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체성사는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요 절정”(교회헌장 11항)이며, “교회 생명의 원천”(일치교령 15항)이다. 이 성사는 구세사의 핵심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 죽음, 부활을 선사하는 ‘몸의 성사’로서, 하느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을 거룩하게 하시는 활동을 가장 완벽하게 볼 수 있으며 교회가 성령 안에서 그리스도께, 또한 그리스도를 통하여 아버지께 드리는 가장 뚜렷하고 의미있는 신앙의 응답, 곧 예배를 보게 된다. 그러므로 당신 몸을 음식 형태로 베풀어 주시는 주님 잔치로서나, 그리고 당신 몸인 교회와 함께 당신 자신을 제물로 바치시는 주님 제사로서의 성체성사는 구원의 의미를 이해시켜주면서, 동시에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 인간의 친교와 일치에 이바지 하고 있다.
이처럼 성체성사는 그 의미가 풍부하고 다양하여 잔치로, 제사로, 일치의 실현 등으로 이해되어져 왔다. 그래서 초세기부터 다양한 이름으로 사용되었는데, 크게 제사와 성찬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웠다.
3.1 감사와 찬미의 제사, 빠스카의 기념제이자 희생제사이다.
1) 성체성사는 찬미와 감사의 제사이다.
제사는 이스라엘 민족의 종교생활 가운데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예배행위였다.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특별한 은혜에 대한 감사나, 잘못을 저지른데 대한 속죄나, 미래의 어떤 일에 대한 중대한 청원시 그들은 항상 하느님께 제사를 드렸다. 그들은 에집트의 종살이에서 해방해주신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의 제사를 드렸고, 모세를 통하여 받은 계명을 어겼을 때는 속죄의 제사를 바쳤다. 이러한 전통이 예수님 시대까지 이어져 왔다.
성체성사는 본질적으로 구세사에 나타난 하느님의 업적을 기리는 감사와 찬미의행위이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결정적으로 드러난 인류 구원에 대한 찬미와 감사의 기도이다. 그러므로 이 감사와 찬미는 예수 그리스도께로 향해지는데, 그중에서도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수난과 죽음을 통하여 당신 자신을 봉헌하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성체성사에로 향해진다. 예수 그리스도의 빵과 포도주에 대한 말씀 즉, 빵은 우리를 위하여 내어 놓으신 당신 몸이고 포도주는 우리를 위하여 흘리신 당신 피라는 표현에서 그분의 전적인 자기봉헌과 구원행위가 드러나는데, 전적인 자기봉헌을 통하여 드러나는 그 구원행위는 바로 아버지께로부터 나오는 구원행위이다. 그리하여 결국 예식을 거행하는 공동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느님 은총행위에 대한 응답으로서 감사와 찬미의 말 뿐이다. 그러므로 성체성사 때에 행하는 빵과 잔에 대한 축복은 주님을 향한 감사와 찬미의 행위이다. 따라서 “우리가 감사를 드리면서 그 축복의 잔을 마시는 것은 우리가 그리스도의 피를 나누어 마시는 것”(1고린 10, 16)이다. 그러므로 교회가 일찍부터 이 성사를 감사라는 뜻을 지닌 희랍어 ‘에우카리스티아(Eucharistia)’라고 불러 왔던 것이다(루가 22, 19; 1고린 11, 24; 마태 26, 26; 마르 14, 22).
감사와 찬미로 기념된 하느님의 업적들은 그리스도의 살과 피의 성사로 현실화 되고 적용된다. 그러므로 성체성사는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제물로 하여 성부께 드리는 감사와 찬미의 제사이며, 하느님께서 그리스도와 성령을 통하여 교회에 이루어 주신 모든 은혜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는 제사이다 (히브리서 3, 15). 성체성사는 감사행위에서 나오고, 감사행위 안에서 완성된다. 성체성사는 온통 아버지, 아들, 성령께 바치는 찬미와 감사의 기도이다.
2) 성체성사는 그리스도의 빠스카 기념제이자 희생제사이다.
