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성사의 설정과 발전

1) 설정
인자하신 성부께서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세상을 당신과 화해시키시고 그 십자가의 피
로써 천상 천하의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드심으로 당신의 자비를 드러내셨다(2고린 5,18.
골로 1,20). 사람이 되신 천주 성자께서는 사람들을 죄의 멍에에서 해방시키시고 (요한
7\8, 34-36) 당신 광명에로 부르시기 위하여 (1베드 2,9) 사람들 가운데 사셨으며, “회개
하고 복음을 믿으라”(마르 1,15)하시며 참회를 요구하시면서 당신의 지상 사명을 시작하
셨다.
예수께서는 죄를 버리고 마음을 다하여 주님께로 돌아오라고(루가 15장) 사람들에게 권
고하셨을 뿐 아니라 죄인들을 받아들여 성부와 화해시키셨다(루가 5,20. 27-32; 7,48) 또
한 병자들을 고쳐주심으로써 죄를 사하시는 당신의 권위를 보여주셨다(마태 9,28). 죄스
런 인류를 불쌍히 여기시는 예수님의 자비의 절정은 죄인들을 위하여 속죄하고 화해하는
수난과 죽음이었다. 잡히시던 날 밤에 당신의 피로써 죄를 사하기 위한 새 계약의 제사
를 세우시고(마태 26,28) 당신이 부활하신 다음에 사도들에게 성령을 주시어 죄를 사할
권한을 맡기시고(요한 20,19-23) 당신 이름으로 참회와 사죄의 기쁜 소식을 전할 직무를
맡기셨다(루가 24,47).
죄에 대한 예수님의 승리는 세례 때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드러나고, 세례로써 묵은 사람
이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혀 죄의 몸이 멸하고 우리가 죄의 노예가 되지않고 오
직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여 하느님을 위하여 살게 되는 것이다(사도 3, 19.26; 17,30).
또한 미사성제에서 그리스도의 수난이 재현되고 우리를 위하여 바쳐진 그리스도의 몸과
죄의 사함을 위하여 흘려진 그리스도의 피를 교회가 인류의 구원을 위하여 다시 천주께
봉헌함으로써 화해와 속죄의 직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화해의 직무를 위한 교회의 임무와 권한은 고해성사의 집전에서 절정에 달한다.
교회는 부활하신 날에 당신 제자들에게 하신 예수님의 말씀에서 고해성사의 설정을 보고
있다. “성령을 받아라 누구의 죄든지 너희가 용서해 주면 그들의 죄는 용서받을 것이고
용서해 주지않으면 용서받지 못한 채 남아 있을 것이다”(요한 20,23) 이와같이 교회는 신
앙인의 단체로서 또 계속 살아계신 그리스도로서 화해의 표지요 도구가 된다. 예수님의
위탁으로 교회는 진정한 믿음으로 회심하고 화해를 청하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赦罪의
말씀을 건네야 한다.

2) 역사적 발전과정
고해성사의 역사는 교회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교회는 초대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형성
된 후 세례를 받은 신자들의 범죄에 모순을 느꼈고, 자신을 구원의 공동체인 새 이스라
엘로 이해하면서 이에대한 대처에서 예식이 생겨났다. 그리고 역사를 거치면서 다양하게
거행되면서 변화되었다. 사도시대 이후 부터 오늘에 이르기 까지 이 성사의 역사적 발전
과정을 간단히 요약하면 네시기로 나눌 수 있다.
(1) 제 1기(1-6세기)
세례를 받은 이후에도 인간의 나약한 본성은 다시 죄에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세례 후
다시 죄에 떨어진 죄인에게 참회의 기회가 주어졌다. 그러나 그것은 일생에 단 한번 뿐
이었다. 대체로 2세기에서 8세기까지 교회법적 고해성사는 일생에 한번만 받을 수 있었
고 때에 따라서 주교의 판단에 따라 생의 마지막으로 연기되기도 하였다. 그 당시 참회
과정은 세 단계로 구별할 수 있다. (ㄱ)죄인이 주교에게 죄를 고백하면 (ㄴ) 죄인은 일정
기간 동안 참회와 보속생활을 해야한다. (ㄷ) 주교는 죄인에게 화해를 베풀어 강복하고
성찬의 전례의 참석을 허용한다. 예식의 순서에서 볼 수 있듯이 교회의 개입과 올바른
회개의 진실함을 드러내기 위한 공적인 참회행위에 강조점이 있다. 이렇게 참회의 일회
성과 참회의 진실함을 드러내기 위한 엄격한 참회때문에 교회 공동체의 참여는 급격히
감소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입교를 임종시까지 미루거나 기피하였다. 또한 하느님의 자비
로우심이 가련하고 나약한 인간들에게 무관심할 수 없다는 확신으로 교회를 통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하느님과 관계를 조절하려는 움직임이 커갔다. 더욱이 죄의 용서가 하느님의
자비보다는 인간의 노력에 달렸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기고 있었다.

