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켓 1 옆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요사이는 들을 만한 음악회가 서울 시내에서만도 같은 시간대에 겹치는 일이 흔해졌다. 음악회에 출입이 잦은 나로서는 곤란할 때가 많다.
내가 음악회에 가는 목적이란 물론 음악을 듣기 위해서이지만 수십 년 동안 음악회에서 연주자들을 스케치하는 일이 습관화돼 그 때문에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음악잡지 등의 의뢰를 받거나 연주자로부터 직접 스케치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아 가는 때도 많다.
음악회에 가서 스케치를 하다 보면 참으로 난감해지는 순간이 있다. 바로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내가 스케치하면서 내는 싹싹하는 연필 소리가 귀에 거슬린다고 불만을 표시할 때다. 스케치 부탁은 받았고, 그리자니 옆사람에게 피해를 입히고—.
그러나 일차적으로 타인에게 폐를 끼쳐서는 절디로 안 되겠기에 죄송하다고 사죄하고는 스케치를 멈추었던 일이 여러 번 있었다. 이제는 꾀가 생겨 무대 위의 연주가 투티 포르테로 꽝꽝거릴 때만 운필하고, 연주가 여릴 때는 손을 멈추는 전술을 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옆좌석에 사람이 있을 때는 대체로 그림이 잘 되지 않는다.
어쨌든 내가 그림을 못 그리는 한이 있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된다는 것이, 음악회장에서 첫째로 지켜야 할 에티켓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