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무속(巫俗)의 원형(原型)
무속의 원형 문제는 무엇이 무속현상으로 나타나게 되었는가, 즉 무속의 궁극적인 의미를 찾는일이다. 즉 무속의 本來思考를 찾아보는 것이다. 그러나 무속의 배후에 잠재된 그 원형을 찾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기에, 무엇보다 祭儀가 드러내는 제의현장에 주목하고 그 제의가 성취하려는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가를 주시하여 무속의 본래사고를 찾아보고자 한다.
제1절 ‘원형’(原型, arche type)과 ‘원본’(原本, arche pattern)의 개념
1. ‘원형’(原型)이라는 개념 – 학설 및 문제점
원형(archetype)이란 용어가 지금까지 한국학계에서 자주 거론되어 왔지만, 그 개념이 너무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기에 그 개념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어원상으로 ‘원형’이라는 용어는 희랍어 Αρχέ(principium, original) + Τυπος(typos, type)의 합성어의 譯語이다.
1.1. 학자 및 학설
# Paul Foulquie(뽈 훌끼에) : 인간의 경험이 archetype의 복사.
# Goblot(고브롯) : archetype의 시원이 플라톤의 Idea.
# C. Jung : 영원히 변치않는 의미의 核인 무의식의 구조.
# M. Eliade : 모범적 모형. 그래서 제의는 신에 의해 이루어진 천지창조 행위를 모방하는 것, 즉 신화나 제의의 원형을 신의 행동 그 자체로 보는 이론이다.
이중 한국학계에서는 엘리아드의 이론이 주로 사용됨.
1.2. M. Eliade의 개념 사용의 문제점
한국이나 동양신화의 실정에 비추어볼 때 이런 곳에서는 신에 의한 천지창조(天地創造) 신화가 아니라 하늘과 땅이 스스로 열려 우주가 생성되는 천지개벽(天地開闢) 신화이다. 바로 엘리아드의 이론은 한국실정과는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이 이론은 신화와 제의가 이루어지는 현장조사를 통해서 얻어진 자료가 아니고 대부분 인위적으로 서양의 조직화된 종교 경전들의 이차적 자료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원형이론은 지극히 객관적인 입장에서 여러 자료(동양, 인도)를 기반으로 유도해 낸것이면서도 스스로 한계성을 지니고 있다. 다시말해 조직화된 종교에는 적용될 수 있어도, 도그마가 加해지기 이전의 자연종교현상이나 신화에다 그대로 적용시키려 한다면 많은 무리가 따를 것이다.
2. 원본의 개념, 무속의 원본사고
저자는 있는 그대로의 무속현장으로부터 무속의 의미를 찾으려는 데에 목적이 있기에, 위의 학자들 개념의 사용을 일단 보류하고, 무속현장에 깔려있는 존재 근원에 대한 원질사고(原質思考), 즉 존재에 대한 ‘원본’사고를 찾아 보겠다. 즉 인간존재의 영구지속을 위해 무속의 제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무엇이 그 존재의 기준이 되느냐, 즉 무엇이 존재의 지속과 단절, 유․무의 기준이 되느냐의 질문이다.
예컨대 무속에서 보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보자. 무속에서는 인간이 죽으면 영혼이 저승으로 돌아간다고 믿어 영혼의 존재를 인정한다. 즉 무속에서는
“인간(의 존재)은 유형(有形)의 육체와 무형(無形)의 영혼으로 되어 있다.
육체는 멸(滅)해도 영혼은 불멸한다.
따라서 인간의 존재는 영혼이 있기에 영원하다.” 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존재의 기준은 시간성, 공간성이다. 즉 영원이란 공간과 시간밖에 있는 것이기에 무속사고는 시간과 공간 밖의, 시간도 공간도 없는 상태의 영원성을 중시한다. 그래서 굿을 할 때는 언제나 먼저 현실의 공간과 시간을 단절 금지시키는 금기(禁忌)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이러한 무공적(無空的) 무시적(無時的) 차원을 카오스(chaos)라 한다. 즉 존재의 생명이 없는 영원계가 카오스이고, 그래서 이것이 존재의 무한시발(無限始發) 근원이 된다. 즉 영혼이 불멸한 것도 육체의 조건을 벗어나 무시간 무공간의 카오스 상태의 근원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속사고란 유형존재의 근원인 카오스로부터 존재를 보는 사고다. 이 “카오스의 영원으로부터 존재를 보는 사고”, 이것이 무속사고의 “원본”이 된다. 즉 일정한 사고의 “本”(Pattern)이다. 즉 무속에서는 모든 존재가 영원한 존재근원인 카오스로부터 존재를 받고, 순환성을 통해 존재가 다시 카오스로 돌아감으로써 존재가 영원히 지속되어 간다고 믿는다. 이 순환성은 공간도 시간도 분화되지 않은 카오스의 상태, 즉 카오스의 미분성(未分性)에 근거한다.
그래서 카오스의 미분성이 무속사고의 원본이 되고 이 원본 사고가 행동으로 표현되는 것이 제의인 굿이라 생각된다. (→저자도 확신하지 못한다는 말, 그렇게 밖에 설명할 수 없는 무속의 현실떄문이라 생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