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부 현대의 사제 생활에서 독신이 지니는 의미
1. 교회 생활과 독신
결혼과 독신은 그리스도인의 두 가지 생활 양식이다. 어떤 것이 더 본질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성품 성사를 받음으로써 직무 사제직에 참여하는 이들에게는 독신이 훨씬 더 온전한 모습일 것이다. 직무 사제직에는 특별한 사람 즉 사목적 애덕이 필요한데 그것은 자신의 삶을 온전히 봉헌하여 다른 사람들의 구원을 위하여 헌신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목적 애덕을 가장 잘 실천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독신 생활이다. 그러나 독신 생활은 자연 질서를 초월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하느님의 은총 없이는 힘든 일이다. 이와 같이 하느님의 은총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기에 하느님께 봉헌된 이들이 하느님의 은총으로 독신 생활을 하는 것은 이미 현존하는, 다가올 하느님 나라를 미리 사는 것이다.
2. 현대 생활과 사제 독신 제도
교회는 독신을 단순히 사제 생활의 외적인 요소로 간주하지 않고 필수 불가결의 요소로 보아 왔다. 교회가 이렇게 사제 독신을 요구하는 이유는 사제가 바로 그리스도를 닮은 자로써 그리스도의 대리자이기 때문이다. 즉 사제로 서품됨으로써 그는 하느님 백성을 건설하고 성사적인 방법으로 형제적 사랑을 보여주게 된다. 이를 통해 그리스도와 사제 사이에 친교가 이루어지고 이는 곧 사제가 그리스도 안에 녹아 들어감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사람들은 독신 생활이 사제직을 수행하는데 꼭 필요한 요소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어떤 것을 버리지 않는, 희생하지 않는 소명은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소명이 주님의 은총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만약 독신 생활이 자유롭지 못한 선택이거나, 그로 인해 그가 억압받고 성숙될 수 없다면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복음적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제 2 부 신학교 교육의 목표
1. 인간 성숙을 위한 교육
인간 성숙은 여러 요소들의 조화이며 가치의 통일이다. 성숙한 사람은 인간으로써 자신의 소명을 실현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는 것이 ‘자제’이다. 즉 인간은 자신의 정신적 활동과 외적 행동에 질서를 부여함으로써 성숙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어떤 욕망은 살리고 반면에 어떤 욕망은 죽이게 된다. 이렇게 인간 성숙의 과정에는 개인의 욕망과 가능성을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종교 교육 역시 인간 교육에 점차적으로 침투하여 이를 정화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2.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성숙 교육
인간적 성숙은 그리스도인 생활의 기본이 된다. 즉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성숙 이전에 인간적 성숙이 있어야 한다. 그리스도인의 정서적 성숙에 있어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즉 자신의 몸에 밴 나쁜 경향, 불완전한 정신적 경향, 약점, 능력의 부족 등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와 함께 그리스도인 교육은 자제력을 길러준다. 이는 그리스도인 영성 생활에서 절대적인 것이다. 이를 통해 그리스도인은 성을 절제하고 올바로 이해하여 성덕에 이를 수 있으며 자신의 실존에 상관 없이 자연스럽게 사물들을 포기하여 그리스도의 삶에 참여하는 수덕적 삶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 궁극적으로 그리스도인의 성숙은 신앙 안에서 단계적 성장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특히 전례를 통해 하느님을 흠숭하고, 그리스도 안에서 더욱 완전하게 됨으로써, 그리고 그분의 신비체를 건설하는데 이바지함으로써 이루어진다.
