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이냐, 미완성이냐?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

완성이냐, 미완성이냐?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
슈베르트는 정확히 31년 9개월 19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이 세상을 살고 간 사람이다. 그 짧은 생애에 6백 곡이 넘는 가곡, 20곡에 가까운 오페라, 많은 실내악곡, 그리고 10곡의 교향곡을 작곡한 아주 속필의 천재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널리 사랑받고 있는 교향곡이 제8번 B단조, 이른바 <미완성 교향곡>으로 불리는 곡이다.
진짜로 ‘미완성’이냐? 아니면 그것으로 다 끝난 ‘완성’이냐? 후세 사람들 입에 그 곡만큼 숱하게 오르내린 곡도 드물 것이다.
그 곡의 스코어가 처음 발견되어 초연된 것은 1865년 5월 1일, 즉 작곡가 슈베르트가 사망한 지 37년이나 지난 뒤였다. 발견된 곳은 빈이 아니고 그라츠의 휘텐브렌너의 집에서였다. 휘텐브렌너는 슈베르트와 교분이 두터웠던 막역한 친구 중의 한사람으로 슈베르트의 작품을 보급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두 사람은 함께 모차르트의 독살설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는 살리에리한테 작곡을 배우기도 한 사이였다.
먼저 그 교향곡이 ‘미완성’이란 논거를 살펴보자. 교향곡은 통상 4개 악장, 혹은 5개 악장으로 되어 있다(근대 이후의 교향곡에서는 그 이상의 경우도 있다). 슈베르트의 그 교향곡은 2개 악장밖에 없고 제3악장 스케르초는 9소절까지만 오케스트레이션이 되어 있다. 워낙은 당시의 관례대로 4개 악장의 교향곡을 쓸 작정이었는데 무슨 이유로 하여 거기까지만 썼으니 당연히 ‘미완성’이 맞다는 주장이다.
약60면 전 세게적으로 대히트를 친 오스트리아의 영화 ‘미완성 교향곡’에서는 이렇게 그리기도 했다. 어느 귀족의 딸과 연애를 했던 슈베르트는 그녀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담아 그 교향악의 제2 악장까지 정성을 다하여 쓴다. 제3악장 첫 부분을 쓰고 있을 때 그녀는 그만 돈 많은 부잣집 아들한테 시집을 가버린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된 그는, 악보의 표지에 “나의 사랑이 끝을 맺지 못한 것처럼 이 곡도 끝을 보지 못하리!”라고 쓰고 펜을 놓는다. 그 당시 이 영화는 무수한 선남선녀들을 울렸다.
그러나 그것은 흔히 영화쟁이들이 장난치는 픽션일 뿐 사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얘기이다. 어쨌든 제3악장의 첫 부분이 미완성 상태로 발견되었으니 <미완성 교향곡>이 맞는다는 얘기가 꽤 설득력이 있고 사실 그것이 현재도 그대로 통용되고 있기도 하다.
그럼 그 설에 대항해 ‘완성이다!’ 하는 근거는 또 무엇인가?
음악에 식견이 있는 인사들은 이 교향악은 2개 악장으로 충분하며 슈베르트는 말하고 싶은 것을 그 2개 악장 속에서 다 말했다고 역설한다. 제3악장을 쓰기 시작했지만 그것은 사족이 될 염려도 있고 하여 차라리 파기하고 2개 악장이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끝맺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완성’잉라는 주장이다.
거기에 또 맞서서 끈질기게 ‘미완성’을 고집하는 사람들 중에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는 이도 있다.
슈베르트는 이 곡을 1822년 10월 30일부터 쓰기 시작했다. 속필인 그인지라 마지막까지 다 쓰려면 금방 써제낄 수도 있었지만 다른 일로 잠시 중단한 채 다음 해 가을 그라츠의 슈타이어마크 음악협회의 명예회원으로 추대되었다. 그 협회의 회장은 앞서 잠깐 언급한 슈베르트의 친구 휘텐브렌너였다. 슈베르트는 자기를 명예회원으로 추천해 준 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그 전 해에 제2악장까지 써두었던 교향곡의 스코어를 그에게 보내면서, 이어지는 제3, 4악장은 나중에 완성시켜
보낸다고 약속했다. 슈베르트란 사람은 자기가 몇 달 전에 작곡한 어떤 가곡을 ‘이거 누가 작곡했는지 괜찮은 곡이구만!’ 할 정도로 건망증이 유달리 심한 사나이었다 보니, 나중에 마저 써보내마 하는 약속을 깜빡 까먹고 결국은 죽을 때까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말았다는 주장이다.
한편 휘텐브렌너 역시 건망증에 있어서는 슈베르트에게 뒤지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 스코어를 받은 지 무려 43년 후에 서랍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재발견한 그는 다시 보니 썩 잘된 곡인 것을 알고, 악사들에게 돌려 사적인 연주회에서 2개 악장만으로 초연이 이루어지게끔 주선했다. 그 때는 작곡가가 사망한 지 37년이나 지난 뒤였다. 따라서 역시 ‘미완성’이 틀림없다는 얘기이다.
슈베르트가 생전에 쓴 교향곡 수는 모두 10곡이다. 그 중에 아홉 번째 곡은 분실된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 마지막 열 번째 교향곡이 제9번으로 되어 있다. 좀 안 된 것은 슈베르트의 어느 심포니고 그의 생전에 넓은 공개홀에서는 한번도 연주된 일이 없고, 기껏해야 어느 부호의 싸롱 같은 사적인 장소에서만 연주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래저래 슈베르트는 박행의 작곡가임에 틀림없는가 싶다. ‘미완성’이니’완성’이니 괜히 떠들면서 핏대를 올릴 것 없이 그저 머리 수그려 조용히 듣고 있는 편이 우리가 취할 도리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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