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3때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방학 때 선배들과 함께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담배를 배운 것이다. 그런데 학교에 와서는 담배를 숨어서 피워야 하는데 마땅한 장소가 없었고, 또 담배를 가지고 다닐 수도 없었다. 그래서 내가 제일 좋아했던 것이 신부님들 화장실 청소였다.
화장실 당번의 특권은 학생들의 변기는 좌변기였기만 신부님들의 화장실은 양변기였기에 아침에 양변기에서 볼일을 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신부님들이 피우다만 담배꽁초를 피우는 재미였다.
어느 날 아침, 화장실 청소를 하러 갔는데 하나 피우고 놓고 간 담배 갑이 있는 것이었다.
“심봤다.”
우리는 꽁초가 아니라 장초를 입에 물고 폼을 잡았다.
“야! 살다보니 이런 횡재도 있네”
“그러게 말여! 앞으로도 신부님들이 이런 건망증은 계속 있었으면 좋겠구먼”
우리가 그렇게 새 담배를 피우고 청소를 거의 마쳐가고 있을 무렵, 담배 갑을 놓고 가신 신부님께서 담배를 찾으러 오셨다. 그러나 담배가 있을 턱이 없었다. 우리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그 신부님의 눈빛을 주시했다.
신부님께서 우리를 바라보시는 순간 “죽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신부님은 우리를 바라보시고는 말없이 나가셨다.
“휴! 살았다.”
“야! 종수야! 신부님이 담배를 놓고 나가셨고, 그 다음에 우리가 들어와서 청소를 했는데 담배가 없어졌어. 그럼 당연히 우리를 의심해야 되는 것 아니니? 그런데도 저 신부님은 말없이 나가시는 것을 보면 좀 이상하지 않니? 바보인가?”
“얌마! 재수 좋은 줄 알아!”
나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아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아직 상황이 끝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신부님이 그것을 교수신부님들께 이른다면 그날부로 우리는 짐싸들고 집으로 가야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 신부님은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으셨다. 물론 꽁초도 남아있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몇 일 후에 우리는 그 좋은 청소구역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그 신부님께서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으시고 청소구역을 바꿔 놓으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