3. 사제적 성숙 교육
사제적 성숙은 인간적 성숙과 그리스도인적 성숙을 내포하고 있으며, 나아가 이를 훨씬 능가하여 그 정서적, 성적, 활동적 생활 뿐 아니라 그 존재 자체에 모든 인간적 요소와 그리스도인적 요소가 스며들게 한다. 때문에 사제 성소는 인간적 성숙과 그리스도인적 성숙을 요구한다. 그것은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응답이 신앙에 바탕을 둔 응답이 되게 하며, 신학생으로 하여금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부르심의 의미를 이해하고 그 부르심이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사제 독신 생활은 정서 생활을 전제로 한다. 독신자는 특별한 방식으로 자신의 사랑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초대된다. 이 독신 덕분에 사제는 더욱 전적으로 하느님의 사람이 되고, 더욱더 완전히 하느님께 사로잡혀 그분만을 위해 살게 된다. 동정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랑은 하느님을 충만하게 소유(?)하도록 초대하며, 그분을 반영하고 그분을 온전한 모습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해 주도록 초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자제가 요청된다.
신학교 교육의 근본 목적은 참된 영혼의 목자를 양성하는데 있다. 사목적 양성 교육은 사제 지망자들의 인격 함양을 위해 해야 할 모든 것에 침투하여 영감을 불어넣는 것이어야 한다. 때문에 교육자들은 자신의 전문적 활동과 그 목적에 앞서 신학생들의 양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제 3 부 신학교 교육에 관한 지침
1. 교육자가 따라야 할 기준
교육자는 독신과 순결의 신체학적, 심리학적, 교육학적, 윤리적, 수덕적인 복잡 다단한 면들을 철저히 이해해야 한다. 사제 독신 생활의 목표는 평가받고 사랑받고 보호받고 철저히 시험받고 확실히 ‘내 것’처럼 된 정덕을 갖추는 데 있다. 그것은 끊임없이 불어닥치는 세상 풍조에 대항할 뿐 아니라 사도직에 영감을 불어넣는 정덕을 갖추는 일이다. 그러므로 신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정결 훈련은 말조심이나 솔직하지 못함을 버리고 조리 정연한 가르침에 바탕을 두고 이루어지는 분명한 것이어야 한다.
교육자가 성문제에 있어 젊은이들을 다루는 방법은 그들의 가장 고상한 감정에 호소해야 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되며,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강한 성품과 함께 완전한 인격과 자제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젊은이들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독신생활을 위한 훈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개인이 스스로 자신의 경향들을 평가하고, 독신 생활과 연관되어 일어날 수 있는 어려움들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사제직에 필요한 자질이 자신에게 주어지지 않았음을 깨달았을 경우에는, 선의와 용기 그리고 확신을 가지고 다른 성소를 선택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성교육의 목적은 성문제에 대해 학생이 지닌 다른 지식과 같은 정도의 지식을 제공함으로써 이를 교육 과정 전체에 하나로 통합하는 데 있다. 성교육을 담당한 사람은 그 자신 성적으로 성숙하고 균형잡힌 사람이어야 한다. 성교육에서는 주제에 대한 지식이나 그 방법론에 대한 지식에 앞서 교육자의 인격이 더 실제적인 문제이다. 지식도, 올바른 충고도, 학생들을 위한 염려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교육자 자신의 인격적 처신이다.
2. 성교육에 관한 지침
가르치는 사람은 성교육이 윤리 교육과 윤리적 훈련의 전과정에서 따로 떼어 이루어질 수 없음을 명심하여야 한다. 성교육은 적극적으로 개인을 지향해야 하며, 보호적이고 양성 과정적인 분위기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학생과 스승 사이의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교육자는 사제 지망자들이 자신의 삶에서 기본적인 선택을 이룬 “최초의 인간”이 되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정결이 좋은 것, 자신들에게 좋은 것임을 알아볼 수 있도록 지도하고 도와야 한다.
성교육은 그 윤리적인 기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각 개인이 자신의 문제를 풀도록 돕는 것이 그 목적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스승과 학생 사이의 관계나 개인적인 지도만으로는 부족하다. 양성 교육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환경 전체가 슬기롭게 조성되어야 한다. 이것은 가능한 한 해로운 영향들을 배제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환경에서 오는 영향에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게 훈련시킨다는 뜻이다. 좋은 환경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학생들의 공동체 정신이다. 그렇지만 신학교 생활은 한시적이다. 그러므로 신학생들은 성실하고도 완전하게 신학교 밖에서 생활할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젊은이는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친구를 필요로 한다. 슬기롭고 우정어린 지도자의 도움이 없다면 여러가지 정상적인 걱정마저도 복잡하게 얽히어 절망이나 실패의 늪에 빠지게 할 것이다. 그러므로 교육자가 상호 신뢰의 분위기를 마련하게 되면, 순결 교육의 중요한 부분을 이루는 분별 있고 진보적이며, 개성적인 지도를 수행할 위치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스승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와 사랑이 두터워질 것이다.
