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카오스와 신
제의는 카오스의 상태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존재의 획득을 기원하는 구체적인 대상은 신(神, god)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신과 카오스와의 관계는 무엇인가? 또한 존재의 근원이 신인가 아니면 카오스인가?
많은 무속 신화나 무가를 보면 카오스에서 하늘과 땅이 스스로 열려 우주가 생기고 우주가 생긴 후에 신(神)이 나타나 우주의 질서를 잡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므로 무속에서는 존재의 근원은 신이 아니라 카오스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왜 무속의 제의가 신(神)께 기구(祈求)하는가? 이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우선 신의 특성을 살펴보자
무속에서 보는 신은 천신(天神), 목신(日神), 월신(月神), 성신(星神), 산신(山神), 지신(地神), 용신(龍神), 목신(木神) 등의 자연신(自然神)과 王神, 將軍神, 大監神 등의 인신(人神) 등이 있다.
이러한 신들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신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존재로 현실계 밖, 무시간, 무공간의 혼돈인 카오스에 그 존재근원을 두고 있다. 신은 공간성을 초월하여 무형(無形) 존재이고, 시간성을 초월하여 불사불멸하는 영원(永遠) 존재이다.
둘째, 신은 카오스에 그 존재의 기반을 두고 있으므로 또한 카오스의 특성을 소유한다. 그래서 전능(全能)하고 거룩(神聖)하다.
셋째, 신은 인간과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인간신(人間神)을 보아도 그 인간이 죽어도 그 형상은 살아 있을 때와 같은 형상을 취하고 있으며, 인간뿐 아니라 동식물 등의 자연신 또한 의인화(擬人化)된 형상으로 표현되고 있다.
또한 신성시되는 자연물1)이나 동식물2)이 있다. 이것들의 특성은 쉽게 멸하지 않는 영속성을 가지고, 일상적인 것과는 구별되는 특이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볼 때 신의 특성은 한마디로 영원성(永遠性)과 특이성(特異性)이라 할 수 있다. 영원성(永遠性)은 일상 즉 ‘코스모스’를 초월한 카오스의 특성이고, 특이성(特異性) 또한 일상적인 ‘코스모스’ 안의 것이 아닌 ‘코스모스’ 밖에 있는 카오스의 특성이다. 그러므로 신은 바로 카오스이며 그것을 미분화하고 인간의 입장에서 구체화시킨 것이 바로 의인화(擬人化)된 신(神)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이상에서와 본 것처럼 신은 카오스이며, 그 카오스가 구체성을 띠고 의인화되어 나타난 상징체(象徵體)이다. 그래서 제의에서 신께 기구하는 것은 신이 존재의 근원이고 존재의 운행의 전능한 힘을 소유자로 보는 것이며, 그 기반은 “카오스”에 두고 있다.
그러므로 신은 카오스의 의인화이다. 그리고 제의는 카오스로 돌아가 존재를 획득하려는 행위적 실천수단(實踐手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