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흐 콜 니드라이 (신의 날) 작품47
Max Bruch (1838 – 1920)
Adagio ma non troppo – Un poco più anima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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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t Haimovitz, Vc – James Levine, cond
Chicago Symphnoy Orchestra |
그 날은 눈이 나리고 있었다
11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며칠 동안 다른 이가 대신하던 방송이었다
어딘지 더 차분해진 듯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따뜻하고 정겨운 소리…
오늘 아내를 보내고 왔습니다
이렇게 눈이 오네요
눈 속에 떠난 아내를 생각하며
이 음악을 보냅니다
고음의 애절한 음으로 시작되어
첼로의 저음까지 낮게 내려 가는 이 음악…
그리고 바로 이어서
첼로의 강하고 부드러운 선율이 호소한다
탄원하다
통곡한다
마치 무엇에 끌리듯이 끈끈하게 나아가는 이 소리….
얼마나 슬픈가?
얼마나 고통스러운가?
얼마나 가슴이 미어지는가?
얼마나 후회하고 몸부림치는가?
강하게 다가오는 오케스트라의 증폭되는 화음
애절하게 호소하는 첼로
다시 강하게 반복하는 오케스트라
무언가 다시 호소하는 첼로
신과 인간인가?
최후의 날…
아니면 우리 삶의 어느 길목에서 조우한 우리의 운명
운명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애절한 호소인가?
오케스트라는 그렇게 엄숙하게 다가선다
그는 아내를 잃었다
이 겨울….
눈밭에 아내를 남겨 두고 돌아서 온 남편…..
그의 아내는 천국에 가는 길에 이 음악을 들을까……
<클래식 쌀롱>을 진행하던 최형섭씨…..
아내가 오랜 병으로 떠난 날
그는 이 음악을 골랐다
슬픔이었을까?
회한이었을까?
죽음 그 자체였을까?
<신의 날>이라는 뜻을 가진 이 음악
고대 히브리의 전통적인 선율인 성가
<콜 니드라이>를 주제로 환상곡 풍의 변주곡으로
자유스럽게 작곡한 음악
유다교에서 과월절에 부르는 찬송이었다 한다
신의 날….그들은 무엇을 했을까?
에집트에서 탈출한 것을 기리는 명절….
그 과월절이 되면
8일 동안 유다인들은
부풀리지 않은 누룩이 들어 있지 않은 빵과 쓴 나물을 먹으며
패배의 쓴 맛을 상기하고
엄숙하게 슬픔을 기억한다고 한다
그 때 그들이 부르고 들었을 노래 <콜 니드라이>
패배와 슬픔의 맛….
그 노래 속에서 막스 부르흐는
신에게 바치는 이 커다란 호소를 찾아낸 것일까?
모악산에 숨어 사는 시인 박남준은
콜 니드라이를
이렇게 노래한다
<겨울포구 2>
죽음으로 가는 고통 곁에 서면 문득문득 지난 사랑 배어 옵니다. 막스 부르흐 ― 콜 니드라이 작은 포구의 겨울은 황량하고도 우울합니다 마치 첼로의 그것처럼 연 삼일을 두고 눈발은 그치지 않는데 무릎 근처까지 차 오르는 눈길 속에, 눈부신 눈빛 속에 아름다운 사람들의 얼굴, 떠오르고는 자꾸 흐려집니다.
그렇다
콜 니드라이를 들으면
눈발이 날린다
죽음의 그림자가 고요히 드리운다
이별의 슬픔이 고즈넉하게 다가온다
이 세상을 떠나는 영혼들의 애처러운 호소가 들려온다
아니…그들을 보내는 이들의 슬픈 메아리가 들려온다
여름에도 차가운 눈발을 날리는 이 음악…
삶과 죽음을 생각하게 하는 이 음악….
신이 주신 마지막 운명을 듣게 하는 이 음악…
그래서 내가 사랑하는 이 소리….
콜 니드라이
막스 부르흐
첼로의 낮은 음이 가슴을 저미고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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