 <아테네의 폐허>라는 극음악 속에도 <터키 행진곡>이 있는데 거기엔 분명 ‘행진곡’이라고 적혀 있고 강박자로 시작되며 곡에 맞추어 행진하는 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시 모차르트의 곡으로 돌아가 이번에는 피아니스트와 그 곡에 관계된 이야기를 소개하겠다.
1982년 50세를 일기로 아깝게 타계한 캐나다의 피아노 귀재 글랜 굴드는 좀 성격이 괴팍한 음악가여서, 전성기에 스테이지를 영영 떠나 오로지 스튜디오 안에서의 녹음에만 전념했다. 그가 공연 무대를 떠나 버린 이유인즉, 청중들의 박수를 혐오하기 때문이며 청중의 박수는 예술가를 한없이 타락시킨다는 이색적인 지론 탓이었다.
굴드도 모차르트의 소나타 전집을 디스크로 남기고 세상을 떠났는데 그 속에는 <피아노 소나타 A장조 K331>도 들어 있다. 그것은 물론 스튜디오 안에서 녹음한 것이었다. 그는 무대에 자주 나가고 있었을 때도 그 곡을 청중앞에서 실현하는 일은 절대로 없었다고 한다. 그 곡을 무척 사랑했지만 무대에서는 한사코 연주하지 않은 그의 주장은 이런 것이었다.
“그 곡은 피아노 초심자인 유치원생부터 80을 넘은 노대가에 이르기까지 어중이떠중이 다 치는 곡이다. 그런 곡을 여러 청중 앞에서 치다니, 내가 골 비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