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빛이 어둠을 몰아내듯이

 



“스승님! 조선과 청나라와의 관계에서 본다면 신앙의 자유도 청나라에서 요구하면 될 것이라 생각되옵니다. 북경에 계신 주교님께 부탁을 드리는 것이옵니다. 먼저 교황님께서 청국의 황제에게 조선에서 신앙의 자유와 선교사를 받아들이도록 힘을 써달라고 요청하는 것이옵니다. 그것이 어려우면 청나라 황제에게 부탁하여 조선을 청국에 예속시키고 조선왕조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신앙의 자유를 얻는 것이옵니다. 그것도 아니 된다면 서양 그리스도교 국가에서 군대와 무기를 실은 함대를 조선에 파견할 것을 요청하여 무력 시위를 통하여 조선에서의 신앙의 자유를 보장받는 것이옵니다.”




“이 사람아! 그렇게 된다면 비록 우리가 신앙의 자유는 얻을지언정 남의 나라의 속국이 되는 것이 아닌가? 이 한 몸 편하자고 이 나라를 속국으로 만든단 말인가? 안될 말일세.”




“스승님! 그것이 아니옵니다. 앞으로 닥쳐올 박해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겠사옵니까? 불 보듯 뻔한 상황이옵니다. 제가 드리고자 하는 말씀은 평화적인 방법으로는 신앙의 자유를 얻을 수 없으니 다른 힘을 빌리자는 것이옵니다. 얼마나 많은 피가 흘려야 이 땅에 신앙의 자유가 보장되겠사옵니까? 천주님을 알았기에 그분을 사랑할 수밖에 없고, 조정에서 천주님을 믿는 모든 사람을 죽인다 하더라도천주님을 위해서 목숨을 내어놓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천주님을 저버리지 못하는 것처럼 천주님께서도 결코 이 땅을 포기하지 않으실 것이옵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이옵니다. 우리 힘으로는 결코 이 박해를 막을 수가 없사옵니다. 우리의 힘만으로는 양반도 없고 천민도 없는 그런 평등한 세상을 만들 수 없사옵니다.”




“이보게, 알렉산델! 사실 교회내에서 자네처럼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던 것은 아니라네. 우리 힘으로는 이 땅에 신앙의 자유를 심을 수 없고, 우리 힘으로는 지금 고통에 신음하는 백성들을 구할 수 없다네. 하지만 그 방법은 이 나라를 위해서는 결코 옳은 방법이 아닐세.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천주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는 것뿐이라네. 천주님께서 심으셨으니 천주님께서 키워주실 것이야.”




“……”




떠오르는 햇살에 호롱불이 빛을 잃어 가는 것처럼 인간의 노력도 보잘 것 없는지도 모른다. 내가 아무리 어둠을 밝히려해도 불가능한 것을 한 줄기 햇살이 그 모든 것을 순식간에 해결하듯이 결국 인간도 천주님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황사영 알렉산델은 그 새벽빛을 기다린다는 것이 너무도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더욱 갑갑할 수밖에 없었다.




“알렉산델! 우리가 그것을 걱정하기보다는 앞으로 닥쳐올 박해이후의 교회를 생각해야 될 것이네. 이제는 자네 같은 젊은이들이 교회를 짊어지고 나가야 할 것일세. 박해는 오히려 우리의 신앙을 더욱 굳세게 할 것이며 신자들을 한곳으로 모이게 할 것일세. 그렇다면 자네 같은 젊은 세대가 그들을 이끌어야 할 것일세. 그러니 자네는 이 박해가 잠잠해질 때까지 어디 조용한 곳에 가서 몸을 숨기도록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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