인간 감정의 본질적인 속성은 절제이어야 한다. 그것은 우리의 꾸밈없는 본능이 튀어나올 그 어떤 경우에도 즉시 보이는 반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절제 훈련을 너무 지나치게 시키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젊은이의 걱정을 증가시킬 수 있다. 절제 훈련의 목적은 용인될 수 없는 바보스런 과장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데 있다. 그런 지나침은 유혹의 영향을 증가시키고, 평온하고 정상적인 생활에서 벗어나게 할 뿐이다.
3. 독신 생활 훈련 지침
신학교 양성 교육은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께 봉헌된 독신 생활에서 성이 지닌 의미와 역할을 발견할 수 있도록 신학생들을 도와 주어야 한다. 그것은 사랑과 성을 억누르는 문제가 아니라 고양시키는 문제이다. 사제 독신 생활은 단순히 결혼하지 않은 상태, 또는 금욕 생활과 같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세 가지 자연적 경향, 즉 생식기능, 부부애, 자연적인 父性을 “하늘 나라의 사랑을 위하여” 포기하는 것을 말한다.
독신 생활을 선택하는 동기는 각 지망자에게 매우 개별적인 것이지만, 하느님과 다른 사람에 대한 관계를 발전시킴으로써 이 동기들은 성장 과정의 주체가 된다. 그러므로 맨 처음의 동기를 높이 평가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해 두어야 할 것이다.
자유로운 독신생활은 형제적 공동체 안에 살면서 다른 사람들과 맺는 관계의 맥락 안에서 고찰할 때 의미가 있다. 형제적 공동체 안에서는 사람들을 소유하지 않고서도 그들에게 도달할 수 있다. 즉 소유가 아닌 존재의 차원에서 관계가 이루어진다. 바람직한 상호 인격 관계를 창조하고 유지할 수 있을 때 참된 독신 생활의 표지가 드러난다.
독신 생활은 특별한 사랑에 대한 소명이다. 독신 생활은 우정의 분위기에서, 무엇보다도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하느님과의 우정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사제는 하느님 안에서만 발견되는 그런 사랑의 삶을 살아야 한다. 사랑의 가장 높은 원천은 하느님 안에 있는 사랑이다. 사제는 그리스도를 닮는 가운데 사랑의 생활을 실천해야 한다. 그 사랑은 예외 없이 모든 사람에게 뻗어 나가며, 책임감을 가지고 실천되는데 이것이 바로 성숙한 인격을 가리키는 표이다.
자신이 택한 생활에 대한 학생들의 성실성은 매일의 쇄신을 요구한다. 단단한 동기 위에 서서 진정한 정결 생활을 누리지 못한다면, 인간적인 기쁨이나 하느님이 주시는 기쁨을 모르는 채 아무도 없는 고도에 갇혀 살게 될 것이다. 독신은 일생을 통한 봉헌이며 이로써 사제는 삶의 상황을 변화시키는 희생을 이루고, 교회와 같은 넓은 차원에서 풍부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그것은 성령의 도우심에 신뢰하여 항구하게 포기하는 생활이며, 모든 하느님 백성 앞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영원한 사제직을 상징하며 증거하는 생활이다.
