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잔

한마디로 말해,
‘잔’이란 술을 담아서 마시기 위한 그릇이지만
마실 것의 분량을 재는 데에도 쓰입니다.
항아리나 병에서 잔으로 하나씩 차는 분량을 따를 수가 있습니다.

또 같은 잔이 여러가지 마실 것,
맛좋은 술이나 포도주 또는 쓰디쓴 약을 마시는 데 쓰이는 가하면
때로는 독을 마시게 하는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잔은 사람 저 마다의 운명을 정한다는 의미를 띠게 됩니다.

포도주를 마시는 줄 알았는데
그안에 든 독으로 살해되는 사건도 있어,
옛날 임금들은 시음하는 종을 따로 두어
잔에 독에 있는지 없는지를 미리 확인시겼습니다.
이러한 의미로 성서에는 잔이 ‘사람의 운명을 나타내’는 비유가 되었습니다.

시편에
“야훼의 손에는 거품 이는 술잔이 당신 진노의 술잔이 들려 있어서—
배반하는 자들이 이를 마셔야 하느니”(75,8),”깨어라 깨어라,
너 아훼의 손에서 진노의 큰 잔을 다 받아 마신 예루살렘아”(이사51,17) 한 대목들은
모두 다 불운을 가리키는 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반대로 행운의 예로는 시편에
“원수들 보라는 둣 상을 차려주시고,
기름부어 내머리에 발라 주시니,
내잔이 넘치옵니다”(23,5)
“구원의 감사잔을 받들고서 야훼의 이름을 부르리라”(116,13) 하였습니다.

신약성서에서는
악운의 상징으로도 나옵니다.
“예수께서 베드로에게 ‘그 칼을 칼집도로 꽂아라,
아버지께서 나에게 주신 이고난의잔을 내가 마셔야 하지 않겠느냐’ 하고 말씀하셨다”(요한18,11).이 잔은 예수님 께서 받으실 고난과 죽음의 운명의 잔입니다.

십자가 수난 전에 예수님께서는
“아버지, 아버지의 뜻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라면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요.
그러나 제 뜻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십시오”(루가 22,42)하며
올리브 산에서 참담한 기도를 바치십니다.

최후의 만찬 자리에서 예수님께서는
“잔을 들어 감사의 기도를 올리시고 그들에게 돌리시며
‘너희는 모두 이 잔을 받아 마셔라.
이것은 나의 피다,
죄를 용서해 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내가 흘리는 계약의 피다'”(마태 26,27-28)하시며
죽음의 잔을 당신의 십자가상 희생의 표시로 삼으십니다.

바오로는 고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러므로 여러분은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때마다
주님의 죽음을 선포하고 이것을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하십시오”(1고린 11,26)하며
같은 내용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미사에서 쓰는 잔은 ‘성작’이라고 부릅니다.
성서와는 직접 관계가 없는 이야기 입니만
‘성작 전설’이라는 것이 중세 무렵에 생겼습니다.
예수님께서 최후 만찬 때에 쓰셨고,
아리마태아의 요셉이 그것으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피를 받았다는,
이른바’거룩간 잔’을 기사들이 찾아다닌 이야기가 그것입니다.

이 설화가 영국의 아서왕 전설의 중심 주제가 되어
이 성작을 찾는 일이야말로 덕이 높은 기사의 사명이라고 생각하였던 것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자에게는 성작이 전설이 아니라
미사에 참여 할 때마다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신 예수님의 성혈이라는 최고의 은혜를 받는 그릇입니다.
이렇듯 잔은 더 이상 운명을 나타내는 그 무엇이 아니라 대은이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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