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춘희>의 여주인공 춘희도 연습에서 애를 먹은 베버의 <무도에의 권유>
베버의 기악곡 중에서도 <무도에의 권유>는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곡이라고 하겠다. 원곡은 피아노 독주용으로 곡명도 <화려한 론도>로 되어 있었다. 베버가 죽은 후 15년이 지나 베를리오즈가 이 곡을 오케스트라용으로 편곡했고 후에 누군가가 <무도에의 권유>라고 곡명을 붙였다. 곡을 들어보면 그 곡명도 과히 틀린 이름은 아닌 것 같다. 그 곡을 베버는 32세 때 피아노 독주용으로 작곡하여 애처 카롤리네에게 헌정하면서 직접 다음과 같은 표제적인 해설을 붙였다.
“어느 무도회장에서 한 신사가 젊은 부인에게 함께 춤을 출 것을 신청한다. 부인은 정중히 거절한다. 신사는 더욱 열심히 달라붙는다. 부인도 마침내 동의하고 두 남녀는 조용히 말을 주고받는다. 그는 이야기하고 그녀는 응답하고, 신사는 점차로 흥분하여 이야기를 계속한다. 그녀는 좋다는 뜻을 나타내고 두 사람은 손잡고 무도회장으로 향한다. 무곡이 시작되기를 조용히 기다린다. 춤곡이 화려하게 시작되고 두 사람은 춤을 춘다. 끝에서는 신사의 감사하는 말, 거기에 대한 그녀의 응답, 퇴장 그리고 침묵을 나타낸 것이다.”
이 곡이 출판되었을 당시 특히 피아노용은 전유럽에서 대유행이었다고 한다. 마침 피아노라는 악기가 원멘한 가정에까지 널리 보급되어 가던 시대였으므로 양가의 자녀들은 이 곡쯤은 칠 줄 아는 정도가 되어야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엘리제를 위하여>나 <소녀의 기도>따위와는 달라서 초심자가 다루기에는 그렇게 만만한 곡이 아니다. 대개의 집 어린 아들 딸들은 맹렬 어머니의 호통을 받으며 이 곡을 마스터하느라고 고생깨나 했을 텐데, 그들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소설 속의 여주인공까지 이 곡 때문에 혼나는 부분이 있다. 여주인공은 다름아닌 알렉산드르 듀마 2세의 모델 소설 ‘춘희’의 비올레타이다. 그 소설이 베르디에 의해 오페라화되면서 <라 트라비아타>로 바뀌었는데, 그 뜻은 ‘길을 잃은 여인’이다.
소설 ‘춘희’속에는 고급창녀인 비올레타가 자기 거실에서 피아노로 <무도에의 권유>의 까다로운 어느 패시지를 몇 번이고 되풀이 연습해도 잘 되지 않자 마침내 신경질을 부리며 악보를 방구석으로 내던지는 장면이 나온다. 그것만 보아도 당시 그 곡이 얼마나 널리 퍼져 있었는지 짐작이 간다.
그런데 이 밖에 이 곡을 따라다니는 재미있는 일화가 몇 가지 더 있다. <무도에의 권유>구조를 보면 우선 신사가 부인을 유혹하는 모데라토로 부드럽게 나오는 부분을 도입부라고 볼 수 있으며, 화려하고 왁자지껄한 왈츠풍의 무곡이 한참 되풀이 계속되고 나서 절정에 이른 후 장려하게 끝을 맺는다. 이 곡의 구조를 모르는 청중들 중에는 무곡이 끝난데서 요란한 박수를 치는 경우가 더러있어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왈츠 무곡이 끝났다고 해서 곡이 다 끝난 것이 아니다. 다시 처음의 도입부를 닮은 결미부가 조용히 나온다. 이 부분까지 서서히 사라지듯 끝나야 곡이 완전히 끝난 것이다. 성급히 박수를 쳐서 스타일 구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곡이다.
결미부가 도입부를 닮았기에 입이 험한 어떤 친구는 작곡가를 이렇게 비꼬았다.
“아무리 마누라가 예쁘다 해도 한 회에 두 번이나 도입할 건 뭐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