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에 의한 기괴한 환상,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아편에 의한 기괴한 환상,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어떤 사람이 하이든 이후 말러까지 도대체 유럽 지역에서 작곡된 교향곡의 총수가 몇 곡이나 되는지 조사해 보았더니, 그가 잡은 통계에 오른 것만 해도 1만 3천 곡이었다. 그토록 많은 교향곡들 중에서 가장 괴상한 것을 뽑으라면 아마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이 아닐까 싶다. 작곡가 베를리오즈가 범상치 않은 인간임은 그의 생김새나 행실, 업적 등을 보아도 수긍이 가지만 그의 창작 활동에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그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것이 바로 <환상 교향곡>이다.
베를리오즈는 프랑스 동남부의 피아노는 한 대도 없는 형편 없이 작은 시골마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별볼일 없는 시골 의사였다. 그런 환경에서 자랐으니, 장차 작곡가가 되려면 거의 필수적으로 마스터해야 하는 피아노를 배울 길이 없었기에 베를리오즈는 바그너 등과 함께 평생 피아노를 칠 줄 몰랐던 몇 안 되는 작곡가 중의 한 사람이 되었다.
만약 베를리오즈가 피아노를 잘 치는 작곡가였다면 <환상 교향곡> 같은 괴이한 심포니는 세상에 나오지 않았으리라는 견해도 있으니, 이런 데서도 ‘세상만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어렸을 때 그가 겨우 익힌 악기라고는 플루트뿐이었고 정상적인 교육도 국민학교 2학년까지밖에 받지 못했다. 나머지 고등학교 정도의 교육까지는 집에서 아버지로부터 받았다. 그러자니 학업에 균형이 잡힐 리 없었고 어느 학과이건 그가 명심하는 건 기가 막히게 많이 아는 반면, 별 관심이 없는 부분은 빈 깡통같은 상태였다고 한다. 잠시 아버지의 술회를 들어 보자.
“녀석은 샌드위치 제도나 필립핀 제도의 수천 개에 이르는 섬 이름은 다 외우면서도 모국 프랑스의 현 이름은 모르는 것이 많았지1”
집에서 고등학교 교육까지 대강 마치고 음악의 본거지 파리에 나온 베를리오즈는, 다니던 의과대학도 집어 치우고 음악에 미쳐 날이면 날마다 파리 음악원의 도서관에 드나들며 음악 연구에 몰두했다. 그러던 중 파리에 온 셰익스피어 연극 여배우 해리에타 스미드손에게 홀딱 반해버렸다. 당시 인기 절정에 있던 해리에타가 가난한 풋내기 음악가 따위를 상대해 줄 리 없었으니 베를리오즈는 더욱 미칠 지경이 되었다.
그 때의 걷잡을 수 없는 심경을 그린 것이 바로 <환상 교향곡>이었다. 그 곡이 정통적인 점잖은 곡일 리는 만무하니 과연 고금을 통하여 표제음악 중의 걸작으로 뽑히는 교향악이 되었다. 정식 곡명은 <환상 교향곡-어느 예술가의 생애의 삽화>이다. 전5개 악장의 각 악장마다 ‘1. 몽상과 정열, 2. 무도회, 3. 전원 풍경, 4. 단두대로의 행진. 5. 사바트의 밤의 꿈’이라는 표제가 붙어잇고 악기편성도 변칙적이며 당시로선 기상천외의 것이었다.
베를리오즈는 원래 곡 첫머리에 다음과 같은 설명문을 붙였다고 한다.
“병적인 감수성과 격한 상상력을 가진 젊은 예술가가 사랑의 고뇌 때문에 절망하여 아편 자살을 기도한다. 그러나 아편의 복용량이 부족해 죽음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기괴한 일련의 환몽을 꾼다. 그 곳에서 사랑하는 여성은 하나의 선율로서 나타난다.”
과연 <환상 교향곡>의 진면목을 요약한 명문임에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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