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기 강좌
파라오의 굳은 마음, 어떻게 해야만 될까요? 그 굳은 마음은 내 마음과도 같습니다. 내가 듣고자 하는 것, 내가 하고자 하는 것, 내 이익이 되는 것 이외에는 관심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 모습이 바로 파라오의 모습이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하느님께서는 파라오에게 메뚜기 떼를 보내시는데…,
10) 여덟째 재앙: 메뚜기 소동
하느님께서 재앙을 내리시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힘없는 백성들을 노예로 만들어 착취하는 파라오에게 하느님 두려운 줄을 알게 하시려는 것이다. 힘이 있다하여 힘없는 사람을 괴롭혀 서는 안 되고, 재물이 있다하여 재물이 없는 사람을 업신여겨서도 안 된다. 평화는 힘에 의해서가 아니요, 자신의 권리는 남의 인권을 짓밟아서 얻어서도 안 되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재앙을 통해서 이것을 가르쳐 주고 계신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파라오에게 가거라. 그의 마음과 그 신하들의 마음을 완강하게 만든 것은 나다. 그것은 그들 한가운데에 나의 이 표징들을 일으키려는 것이고, 2 내가 이집트인들을 어떻게 다루었는지 그리고 내가 그들에게 어떤 표징들을 이루었는지 네가 너의 아들과 너의 손자에게 들려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며, 내가 주님임을 너희가 알게 하려는 것이다.”(탈출기 10,1-2)
모세와 아론은 파라오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였다.
“주 히브리인들의 하느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언제까지 내 앞에서 굽히기를 거부하려느냐? 내 백성을 내보내어 나를 예배하게 하여라. 4 네가 나의 백성을 내보내기를 거부한다면, 나는 내일 너의 영토 안으로 메뚜기 떼를 끌어들이겠다. 5 메뚜기들이 온 땅을 덮어 땅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것들은 우박의 피해를 입지 않고 남은 것들을 먹어 버리고, 들에서 자라는 너희의 나무들도 모조리 먹어 버릴 것이다. 6 또 너의 궁궐과 네 모든 신하의 집과 모든 이집트인의 집이 메뚜기로 가득 찰 것이다. 이는 너의 아버지와 너의 조상들이 이 땅에서 살기 시작한 날부터 오늘까지 일찍이 보지 못한 일이 될 것이다.’” (탈출기 10,3-6)
메뚜기가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동안 파라오의 신하들은 하느님의 전능을 체험하였다. 신하들은 파라오에게 히브리인들이 하느님께 예배드릴 수 있도록 허락하자고 청을 하였다.
“저자가 언제까지 우리에게 올가미가 되도록 내버려 두시렵니까? 저자들을 내보내시어 주 그들의 하느님께 예배드리게 하십시오. 이집트가 망한 것을 아직도 모르십니까?”(탈출기 10,7)
그러자 파라오는 한 발 양보하여 모세와 아론을 불렀다. 그리고 가서 하느님께 예배를 드리라고 허락하면서 예배를 드리러 가야할 대상을 물었다. 그러자 모세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저희의 아이들과 노인들을 데리고 가야겠습니다. 아들딸들과 함께, 양 떼와 소 떼도 몰고 가야겠습니다. 저희가 주님의 축제를 지내야 하기 때문입니다.”(탈출기 10,9)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의 모든 사람과 모든 것이 축제를 지내러 가야 한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파라오는 모세의 계획을 간파한 것 같다. 단순하게 하느님께 제사를 드리려고 함이 아님을 모세의 말에서 알아차린 것이다. 그냥 어른들만 다녀오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노인들, 그리고 양 떼와 소 떼까지 몰고 가겠다는 말에서 파라오의 귀에는 “이제 이집트를 떠나겠소.”라는 말로 들렸기 때문이다. 그러자 파라오는 이렇게 말하면서 모세와 아론을 쫓아냈다.