‘기념(Anamnesis)’이란 단순히 과거에 일어났던 일에 대한 회상이나 기억뿐 아니라 하느님께서 인간을 위하여 이루신 놀라운 일들에 대한 새로운 재현이다(출애 13,3). 즉 그 기념하는 사건들이 전례적 기념 안에서 현재화 되고 현실화 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성체성사를 거행할 때, 교회는 수난과 죽음을 통하여 부활의 영광으로 넘어간 그리스도의 빠스카 신비를 기념하게 되며, 이 빠스카를 현재화 하는 것이다. 주님의 빠스카 기념의식을 함께 지냄으로서 그리스도의 봉헌이 전례의 신비를 통해 현존하게 되고, 우리도 이 교회의 봉헌에 함께 참여함으로써 주께서 빠스카를 통해 시작한 하느님 나라를 위해 우리를 봉헌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빠스카의 기념제는 동시에 십자가의 희생제사이다. 즉, 빠스카의 기념이기 때문에, 이는 또한 하나의 희생제사이기도 하다. 예수께서는 우리를 속량하시어 생명을 주시기 위하여 자기 피를 ‘흘리시고’ 자기 몸울 ‘바치시는’ 빠스카 양이시다.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과월절 양으로서 희생되셨읍니다”(1고린 5, 7). 따라서 성체는 우리 구원을 위한 그리스도의 희생된 몸이요, 흘린 피이다. 그 몸과 피는 성체성사를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께서 한 번에 결정적으로 드리신 십자가의 희생제사는 항상 현재의 것으로 남아 있다(히브 7,25-27). “우리의 빠스카이신 그리스도께서 희생하신 십자가의 제사가 제단에서 거행될 때마다 우리의 구원 사업이 이루어지는 것이다”(전례헌장 3항).
결국 성체성사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상의 죽음과 부활의 기념제이며, 동시에 그리스도께서 자기자신을 송두리째 바치신 희생제사이며, 또한 그분 지체인 교회의 제사이다.
3.2 성체성사는 주님의 성찬이며 빠스카의 잔치이다.
1) 성체성사는 주님의 성찬(聖餐)이다.
최후만찬시 예수께서는 식사를 하시면서 빵과 포도주 곧, 인간의 일상적 음식을 통하여 당신의 모든 것을 우리에게 내어주셨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빵을 떼어 나누어 주시고, 포도주가 든 잔을 돌려가며 마시게했다. 그리고 자신의 죽음을 기념하여 이 예식을 행하라고 명하셨다.
사실 예수께서 최후만찬에서 행한 동작의 특징은 ‘빵의 나눔’이고, 엠마오로 가던 두제자가 주님을 알아 본 것도 “빵을 떼어 나누어 먹을 때”였다(루가 24, 30-31). 그래서 초세기부터 이 예식을 ‘주님의 성찬’(1고린 11, 20), 또는 ‘빵의 나눔’이라고도 불렀는데, 이것은 예수께서 식탁의 주인으로서, 사람들을 당신 식탁 둘레에 불러 모으시고 빵에 강복하여 나누어 주셨기때문이다(마태 14, 19. 15, 36; 마르 8, 6.19). 이렇게 볼 때 성체성사는 식사라는 이름으로, 식사가 가진 일치, 친교, 나눔의 신비를 잘 드러내고 있다.
예수께서는 당신을 믿는 모든 이들을 빵과 포도주에 의한 잔치에로 불러 모으시고, 성체성사 중에 당신을 받아 먹으라고 촉구하신다. “정말 잘 들어두어라 만일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지 않으면 너희 안에 생명을 간직하지 못할 것이다”(요한 6,53).“살아 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고, 내가 아버지의 힘으로 사는 것과 같이 나를 먹는 사람도 나의 힘으로 살 것이다”(요한 6,57)라고 하신다.
2) 성체성사는 빠스카 잔치이다.
성체를 통하여 내어주신 그리스도의 살과 피는 ‘빠스카 잔치‘의 제물이다. “그리스도께서는 과월절 양으로서 희생되시어”(1고린 5, 7) 당신 살과 피를 우리에게 내어 주심으로서 죄와 죽음을 넘어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그러므로 성찬식 안에서 주님을 기억하고, 그분의 죽음과, 죽음을 이긴 부활의 승리를 기념하는 것이다. 따라서 성체성사는 십자가의 희생제사가 영속되는 희생적 기념이며, 그와 동시에 주님의 몸과 피에 결합되는 거룩한 잔치이며, 동시에 죽음을 넘어간 십자가의 희생제사가 영속되는 빠스카 잔치이다.
따라서 성찬예식을 거행하기 위하여 모이는 제단은, 우리의 화해를 이루기 위해 바쳐진 제단임과 동시에 당신을 음식으로 제공하는 식탁을 의미한다.
결국 성체성사는 우리의 구원을 이루신 하느님께 드리는 감사외 찬미의 제사이고, 그리스도의 빠스카 제사를 현실화 하는 기념제이며 희생제사이다. 또한 우리를 일치와 만남과 나눔의 식탁으로 초대하는 만찬의 식사이며, 죄악과 죽음으로 부터 해방시켜 주는 빠스카 잔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