(2) 제 2기(6-12세기)
공적 참회가 지속되었고 동시에 6세기 말엽에 아일랜드 수도자들이 유럽대륙에 넘어오면
서 “지정보속제도”양식이 들어왔다. 이 새로운 참회제도는 찬반 양론 가운데 서서히 전
파되고 수용되어 갔다. 카롤링거 시대(9-10세기)에 한번 더 옛 참회제도로 돌아가려는
분위기가 있었으나 9세기 후반부터 공적대죄에는 공적 참회를 실시하고, 비밀대죄에는
비밀참회를 실시하였다. 사적 참회는 모든 신자가 필요한대로 죄를 고백하고 지정된 보
속을 하고 사죄를 받을 수 있었다.
새 제도의 특징은 참회의 과정이 비밀리에 이루어졌다는 것이며, 참회의 일회성이 없어
졌고, 화해라는 말대신에 사죄라는 말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시기에 두드러진
특징인 “지정보속제도”는 성사와 참회지침서를 관리하는 성직자들을 형식적인 법규에 얽
매이게 하고 신자들에게는 성사의 요소중 보속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기게 하는 부정
적 효과를 가져왔다. 또한 참회자의 죄가 하느님을 거스린 것만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에
도 해를 끼쳤다는 의식이 약화되어 교회와 화해한다는 의식이 심각하게 저하되었다.

(3) 제 3기(트리엔트 공의회 전후)
11세기 말 스콜라 신학자들은 성사개념을 정리하면서 참회의 성사성을 명시해야 했고 참
회의 주관적 요소(통회,정개)와 객관적 요소(교회의 사죄권)을 맞추어야 했다. 왜냐하면
그전에는 교회가 죄사함의 소속에 역점을 두었는데 보속의 대치라는 폐단으로 인해 보속
이 무의미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참회자의 통회가 성사의 촛점이 되었다.
고해성사가 발전해 가면서 1215년 라떼란 공의회는 모든 신자들이 양심에 따라 1년에 적
어도 한번은 의무적으로 이 성사를 받도록 규정하였다. 초대 교회에서는 평생 한번 밖에
받을 수 없던 고해성사가 이제는 적어도 1년에 한번 의무적으로 행하도록 하고 있다.
트리엔트 공의회시기에는 프로테스탄트의 주장을 의식하여 이 성사의 교리적 총체를 밝
히려 했다. 트리엔트공의회가 반 프로테스탄트 입장으로서 그들이 제한했던 바는 다음과
같다. ① 고해성사는 참회와 회개를 항상 필요로 하는 성사이다. 이 고해성사는 그리스도
께서 제정하신 성사이다. ② 그리스도께서 이 성사를 제정하셨다는 것은 주로 요한 20장
22절이하를 근거로 두고 있다. ③ 성사는 구분된 두 부분으로 이뤄진다. 통회와 고백과
보속등 참회자가 할 부분과 직무자가 맡은 사죄경이 있다. ④ 죄 고백은 모든 죄를 조목
조목 완전하게 말하며, 죄의 종류와 상황까지도 전부 말하는 것이다. ⑤ 고백한 죄를 사
하는 것은 죄의 용서를 선포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제의 판결은 마치 심판관의 행위처럼
죄사함의 효력을 갖는다. ⑥ 참회성사 때의 보속은 두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죄에 대한 벌일 것이며, 다른 하나는 죄가 영혼안에 심어준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게 하
고, 장래에 죄인들이 더욱 조심하게 하는 수단이다. 트리엔트 공의회는 단지 프로테스탄
트의 주장을 단죄하면서 정통적인 교리를 재확인하는 정도로 균형있는 신학을 제공해 주
지 못했다.