“아무리 주님께서 너희와 함께 계시다 한들, 내가 너희와 너희 어린것들을 함께 내보낼 성싶으냐? 너희가 흉계를 꾸미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11 어림도 없다. 장정들이나 가서 주님께 예배드려라. 이것이 너희가 바라던 것이 아니냐?”(탈출기 10,9-10)
하느님께서는 모세와 아론이 쫓겨날 것임을 알고 계셨다. 이제 모세와 아론도 하느님의 계획을 알 고 있다. 그래서 좌절하지 않는다. “파라오 때문에 도저히 안 되겠습니다.”라고 하느님께 탄원하지 않는다. 이제 모세와 아론은 자신들의 뜻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변화되어 가는 것이다. 하지만 다시 큰 벽에 부딪치게 되면 하느님의 뜻을 거스리고 자신들의 뜻을 이루려고 발버둥치게 될 것이다.
파라오에게서 쫓겨나온 모세에게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 손을 이집트 땅 위로 뻗어라. 그리하여 메뚜기 떼가 이집트 땅으로 몰려와 땅의 풀을 모조리, 우박이 남겨 놓은 것을 모조리 먹어 버리게 하여라.”(탈출기 10,12)
모세가 이집트 땅 위로 지팡이를 뻗자, 주님께서 그날 온종일, 그리고 밤새도록 그 땅으로 샛바람을 몰아치셨다. 아침이 되어 보니, 샛바람이 이미 메뚜기 떼를 몰고 와 있었다. 메뚜기 떼가 이집트 온 땅에 몰려와, 이집트 온 영토에 내려앉았다. 파라오의 완고한 마음은 이처럼 엄청난 메뚜기 떼를 몰고 온 것이다. 메뚜기 떼가 온 땅을 모두 덮어 땅이 어두워졌다. 그러고는 우박이 남긴 땅의 풀과 나무의 열매를 모조리 먹어 버렸다. 그리하여 이집트 온 땅에는 들의 풀이고 나무고 할 것 없이 푸른 것이라고는 하나도 남지 않았다.1)
상황이 이렇게 급박하게 돌아가자 파라오가 서둘러 모세와 아론을 불러 말하였다.
“내가 주 너희 하느님과 너희에게 죄를 지었다. 17 그러니 이번만은 내 죄를 용서하고 주 너희 하느님께 기도하여, 이 치명적인 재앙을 내게서 거두어 주시게만 해 다오.”(탈출기 10,16-17)
파라오는 하느님께 죄를 지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모세와 아론에게도 죄를 지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번만은 자신의 죄를 용서해 주고, 하느님께 기도하여 이 재앙을 거두어 달라고 청한다. “내게서” 거두어 달라고 말하는데, 이집트는 결국 파라오의 것이고, 이집트의 피해는 파라오의 피해가 된다. 또한 이 재앙이 자신의 고집과 죄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 “내게서”라는 말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재앙은 결국 자신의 통치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기에 “내게서”라는 말이 적합한 것 같다.
모세가 파라오에게서 물러 나와 주님께 기도하였다. 그러자 주님께서 바람을 매우 세찬 하늬바람으로 바꾸셨다. 그 바람이 메뚜기 떼를 몰고 가서 갈대 바다로 처넣으니, 이집트 온 영토에 메뚜기가 한 마리도 남지 않았다. 갈대 바다라는 표현은 주변에 갈대가 무성히 자라는 매우 넓은 물을 가리킨다. 그것이 바다일 수도 있고, 담수호일 수도 있다.2)
하지만 파라오는 눈앞의 재앙이 사라지자 마음이 변하였다. 하느님께서도 파라오가 마음이 완고하여 당신 백성을 내보내지 않을 것임을 알고 계셨다. 파라오는 이스라엘 자손들을 내보내지 않았다.
11) 아홉째 재앙: 어둠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하늘로 손을 뻗어라. 그리하여 어둠이, 손으로 만져질 듯한 어둠이 이집트 땅을 덮게 하여라.”(탈출기 10,21)
모세가 하늘로 손을 뻗자, 사흘 동안 짙은 어둠이 이집트 온 땅을 덮었다. 사흘 동안 사람들은 서로 볼 수도 없었고 자리를 뜰 수도 없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자손들이 사는 곳은 어디에나 빛이 있었다.
