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이들이 대역죄인으로

 

한편 권력을 쥔 사람들은 정약종 아우구스티노의 분합사건 이후로 더욱 강력하게 박해의 칼을 갈았다. 신임포도대장 신대현이 천주교인들에 대한 색출과 체포를 중지하자 그들은 대왕대비에게 포도대장과 신자들의 처벌을 요구하였다.




“대왕대비마마! 신 영의정 심환지 아뢰오. 극악무도한 대역죄인 정약종의 죄가 온 천하에 들어 났는데도 포도대장 신대현은 아직 정약종을 체포하지 아니하였다 하옵니다. 더 나아가 신대현은 천주교도들의 체포를 중단시켰다 하옵니다.”




이 말을 들은 정순왕후는 노발대발하였다.




“지금 무엇이라고 했소? 그것 때문에 이유경을 파면하고 신대현을 임명했거늘 신대현이 천주교인들을 두둔했단 말이오? 신대현도 천주교도란 말이오! 당장 신대현을 파면하고 그의 처사를 무효화 하시오. 그리고 신대현을 불러들여 그 죄를 물을 것이며, 이제부터는 천주학쟁이들을 의금부로 옮겨서 다루도록 하시오”




조선의 법률에 의하면, 관직에 있는 사람과 불경죄나 반역죄로 기소된 개인은 의금부에서 다루게 되어 있고, 포도청은 소유권을 침해하는 범죄만을 다루게 되어 있었다. 다른 종류의 범죄에 대하여는 형조가 있어, 거기에서 서민들뿐만 아니라 아무 공직도 가지고 있지 않은 모든 양반도 끌려갈 수 있었다. 천주교인들은 그 때까지는 포도청으로 압송되었었다. 그러나 이제 의금부로 옮긴다는 것은 천주교인들을 역적으로 몰아 처벌하겠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한편 강 골롬바의 집에서 피신 나온 주문모 신부는 은신처에서 강 골롬바와 함께 깊은 시름에 잠겨 있었다.




“신부님! 이제 천주교신도들을 대역죄인으로 다룬다 하옵니다. 많은 신자들이 체포되었고, 정약용 요한 형제, 이승훈 베드로 형제도 체포되어 의금부로 끌려갔다 하옵니다.”


“…….”




“신부님! 그리고 정약종 아우구스티노 형제와 권철신 암브로시오 형제도 이미 체포령이 내려진 상태라 하옵니다.”




주문모 신부는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천주님께서는 이 땅에 신앙의 뿌리가 깊이 내리도록 하기 위해서 많은 증거의 피를 요구하시는 것 같습니다.”




“신부님! 배교자 김여삼이가 제가 신부님을 모시고 있다는 것을 밀고했으니 이제 저도 신부님을 모시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저에게도 순교의 화관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같사옵니다.”




주문모 신부는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이온데, 이 박해가 잠잠해 질 때까지 본국으로 돌아가 계심이 어떠하겠는지요? 지금 조정에서는 신부님을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사옵니다. 그런데 더 이상 안전하게 신부님을 모실 곳이 없사오니 이 박해가 끝날 때까지 만이라도 본국으로 돌아가 계심이 좋을 듯 하옵니다. 아마 조정에서도 신부님께서 중국으로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면 박해의 고삐를 좀 늦추리라 생각이 되옵니다.”




“형제들이 피를 흘리면서 죽어가고 있는데 나 혼자 피하란 말이오? 나는 그렇게는 못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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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guest 님의 말:

     

    한편 권력을 쥔 사람들은 정약종 아우구스티노의 분합사건 이후로 더욱 강력하게 박해의 칼을 갈았다. 신임포도대장 신대현이 천주교인들에 대한 색출과 체포를 중지하자 그들은 대왕대비에게 포도대장과 신자들의 처벌을 요구하였다.


    “대왕대비마마! 신 영의정 심환지 아뢰오. 극악무도한 대역죄인 정약종의 죄가 온 천하에 들어 났는데도 포도대장 신대현은 아직 정약종을 체포하지 아니하였다 하옵니다. 더 나아가 신대현은 천주교도들의 체포를 중단시켰다 하옵니다.”


    이 말을 들은 정순왕후는 노발대발하였다.


    “지금 무엇이라고 했소? 그것 때문에 이유경을 파면하고 신대현을 임명했거늘 신대현이 천주교인들을 두둔했단 말이오? 신대현도 천주교도란 말이오! 당장 신대현을 파면하고 그의 처사를 무효화 하시오. 그리고 신대현을 불러들여 그 죄를 물을 것이며, 이제부터는 천주학쟁이들을 의금부로 옮겨서 다루도록 하시오”


    조선의 법률에 의하면, 관직에 있는 사람과 불경죄나 반역죄로 기소된 개인은 의금부에서 다루게 되어 있고, 포도청은 소유권을 침해하는 범죄만을 다루게 되어 있었다. 다른 종류의 범죄에 대하여는 형조가 있어, 거기에서 서민들뿐만 아니라 아무 공직도 가지고 있지 않은 모든 양반도 끌려갈 수 있었다. 천주교인들은 그 때까지는 포도청으로 압송되었었다. 그러나 이제 의금부로 옮긴다는 것은 천주교인들을 역적으로 몰아 처벌하겠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한편 강 골롬바의 집에서 피신 나온 주문모 신부는 은신처에서 강 골롬바와 함께 깊은 시름에 잠겨 있었다.


    “신부님! 이제 천주교신도들을 대역죄인으로 다룬다 하옵니다. 많은 신자들이 체포되었고, 정약용 요한 형제, 이승훈 베드로 형제도 체포되어 의금부로 끌려갔다 하옵니다.”

    “…….”


    “신부님! 그리고 정약종 아우구스티노 형제와 권철신 암브로시오 형제도 이미 체포령이 내려진 상태라 하옵니다.”


    주문모 신부는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천주님께서는 이 땅에 신앙의 뿌리가 깊이 내리도록 하기 위해서 많은 증거의 피를 요구하시는 것 같습니다.”


    “신부님! 배교자 김여삼이가 제가 신부님을 모시고 있다는 것을 밀고했으니 이제 저도 신부님을 모시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저에게도 순교의 화관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같사옵니다.”


    주문모 신부는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이온데, 이 박해가 잠잠해 질 때까지 본국으로 돌아가 계심이 어떠하겠는지요? 지금 조정에서는 신부님을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사옵니다. 그런데 더 이상 안전하게 신부님을 모실 곳이 없사오니 이 박해가 끝날 때까지 만이라도 본국으로 돌아가 계심이 좋을 듯 하옵니다. 아마 조정에서도 신부님께서 중국으로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면 박해의 고삐를 좀 늦추리라 생각이 되옵니다.”


    “형제들이 피를 흘리면서 죽어가고 있는데 나 혼자 피하란 말이오? 나는 그렇게는 못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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