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함브라 궁전은 스페인에서 바르셀로나 다음으로 큰 도시인 그라나다 교외의 언덕에 자리하고 있다.
스페인이 무어인에 의해 지배를 당했던 시절, 그들의 빼어난 건축술의 결과로 탄생한 것이
바로 이 궁전이다. 무어인의 스페인 지배 당시 최후의 수도였던 이곳은 그 기하학적인 문양과
아름다운 정원으로 현재 세계인들이 즐겨 찾는 관광명소이다.

이 곡의 작곡자인 타레가는 제자인 콘차 부인으로부터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아픔을 안고 여행을 하던 중에 알함브라 궁전을 찾게 되었다.
일설로는 콘차 부인과 궁전에서 같은 밤을 보냈다고도 하는데, 아무튼 그 여인
으로부터 사랑의 상처를 겪은 것만은 틀림이 없다. 이 세상에 사랑하는 여인이
있는데, 그 여인으로부터 사랑을 허락받지 못할 때 그 무엇으로 빈 가슴을 메울
것인가. 아름다운 궁전 창 밖의 달을 보며, 그는 그 상심을 가단조의 우수(憂愁)
로 시작한다. 전 곡을 걸쳐 마치 은구슬 뿌리듯 관통하고 있는 트레몰로(Tremolo)
의 멜로디와 강약을 교차하는 3박자의 저음 아르페지오...방을 나와 사자의 정원과 분수대ㆍ그리고 야자수 사이를 거닐던 그는, 어둠 속을
뚫고 부옇게 터오는 먼동 속에서 실연의 아픔을 딛고 기타음악에의 열정으로 살
아갈 의지를 얻게 된다. 이 곡을 듣다 보면 후반 3분의 2 이후에 곡이 갑자기 환
하게 밝아지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는 다름아닌 가단조에서 가장조로 조바꿈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소나타가 A-B-A 형식이라면 <알함브라>는 A-A-B라는 형식
을 취하는데, 후반의 조바꿈을 통해 어둠에서 밝음으로 슬픔을 극복하는 과정을
암시하고 있다. 조바꿈은 장조ㆍ단조를 변화시키지는 않고 키를 반음씩 올려서
감정을 고조시키는 기법으로 흔히 사용되는데, 이 곡은 단조에서 장조로 바꿈으
로서 아픔을 딛고 생의 전환을 모색하게 된 타레가라는 천재만이 빚어낼 수 있었
던 감각이라 하겠다. 마지막 코다에서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인상깊게 새기
며 아쉬운 듯 아쉬운 듯 여운을 끌다 끝을 맺는다. 이 곡은 원래는 <알함브라풍 으로(Ala Alhambra)>라고 이름짓고 <기도(Invocation)>라는 부제를 덧붙여 놓았
는데, 출판사에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라 고쳤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