3-4월에 사막에서 뜨거운 모래 폭풍이 불어오고 그 황사 현상 때문에 천지가 어두워지고 숨이 막히게 된다. 이러한 호아사 열풍은 대개 3일간 지속되다가 끝나는데, 이때 이 열풍이 멎으면 사람들은 기쁨의 환호성을 지른다고 한다. 그런데 이 어둠의 재앙은 자연 현상이 아니라 하느님께 하시는 것이고, 그래서 그 증거로 이스라엘 백성이 사는 곳에는 아무런 재앙이 없다는 것을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파라오가 모세를 불러 말하였다.
“너희는 가서 주님께 예배드려라. 다만 너희 양 떼와 소 떼만은 남겨 두어라. 어린것들은 너희와 함께 가도 좋다.”(탈출기 10,24)
파라오는 히브리인들을 내 보내면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다만 양 떼와 소 떼만은 남겨 두고 가라고 말하였다. 먹고 살 길이 없으면 다시 돌아오게 되어 있기에 그렇다. 사실 아이들이 가출을 하면 돈이 떨어지면 결국 거지가 되서 돌아온다. 그리고 매를 맞는 아내들도 경제적인 능력이 없으면 다시 그 폭력의 소굴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파라오는 “그래! 노인들 하나둘 쓰러지고, 애들 배고프다고 징징대면 돌아오겠지!”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자 모세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임금님께서도, 주 저희 하느님께 저희가 바칠 희생 제물과 번제물을 내주셔야 하겠습니다. 26 그리고 저희의 집짐승들도 저희와 함께 가야 합니다. 한 마리도 남아서는 안 됩니다. 그 가운데에서 주 저희 하느님께 바칠 것을 골라야 하는데, 저희가 그곳에 다다를 때까지는 주님께 무엇을 바쳐야 할지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탈출기 10,25-26)
가축들을 놓고 다녀오라는 파라오의 말에 모세는 오히려 파라오도 하느님께 바칠 희생 제물과 번제물을 내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양 떼와 소 떼를 모두 데리고 가야 하는 이유는 그곳에 다다를 때까지는 주님께 무엇을 바쳐야 할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을 한다.
파라오는 답답할 것이다. 재앙은 계속 일어나고, 백성들은 원망의 소리가 높아지고, 신하들은 압력을 가해오고, 모세에게 제시한 조건들은 하나도 먹혀들어가지 않고, 그렇다고 노예라고 생각하여 무시한 존재들에게 굴복하기는 싫고…, 결국 파라오가 선택한 것은 강경노선이다. “안돼, 못해”
파라오는 모세에게 “나에게서 썩 물러가라. 다시는 내 얼굴을 보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네가 내 얼굴을 보는 날 너는 죽을 것이다.”(탈출기 10,28)라고 말하면서 모세를 내쫓았다. 그런데 모세는 여기에 굽히지 않고 이렇게 말하였다.
“말씀하신 대로, 저도 임금님의 얼굴을 다시는 보지 않겠습니다.” (탈출기10,29)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왕이요, 신의 아들로 자처하는 사람에게, 절대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사람에게 당당하게 말하는 모세의 모습. 이 모습이 바로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다. 하느님의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두려워하는 것은 하느님의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하느님께서는 파라오가 허락하여 이스라엘백성을 이집트에서 내 보내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힘으로 당신 백성을 이끌어 내신다는 것을 보여주려 하신다.