4. 사제적 수덕 생활 훈련
사제 양성, 특히 독신 사제직에는 신자들에게 요구되는 것보다 더 높은 수덕 생활이 요구되며, 사제직을 갈망하는 사람들에게도 특별히 요구된다. 모든 그리스도인 생활과 인간 생활의 일부인 자아 희생은 사제 생활에 더 절실한 것이다.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제적 사명의 정점을 이룬다. 그러므로 그분의 사제직에 참여하고 그리스도의 위격 자체를 받아들여 그분의 일을 계속하도록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의 생활과 사명 역시 예수님의 그것과 다를 수 없다.
오늘의 일반적인 분위기는 희생을 거부하는 것이어서 신학생들이 수덕에 정진하지 않고서는 어떤 성숙도, 인간적이거나 그리스도인적이거나 사제적인 성숙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철저히 확신하고 있어야 한다고 감히 주장하기가 어렵다. 신학생들은 수덕이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에 참여하여 인격 성장을 이루는 데 없어서는 안될 조건임을 알아야 한다. 영적인 성숙에 도달한 사람은 한번 시작한 수덕적 투신에 항구하여야 한다. 이것은 또한 가장 높은 차원의 자유이기도 하다.
5. 정서적 온전성의 문제
신학생은 일반적인 성, 특히 여성에 관해 균형잡힌 신중한 태도가 필요함을 느끼고 있다. 이것이 바로 올바른 균형, 자제, 또한 흔히 말하는 성숙을 습득하는 문제이며, 이 문제를 해결해야할 어떠한 처지에 있든지 온전히 정상적인 행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정서적 조화와 통일을 이룰 수 있다.
신학생들은 정결의 신학에 대한 가르침을 신중하게 받아야 한다. 우리 종교는 정덕에 큰 비중을 둔다. 교회는 정덕을 고수하고 지키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들을 제시한다. 다른 모든 인간 관계에서처럼, 신학생과 여성의 관계에서도 진리와 성실성이라는 올바른 과정을 따라야 한다. 순수한 행동은 가짜와 인위적인 것들을 자동적으로 배제한다. 진실한 과정은 일방에게만 유리한 관계, 상대방을 목적 달성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관계를 모두 배제한다. 그러므로 이같은 관계들은 모두 미래의 사제들에게 분명히 제외된다. 그렇지만 건강한 인간 행동의 원칙에 따라, 즉 예의와 존경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덕을 갖추고서 여성들을 만나는 삶의 과정에서 오는 정상적이고 일상적인 인간 접촉도 존재한다. 이러한 원칙들은 누구나 지켜야 하는 것이다.
신학생들과 여성 사이의 관계 문제는 단순히 신학생들의 오늘의 개인적 생활만의 문제가 아니고 그 미래의 사목 활동에 관련되는 문제이다. 그것은 분명 그 미래의 사목적 투신을 위한 것이다. 이로써 건강하고 좋은 여성 관계는 즉흥적으로 대처한 문제가 아님이 분명해진다. 그것은 장기적이고도 세심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현대에 있어 신학생과 여성 사이의 우정의 가능성에 대해 한마디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우정은 세심한 주의가 요청되는 관계이며, 보통 이상의 균형을 요구하는 관계이다. 정상적인 인간 관계들은 일정한 조건 아래서 신학생의 자연적, 영적 성숙에 기여한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사제 성소를 위태롭게 하고 양립할 수 없게 하는 특수한 우정에 대해서는 방비되어야 한다. 그와 같은 우정은 마음의 자유를 방해하고 사랑의 보편성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실적이어야 하며, 인간 본성이 그다지도 쉽게 우리를 속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어떤 관계들은 사실 그렇지 않은데도 필수적인 것이기나 한 것 처럼 믿기 쉽고, 타락한 인간 본성의 경향인 것을 마치 초자연적 동기로 미화시키기 쉽다는 것이다.
