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모래바람이 하늘을 덮었습니다.
모래바람은 보이는 것들을 보이지 않게 했습니다.
밖에 나가기도 싫게 만들었습니다.
아니 창 밖을 바라보기도 싫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모래바람 속에서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것처럼
아니 대부분의 것을 가리우는 것처럼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알기란
모래바람 저 편에 있는 건물을 보기보다도 더 어렵습니다.
모래바람은 앞을 못보게 만들고
나의 닫힌 마음은 앞에 있는 사람을 못 보게 만듭니다.
모래바람 속에서는 멀리 보려고 하지도 않고, 옆 사람을 보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눈에 뭐가 들어갈까, 코에 뭐가 들어갈까 마음 조리면서 땅만 쳐다보고 걷습니다.
마음을 닫은 우리 모두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내 마음을 볼까?
누구한테 내 마음을 들킬까?
그러면서 자신의 마음을 닫고 형제자매들이 다가오는 것을 경계합니다.
황사가 걷히면 저 멀리의 산들도 눈에 들어옵니다.
나의 닫힌 마음을 열면 사랑으로 다가오는 형제자매들을 볼 수 있습니다.
내가 지금 보지 못하는 것은 내가 내 마음을 닫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내 마음을 닫았기에 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황사가 걷힐 때에는 내 마음의 빗장도 활짝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모래바람 속의 나와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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