12) 열째 재앙의 예고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파라오와 이집트에 한 가지 재앙을 더 내리겠다. 그런 다음에야 그가 너희를 이곳에서 내보낼 것이다. 그가 너희를 내보낼 때에는 아예 너희를 모조리 이곳에서 내쫓을 것이다. 2 백성에게 일러, 남자는 이웃 남자에게, 여자는 이웃 여자에게 은붙이와 금붙이를 요구하게 하여라.”(탈출기 11,1-2)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인들에게 호감을 사도록 해 주셨다. 그리고 이 모세라는 사람은 이집트 땅에서 파라오의 신하들과 백성의 눈에 위대한 인물로 보였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이 아무것도 없이 광야로 나서기를 원치 않으셨다. 그동안 노예살이로 고생했던 보상을 하느님께서는 이런 식으로 이집트인들에게서 받아내게 하시는 것 같다.3)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당신의 마지막 계획을 알려 주셨다. 하느님께서 한 밤중에 이집트 가운데를 지나가실 것임을, 그러게 되면 왕좌에 앉은 파라오의 맏아들부터 맷돌 앞에 앉은 여종의 맏아들까지 이집트 땅의 맏아들과, 짐승의 맏배들이 모조리 죽을 것임을 알려 주셨다. 그렇게 되면 이집트 온 땅에서 이제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큰 곡성이 터질 것이다. 맏아들 잃고 슬퍼하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이스라엘 자손들에게는 개조차 짖지 않을 것임을, 사람에게나 짐승에게나 그러할 것임을 말씀해 주셨다. 그 이유는 하느님께서 이집트인들과 이스라엘인들을 구분하였음을 이스라엘 백성이 알게 하려는 것이었다.
모세는 이 사실을 파라오에게 통보하였다.
“이렇게 되면 임금님의 신하들이 모두 내려와 저에게 엎드려, ‘그대와 그대를 따르는 백성은 모두 떠나가 주시오.’ 하고 말할 것입니다. 그제야 저는 떠나가겠습니다.”(탈출기 11,8)
그리고 모세는 노기에 차 파라오에게서 물러 나왔다. 이제 협상은 끝난 것이다. 이처럼 당당한 모세의 모습은 마치 베드로 사도가 부활을 체험하고, 성령을 가득히 받아 예수님의 이름으로 가르치고, 앉은뱅이를 일으키는 모습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느님께 의지하고,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두려움이 없고, 타협하는 법이 없다. 비록 자신의 목숨을 잃는다 해도 말이다.
하느님께서는 파라오에게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라오는 하느님의 권능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느님께서는 파라오를 위해서 많은 재앙을 내리셨다. 그러나 파라오는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 순간만을 모면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했다.
파라오의 모습 안에서 예수님께서 회개하지 않는 고을들을 향하여 꾸짖으신 말씀이 떠 오른다.
20 그때에 예수님께서 당신이 기적을 가장 많이 일으키신 고을들을 꾸짖기 시작하셨다. 그들이 회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1 “불행하여라, 너 코라진아! 불행하여라, 너 벳사이다야! 너희에게 일어난 기적들이 티로와 시돈에서 일어났더라면, 그들은 벌써 자루옷을 입고 재를 뒤집어쓰고 회개하였을 것이다. 22 그러니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심판 날에는 티로와 시돈이 너희보다 견디기 쉬울 것이다. 23 그리고 너 카파르나움아, 네가 하늘까지 오를 성싶으냐? 저승까지 떨어질 것이다. 너에게 일어난 기적들이 소돔에서 일어났더라면, 그 고을은 오늘까지 남아 있을 것이다. 24 그러니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심판 날에는 소돔 땅이 너보다 견디기 쉬울 것이다.” (마태오 11,20-24)
파라오에게는 더 이상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없다. 아니 더 이상 보여주어도 변화되지 않을 것이다. 이제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전능을 보여주실 것이다. 출애굽이 파라오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하느님 당신의 힘에 의해 이루어 진 것임을 보여 주실 것이다.
13) 함께 생각해 봅시다.
① 내가 만일 파라오였다면 어떤 재앙 앞에서 하느님께 두 손을 들었을까요? 물이 피가 되는 것, 개구리 소동, 모기소동, 등에 소동, 가축병, 종기, 우박, 메뚜기 소동, 어둠.
② 이제 한 가지 재앙만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를 떠나게 될 것입니다. 혹시 하느님께서도 나에게 한 번의 기회만을 더 주시기로 작정하고 계시지는 않을까요? 그렇다면 내가 그동안 완고하게 고집을 피웠던 것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어떤 것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