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성사와 준성사의 차이점
준성사는 대략 두 가지 점에서 성사와는 차이가 난다. 첫째, 성사는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서 제정되었지만, 준성사는 교회가 신자들의 영적 이익을 위하여 제정한 것이다. 준성사는 교회가 설정한 것이기 때문에 교황은 새로운 준성사를 설정하거나, 기존의 것을 고치고 폐지할 수 있다(교회법 1167조 1항). 그러므로 준성사는 구원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둘째, 성사는 성사 자체의 힘으로 은총을 줄 수 있지만, 교회가 제정한 준성사는 자체적으로 효력을 내지 못하며, 교회가 중재자로 나서서 하느님의 축복을 기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준성사는 받는 사람의 정성에 따라 효력이 드러난다(전례헌장 60항 참조). 예를 들어서 십자가를 축복하여서 집에 모셔둔다고 할 때, 축복받은 십자가 자체가 무슨 효력을 낸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축복받은 십자가를 바라보면서 자주 예수님을 생각하고 자신도 그분의 길을 따르고자 결심하며 기도한다면, 분명 필요한 은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6.3. 준성사의 집전자
준성사의 기본 형태는 축복이라고 했다. 축복은 성직자만이 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례받은 사람은 모두 하느님께 선택되어 축복받은 사람으로서 남에게 축복을 해줄 수 있다. 그러므로 평신도들도 축복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유아 세례의 경우에 부모와 대부모가 세례받는 아이의 이마에 작은 십자표를 그으면서 축복을 한다. 또한 우리 나라에서는 잘 실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부모가 자기 자녀들이 집을 떠날 때 혹은 여행을 하려할 때 그들에게 축복해 줄 수 있다. 가정에서 적당한 기회에 부모가 자녀에게 축복해주는 것도 권장할만한 사항이다. 이를테면 가족이 함께 저녁기도를 마친 다음에 잠자리에 드는 자녀들에게 부모가 축복해 주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데 교회의 공적인 차원과 관련된 축복이나 성사생활에 더 밀접한 관계를 가진 축복은 서품 직무자들인 주교, 신부, 부제만 줄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제단의 축성이나 수도자의 봉헌 예식은 주교 혹은 주교의 위임을 받은 신부들만이 유효하게 거행할 수 있다. 대구마의 경우도 위에서 밝힌 것처럼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주교의 허락을 받은 사제만이 행할 수 있다. 그래서 교회법은 (남용을 방지하지 위해서) 준성사가 교회 권위에 소속되어 있고, 그 집행에 있어서 교회 권위에 의해 승인된 예식과 경문을 정확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1167조).
6.4. 유의 사항
1984년에 공포된 『축복 예식서』에는 신학적, 실천적으로 주목할만한 지적이 나타난다. 즉 이 예식서는 축복은 모든 것이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현존으로 가득 차 있다는 신앙고백의 표현이라고 본다. 또한 예식서는 축복이 교회의 전례라는 것을 분명히 드러내고자 하는데, 그래서 가능하면 축복이 말씀의 전례와 공동의 기도와 함께 연결되기를 바라고 있다. 즉 준성사는 단지 외적인 표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축복을 위해 성령의 임재를 간구하는 epiklesis(혹은 anamnesis와 epiklesis)의 구조를 갖춘 전례적 행동이다. 그래서 예를 들어서 묵주나 성물을 축복할 때에도 그저 십자가만 얼른 긋지만 말고 최소한 짧은 경문과 함께 행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좋은 데에만 사용될 수 있는 사물에만 축복이 가능하다: 무기를 축복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신의 축복을 받으려는 소망은 그리스도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종교에서든 다 존재한다. 그런데 그리스도교에서 하느님의 축복은 동시에 과제를 의미한다. 축복을 받은 사람은 주위에 축복을 주는 사람으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마치 아브라함의 하느님의 축복을 받아 다른 사람들에게 축복이 되었듯이 말이다. “너에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이 떨치게 하리라. 네 이름은 남에게 복을 끼쳐 주는 이름이 될 것이다”(창세 12,2-3).
그러므로 축복을 청하면서 그저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서 축복을 받으려는 이기적인 자세를 버리고 다른 이에게 축복의 표지가 되고자 하는 마음 자세를 갖추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서 자동차 축복을 받으면서 자신의 차가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는 것만을 청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스스로 안전운행, 양보운전을 하고 음전운전을 피함으로써 다른 운전자들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결심도 함께 곁들여야 할 것이다.
축복을 받은 메달(성패)이나 성상이 마치 부적처럼 그 자체로서 어떠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성패를 몸에 지니게 되면 무조건 축복을 받고 모든 위험과 화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한다. 이를테면 자동차에 묵주를 걸어두거나 작은 성상을 모셔두는 것 자체로 사고를 방지해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미신적인 태도이다. 성패나 성상은 하느님의 은총이 우리에게 내려서 우리를 축복하시고 악의 세력으로부터 보호해주시기를 기원하는 표지일 뿐이다. 성패를 몸에 지니고 성상을 모셔두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기도하면서 하느님의 축복과 보호를 청하고, 그것을 받기에 합당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라고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