6. 양성 과정에서 생기는 어려움들
청소년은 성이 도대체 무엇인지, 그리고 가치 질서에서 그 위치가 어디인지에 대해 건강한 개념을 갖도록 교육적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는 순결을 해치는 유혹에 직면하거나 성문제에 관련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교육받을 필요가 있다. 그는 두려움에서가 아니라, 진리에 대한 지식만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침착함으로 자신의 본능을 조절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오늘날 실질적인 문제는 젊은 사람들이 사제 성소에 별로 흥미가 없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성소에 항구하지 못하고, 성소가 요구하는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다. 항구함이 부족하게 되는 객관적인 원인은 젊은이들이 살고 있는 오늘의 문화와 환경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나 중요한 주관적 원인도 존재하는데, 교육자들은 여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은 사제직에 있어 하느님께 봉헌된 생활에 대한 부당한 평가 절하이다.
젊은이들은 마음속 깊이 독신생활은 교회법의 명령일 뿐 아니라, 겸손되이 청해야 할 하느님의 고귀한 선물이며, 성령의 은총으로 감도되고 힘을 얻어, 자유롭고 너그럽게 응답하기를 서둘러야 할 선물임을 느끼게 되어야 한다.
가정생활의 관점에서 본다면 사제는 외로운 존재일 것이다. 그는 서글픔을 안고 자신 안에 안주하며, 성미가 급해지고 성질이 나빠진다. 이 같은 상황에 빠진 자신을 발견한 사제는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에 대해 너그러워야 하며, 욕망의 공격에 힘없이 무너지지 않고 서 있는 자신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세월이 가져다 주는 것들을 인내롭게 그리고 조용히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살아 있는 믿음과 함께 하느님과의 겸허하고도 활력적인 일치가 필요한 것이다.
제 4 부 교육의 場으로서의 신학교
1. 신학교의 분위기
신학생은 신학교에서 그 풍부한 보화들을 받기 전에 먼저 무엇인가를 주어야 한다. 그는 상호 봉사의 정신을 구현하게 되는 신학교의 환경 조성에 기여해야 한다. 상호 봉사로 그는 동료들의 발전에 기여하는 생활 여건을 창조하는 데 자신의 몫을 다하게 된다.
성공적인 신학교 공동체는 가족같은 분위기의 신뢰와, 형제같은 우정으로 특징지어지는 상호 인격적인 관계의 성립 여부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교수진과 학생들 사이의 긴밀한 협력 없이 신학교 생활이 그 기능을 제대로 완수하기는 어렵다. 그같은 협력이 있어야만 학생 개개인의 인격과 능력과 자질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 따라서 신학교의 일치를 항상 보존하면서 다른 한편 신학생들을 소그룹으로 나누어 교육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학교의 생활 규칙에 따라 마련된 규율들은 그 절대적 중요성을 간직하고 있지만, 신학교 교육의 핵심은 신학생과 교육자 사이에 존재하는 인간적이고 그리스도인적인 관계의 영향에 있다. 이것은 학생들을 혼자 버려두지 않으며, 교육자들이 학생들과 함께하고 가장 가까워야 한다는 의무로부터 면제될 수 없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2. 신학교와 영성 생활
신학교는 학생들이 기도와 전례,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묵상과 그리스도에 대한 탐구의 여러 거지 방식을 동원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과 늘 자유롭게 만나고 대화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그리스도는 신앙과 신학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반성의 중심이시다. 자연스런 기도는 그 나름의 자리를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자신이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에 기도하는 것이 규칙에 따라 정해진 시간에 기도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것은 일종의 착각이요 근본적 오류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에 하는 기도는 기도의 맛을 잃게 한다는 주장 역시 잘못된 것이다. 그러므로 무엇보다도 먼저 모든 기도의 내면화를 촉진하여야 한다.
신학생들은 단순히 전례 안에서 거룩한 직능을 보좌하는 교육만 받을 것이 아니라, 성사적․전례적 생활에 참여하고 이를 생활화하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하느님의 현존 가운데 신학생은 개인으로든 아니면 그륩으로든 구원의 말씀에 대해 묵상하는 것을 사랑해야 한다. 그는 하느님의 말씀을 매일의 삶에 적용하도록 힘써야 한다. 더욱이 그리스도와의 친교는 그분의 사상과의 친교 뿐 아니라 그분의 사랑의 생활과의 친교로서, 부활의 신비는 그 중심 사건이며 가장 힘차고 진정한 친교의 표현이다.
