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주님의 만찬 3

 

1.2.3. 주님의 만찬과 바울로의 사도직




바울로에 따르면 고린토 교회에서는 주님의 만찬이 질서 없이 거행되고 있었고 (1고린 11장) 그밖에 교회 공동체의 다른 모임에서도 성령의 은사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폐단이 있었다( 1고린 14장). 바울로는 물론 이런 폐단을 나무라고 시정하려 한다. 그렇지만 이런 무질서와 폐단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책임을 맡길 만한 사람을 바울로가 세워놓지 않은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그렇다면 자연히 이런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주님의 만찬을 거행할 때 누가 사회를 맡고 누가 주례를 맡았을까?


바울로가 세운 교회들에는 협력자들이 많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일반 교우들이 복종해야 할 사람들이 있었는가 하면(1고린 16, 16), 여러 가지 사무직 또는 지원 (支援) 업무에 봉사하던 사람들(1고린 12, 28)도 있었고 지도자들도 있었다(1데살 5, 12; 로마 12, 8). 그런데 이런 봉사자들이 주님의 만찬 거행에 어떤 특정의 구실을 맡아 했다는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주님의 만찬의 가장 자연스러운 주례자는 교우들이 모여 성찬례를 지내던 그 집의 가장이나 주인이었을 것이다. 특별한 권위나 직책을 맡지 않았어도 집주인은 주님의 만찬을 주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일반 그리스 지방의 관례에 따르면 초대 받은 손님들 중에 임의로 한 사람을 현장에서 골라 잔치를 사회하게 했다고 한다. 이 사람이 이른바 연회장(宴會長=symposiarch)이다. 여러 가지 시도가 있었으나 주님의 만찬의 주례자가 누구였는가를 밝히는 이 문제는 아직 완전한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다. 디다케 10,7에 따르면 “예언자는 자기가 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감사를 드릴 수 있다(eucharistein)”고 했다. 주님의 만찬의 주례자는 혹시 초대 교회의 이런 예언자들들 가운데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가정집 교회의 주님의 만찬 주례자로서는 그 집의 주인이 가장 적격이었다는 것은 위에서 이미 말한 바 있다. 물론 바울로가 사도의 자경으로 주님의 만찬에 참석할 때는 당연히 주례를 맡았겠지만 그렇다고 언제 어디서나 늘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성들이 주님의 잔치를 주례했을 가능성은 없었을까?  원칙적으로 이런 가능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유니아는 사도들 중에서도 걸출하다는 평을 받았고 (로마 16, 7), 페베는 겐크레아 교회의 봉사자요 지도자였다. 이 봉사자라는 말은 diakonos라는 말을 번역한 것인데 교회에서는 이 말을 “부제”라는 교회 성직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하게 된다. 여기서는 물론 후견인, 지원자라는 뜻으로 알아듣는 것이 문맥에 더 맞을 것이다. 지도자라는 말은 prostatis를 번역한 것인데 낱말 자체는 “앞서 있는 사람, 앞장서는 사람, 지도자, 영도자, 선도자”라는 어원적인 의미의 뉘앙스가 아직 남아있다고 할 것이다. 프리스카는 남편 아퀼라와 함께 가정집 교회의 집주인, 말하자면 당주(堂主)이었고 (1고린 16, 19; 로마 16, 3-5) 님파(골로 4, 15)도 가정집 교회의 주인이었다. 이밖에도 기도하고 예언하는 여교우들이 여기 저기 언급되어 나온다(1고린 11, 5; 사도 21, 9 참조). 1고린 11, 5-6의 경우 이 구절을 피상적으로 읽다보면 마치 바울로가 여자는 기도도 하면 안 되고 예언도 하지 말라고 금지령을 내리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무조건 기도와 예언을 금지시키는 것이 아니라 머리를 가리지 않고 하는 기도와 예언을 조건부로 금지시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예배 때 여성들이 머리를 가리기만 하면 기도하고 예언한다는 것은 바울로에게는 하나의 자명한 사실이었다. 물론 1고린 11, 33-36은 부녀자들은 교회의 공개 모임에서 침묵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당시 유다교의 배경을 놓고 볼 때 이 금령은 다소 의외이며 이 구절은 바울로의 친필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나중에 1고린 11, 33-36의 지금 자리에 삽입되었다는 견해도 있느니만큼 섣불리 바울로를 여성 차별주의자로 몰아 세워서는 안 될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원시 그리스도교의 여성≫, 다우첸베르크 – 메르클라인 – 뮐러 엮음: 분도출판사, 1992, 쪽 231-284, 특히 237-8.245-260을 보라!


필립 1, 1에 나오는 감독과 봉사자들이 주님의 만찬을 거행할 때 무슨 역할을 했는지는 정확하게 규정하기 어렵다. 원로들을 포함하는 집단 지도 체제가 아닌, 단독 지도 체제로서의 주교직은 바울로보다 한 세대 뒤늦은, 소위 사목서간들에만 간신히 그 윤곽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조금 반영되어 나올 뿐이다(1디모 3, 2; 디도 1, 7).


이 글은 카테고리: 신약성경이야기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유주소를 북마크하세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