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계시

신앙보다는 환시, 기적, 예언의 현상에 치중하는 개인의 종교적 체험을 바탕으로 신자들에게 그릇된 신앙관을 조장하는 여러 사례들이 교회 내에 침투되어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특히 ‘사적계시’라는 이름으로 전파되고 있기에 건전한 신앙생활로 무장되어 있지 않은 신자들에게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들은 최근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성령운동이나 성모신심 운동에 기생하거나 이를 이용하여 하나의 신심운동으로 정형화·조직화되어 가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 여기에 가담하고 있는 사람들의 주장에는 교회의 가르침과 어긋나는 부분들이 많다. 그들 중에는 이미 교히의 품을 떠나 신흥종교 형태로 확립된 조직체들도 있다. 교회 내부로부터 파생되는 이러한 현상은 계시와 신앙에 대한 올바른 이해 부족때문이며, 특히 그릇된 ‘사적계시 현상’에 대한 잘못된 집착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사적계시의 가치와 식별 기준을 살펴봄으로써 그릇된 ‘사적계시’에 대해 대처하고자 한다.


사적계시의 가치: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당신의 구원 계획을
충만히 알려주셨다. 이 계시는 그리스도의 구원 계획을 충만히 알려주셨다. 이 계시는 그
리스도의 구원 사건을 직접 증언한 마지막 사도의 죽음과 더불어 종결되었으며 완성되었
다. 이렇게 ‘단 한번 영원히'(semel et semper) 이루어진 ‘공적계시’는 성령안에서 교회를
통하여 보존되고 재현되어, 온 시대의 만인이 그리스도의 구원 사건에 참여할 수 있게 되
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도래 이후 사도들을 통하여 ‘공적계시’가 종결되고 완성되었기
때문에 인류의 구원과 관련하여 인류가 처해있는 근본 상황에 대한 새로운 계시를 기대
해야 할 이유가 없다. 곧 ‘공적계시’에 어떠한 내용도 첨가시키지 말아야 한다. 단지 구원
경륜의 현 단계 중, 신앙인들이 삶의 구체적인 상황 안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그
들에게 깨우쳐주고 또 그들이 다양한 실천 활동을 할 때 그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기 위하여 이 ‘공적계시’가 더욱 깊이 이해되어야 할 뿐이다.
‘공적계시’와 구분하려고 교회는 ‘사적계시’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말은 계시가 반
드시 어떤 특정 개인만을 위한 계시임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간혹 어떤 단체 또는 역
사의 특별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는 교회 전체에 해당되기도 한다. 그래서 교회는 ‘사적
계시’를 ‘특별계시’ 또는 ‘특수계시’ 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느님께서는 특별한 순간에 특
수한 방법으로 ‘사적계시’를 통해 개입하시지만, 그것은 ‘공적계시’의 내용을 더욱 깊게 이
해하고 살도록 하려는 것이다. ‘사적계시’ 는 특수한 전달 방법으로 드문 방법이며, ‘공적
계시’의 내용을 더욱 깊게 이해하고 살도록 이끌어주는 좀더 정상적이고 일상적인 방법은
교회의 전례 생활과 성서 묵상 나눔과 설교 듣기 등이다.


식별 기준: ‘사적계시’가 실제로 하느님에게서 온 것인지를 식별하기 위한 전통적 기준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 기준은 교리적인 것이다. ‘사적계시’가 전하고 있는 내용의 정통성
과 관련된 것이다. 그 내용은 교회의 공적인 가르침에 따른 계시의 내용에 부합되어야 한
다. 따라서 ‘사적계시’가 교회에서 가르치는 신앙의 진리나 도덕성에 상반된다면 잘못된
것으로 여겨야 한다. 둘째 기준은 심리적인 것으로서 ‘사적계시’를 받는 주체와 관련된 것
이다. 그 주체가 균형 잡힌 인격체인지 아니면 병리적 경향을 가지고 있는지를 살펴보아
야 한다. 예를 들면, 계시를 받기에 부적합한 주체의 적성은 진실성의 결여, 진리를 과장
하거나 지어내는 습성, 거짓 증언, 경솔함이다. 반대로 계시를 받기에 적합한 주체의 대표
적인 세 가지 적성은 참된 겸손, 자신의 관심거리만을 찾지 않는 순종, 시련과 모함 중에
도 강한 영적인 능력의 소유를 들 수 있다. 이러한 적성이 절대적인 식별 기준은 아니더
라도 주체의 증언에 대한 신뢰성을 헤아릴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이 된다. 셋째 기준은 이
주체 자신이나 그들 주변 인물들 안에서 발생되는 영적 결실들의 효과에서 유래한다. 여
기에서 계시로 인정받을 수 있는 조건의 영적인 결실로 기쁨, 평화, 사랑, 거룩함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영적 결실을 거스르는 말이나 행위들은 계시의 정당성을 입증하지 못하
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대처 방안: 1) 정상적이고 일상적인 교회 생활을 통하여 교회의 신앙 감각을 익힌다.2)
교회의 영적 지도자나 사목자는 교회의 전통적인 식별 기준에 따라 ‘그릇된 사적계시 현
상’을 지적하며 인내심을 가지고 가담자들과 꾸준히 상담한다.3) 올바른 성령운동과 성모
신심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지도한다.4) 교회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적계
시’들은 따르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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