신학 연구는 신학생들의 신앙 정신을 심화시켜야 한다. 신학생들의 영적 선익을 위해서 뿐 아니라, 그들의 사제적 공부 전체에 대한 단일하고도 유기적인 비전을 제시하여야 한다.
3.신학교와 교회적 사랑
신학교의 목표는 그리스도의 영 안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리고 독신 생활 안에서 사제로 살기 위해서는 한가지 일, 즉 주님 안에서 교회적 사랑을 실천하고 이를 증거하는 일이 필수적임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신학교 장상들은 신학생들에게 단지 명령과 지도, 경고와 처벌을 내리는 사람으로 보여서는 안되며, 신학생들 사이에 사랑을 불러 일으키고 자신의 개인적 생활 안에서 이 사랑을 증거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신학생이 자신의 교수 신부의 인격을 통해서 주님의 사랑을 맛보게 되면 그가 후에 주교를 중심으로 모인 사제들 안에서 그것을 표현한다는 것과, 자기 양들에게 그것을 전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4. 세상과 접촉할 필요성과 접촉 수단
젊은 신학생들은 이 세상에서 일하도록 부르심을 받았으므로 세상 실재들을 모른 체할 수도 없고, 그런 생활이 허용될 수도 없다. 신앙을 제시하려면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 맞게 제시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사제 양성은 정확한 안목과 정직과 용기로써 수행되어야 한다. 신학생이 신학교에서 완전히 고립되어 살면 자기 세대의 문제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현대인과 접촉을 끊지 않도록 신학생들을 교육시킬 필요가 있다. 그래서 교회의 교도권은 사제 양성 교육에서 우정, 충성, 자신의 말에 대한 책임, 너그럽고도 성실하게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내어줄 수 있는 능력과 같은 덕들을 강조하여 왔다.
가족과 함께 하는 생활은 사제 지망자를 교육시키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방학 동안만이 아니라 일반 학기 동안에도 신학생의 양성 교육에 매우 중요하다. 가정 역시 성소가 태어나고 자라는 “못자리”여야 한다. 그것은 “첫번째 신학교”여야 하며, 다음에는 신학교와 함께 첫째 협력자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오늘날 많은 가정에서 발견되는 수많은 심각한 문제점에 비추어볼 때, 신학교가 건설하고자 하는 것을 가정이 파괴하지 않도록 특별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오늘의 신학교는 현대 생활에 개방된 공동체여야 한다. 신학교는 모든 종류의 접촉을 유지하여야 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폐쇄되지 않고 개방되어야 한다고 해서 아무런 계획도 없는 무분별한 개방이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사제는 세상 안에 존재하고, 세상을 이해하며, 세상을 받아들이도록 부르심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세상으로부터 그를 구별시키는 사명을 수행하도록 부르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신학생들을 사도직에 파견하는 것은 근본적인 중요성을 갖는다. 그것은 성직자들을 돕는 일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신학생들로 하여금 선교 정신과 사도적 애덕을 갖추게 하며, 나아가 더욱 현대화된 기술을 배우고 그로부터 나오는 결과들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게 한다. 그러므로 그들의 독신 생활은 그 사도적 사명과 하나로 통합되어야 한다.
홍보 수단은 오늘날 인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사제 양성에서도 그러하다. 홍보 수단은 완전한 사랑으로 인간을 형성하는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므로 사제 지망자들에게 사회 홍보 수단을 올바로 사용할 수 있는 입문 교육을 받게 하고, 현대 정신에 맞게 말이나 글을 통해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 것은, 단순히 그리고 오직 그 인격 형성 뿐 아니라 그들의 사도직 준비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맺는말
사제 독신 생활에 대한 효과적인 교육은 개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하며, 그가 완덕에 이르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러므로 그는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고 이해되어야 하며, 있는 그대로의 그를 발견하고, 그 개인적 사고 방식에 맞추어 훈련 방법들을 모색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