(4) 제 4기 (제 2차 바티칸 공의회와 고해성사의 개혁)
제 2차 바티칸 공의회의 특성은 성사에 대해서 그 어떤 정의를 내리지 않았고 성사에 대
한 시각을 표명함에 있어서도 그 어떤 특정한 신학에만 치우치지도 않았다는 사실과 오
히려 전통적인 성사신학을 보존하면서도 “그리스도의 신비체”회칙과 “하느님의 중재자”
회칙 및 그 문헌들의 경향 아래 공의회 이전 약 10여년 간 발전되어 온 성사신학의 흐름
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는 가운데 하나의 조화를 이루어보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발견된
다. 또한 공의회는 철학적이거나 사변적이 아닌 극히 실천적이고 사목적인 배려를 하고
있다.
제 2차 바티칸 공의회는 전례헌장을 통해 고해성사의 “본질과 효과를 뚜렷이 표현하도록
성사의 예절과 경문을 개정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극히 간략한 표현이지만 공의회와 전
례헌장의 정신을 감안할 때 고해성사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가능성을 촉구했다고 하겠
다. 이 항목 안에 고해성사 예식서의 변경에 관한 두가지 요청이 들어있다. 즉 고해성사
의 본질, 다시 말해서 회개의 인격적이며 교회적 차원과 성격을 부각시켜야 한다는 것이
다. 또 다른 요청은 고해성사의 효과, 즉 죄인과 하느님과의 화해, 죄인과 교회와의 화
해를 명백히 표현하는 교회의 참회체계를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전례와 성사적
행위의 공동체적 성격을 강조하는 전례헌장의 문맥에서 보나 죄악의 교회론적 및 사회적
성격을 부각시키는 점으로 볼 때 뚜렷해 진다.
교회헌장에서도 고해성사를 받는 신자들은 하느님께 끼친 모욕의 용서를 자비로우신 하
느님께로부터 받으려, 동시에 범죄로 상처를 입혔던 교회, 사랑과 모범과 기도로써 죄인
들의 회개를 위해 노력하는 교회와 다시 화해하는 것이다.”라고 하며 죄와 화해의 교회
론적 차원을 강조했다.
이와같은 공의회의 결의와 요청에 따라 1973년 12월 2일, 바오로 6세의 승인으로 교령
“하느님과 인간사이의 화해”를 통하여 고해성사 집전에 관한 새로운 예식서인 “Ordo
Paenitentia”를 반포했다.

지금까지 예식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교회는 첫 단계에서 보속과 죄인의 화해과정 및 교
회의 개입에 역점을 두었다가 둘째 단계에서 보속에 편중했고 세째 단계에서 죄의 고백
과 사죄를 강조해 왔다. 초세기에 공식적인 화해과정과 오늘의 비밀고해 사이의 엄청난
차이를 볼 때, 과연 교회가 그리스도께서 원하신 성사를 거행했는지 의문이 생길 수 도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원칙을 말하자면 그리스도께서 새 법의 성사를 제정하시고 교회는
이 성사를 관리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스도에 의한 제정이란 예식에 관한 세부시행을 마련한 것이 아니라 당신의 빠스카
신비와 인류 사이에 상징적인 관계를 수립하셨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교회는 그리스도께
서 제정하신 상징적인 제도를 바꾸지 않았고 바꿀 수 없다. 다만 교회는 그리스도의 의
도를 살리기 위해, 각 시대에 따라 성사의 상징성을 보호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즉 성사
의 성격인 그리스도와 성사와 교회의 삼각적인 관계를 밝히기 위해 예식을 변경했다. 수
학적으로 표현하면 하느님께서 교회의 직무를 통해서 죄인들의 죄를 용서하신다는 대전
제는 고해성사의 “상수”이고 교회의 자기역할 이해와 참회자의 행위들은 고해성사의 “변
수”라고 할 수 있다. 시대에 따라 “변수”들이 변했고 예식도 변했던 것이다. 따라서 다양
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고해성사는 일관성 있는 성사이다. 성령의 작용하에 살아있는 신
비체인 교회는 변화가 있는 것이 정상적이다. 변한것은 신앙이 아니라 그 신앙을 표현하
고 거행하며 선포하는 방식이 바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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