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교회
3.1.1. 하느님 백성 개념의 재발견
1. 그리스도 신비체 회칙의 교회 구성원 요건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하느님 백성 사상이 다시 부각되었다. 회칙은 교회 구성원 요건으로 세례, 신앙, 교황과의 일치를 규정했다. 이로써 비가톨릭 신자들은 교회로부터 완전히 제외된 것이다.
2. 그리스도의 몸 사상은 원래 교회가 끝날 까지 지상에서 확장하는 그리스도로 이해되면서 발전되었다. 이러한 사상은 특히 개신교 신학의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비판에 따르면 이 사상은 교회를 그리스도와 동일시하여 교회가 흠 없고 거룩한 존재가 되게 한다는 것이다. 교회는 죄인들의 교회로 항상 정화와 쇄신을 필요로 한다.
3. 교회는 아직 목표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주제가 부각되면서 교회 개념의 종말론적 차원이 분명해졌다. 이로써 구세사의 연속성, 즉 이스라엘과 교회는 함께 순례의 길을 가고 있다는 인식이 두드러졌다. 이와 같은 교회의 역사성, 그리고 하느님 백성과 그 구성원 상호간의 내적인 일치를 설명하기에는 하느님 백성 사상이 적합하다.
하느님 백성 개념은 다음 4가지 테마로 요약된다.
① 이스라엘과의 연속성 ② 구원의 역사성
③ 구성원들의 일치 ④ 교회의 종말론적 역동성
3.1.2. 교회의 연속성(이스라엘과의 연속성)
하느님 백성 사상은 무엇보다 이스라엘과 교회 사이의 연속성을 드러내 준다. 이러한 연속성은 아담, 아브라함, 시나이 계약, 예레미야에게서 드러난 새로운 계약에 대한 예언적 약속, 즉 이 4가지 계약을 통해 이어지다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되었다. 옛 백성과 새 백성 사이에는 구별성이 있다. 전자가 성조 아브라함과 함께 혈통이라는 유대로 하나가 된 반면 후자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함께 신앙과 사랑을 통해서 하나가 된다. 후자는 세례와 성찬이라는 성사적 요소를 통해 역사적 구체성을 가진다. 그리고 이스라엘과 맺은 옛 계약은 율법을 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계약이고 새 계약은 절대적 계약이다. 절대적 계약이 가능한 것은 하느님 스스로가 아무런 조건 없이 인간이 되셨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인간을 선택하셨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회는 구약 성서적인 하느님 백성 개념의 신약 성서적인 전환이요 변형이다. 이는 그리스도 안에서의 새로운 출생을 의미한다.
이스라엘은 구세사 안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로마서 9-11장에 잘 드러난다. 한 마디로 모든 다른 백성들을 위한 하나의 백성의 선택이다. 즉 이방인이 이스라엘이라는 귀한 올리브 나무에 접목된 것이 그 반대가 아니다.(로마 11,17) 그런데 이스라엘은 이 표지로서의 선택에 따른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했기에 교회가 등장했고 이는 교회가 구원을 위한 도구임을 밝힌다.
부연하자면 부르심의 영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① 불림 받은 자는 자기의 것이 아니라 부른 자의 것을 말하고 전해야 한다.
② 불림 받은 자는 또 다른 부르는 자가 되어야 한다.
③ 부르심이 실현되는 장소는 바로 우리의 일상이다.
3.1.3. 구원의 역사성
하느님 백성은 오직 역사 안에서 당신 스스로를 계시하시는 하느님의 구원의지를 통해 존재한다. 이 하느님 백성은 옛 계약의 백성과 결합되고 나아가 순례하는 인간과 결합되어 있다. 옛 계약에서 새 계약으로 넘어가는 과정은 소박한 믿음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 안에서 이루어졌다. 그들은 옛 하느님 백성의 마지막 사람들이자 새 하느님 백성의 첫 사람들이다. 즈가리아, 엘리사벳, 요셉, 마리아. 특히 마리아는 옛 백성과 새 백성, 이스라엘과 그리스도교, 시나고가와 교회를 풀 수 없게 연결시켜주는 연결고리이다. 즉 자신의 인격 안에서 구세주의 어머니가 됨으로써 연결고리가 되었다.
3.1.4. 교회 구성원의 일치
교회헌장에 따르면 하느님 백성의 내적인 일치는 성사적인 신분까지도 포함한 모든 경계 위에 있다. 일치의 근거는 모든 인간이 하느님의 새로운 백성에로 부르심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들의 내적 본질은 ‘그리스도교 형제성’이다.
구약에서의 형제성은 혈통과 유대를 바탕으로 하는 한 분의 아버지를 모시는 형제성이다. 그러나 예수 시대에 와서 형제라는 말은 첫째, 구약 성서적이고 유대적인 종교적 동료, 둘째, 예수의 제자들이 가진 형제성(협의), 셋째, 영적 친교성 즉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형제들의 영적 친족관계를 의미한다(광의).
그리스도교 형제가 되는 근본토대는 신앙이다. 이 하나됨은 고유한 자기 자신으로부터의 분리 즉 나 자신의 이기적인 절대성을 깨어버리는 데 있다. 구약의 경계가 그리스도 안에서 허물어졌다. 여기에서 위계적으로 조직된 교회내의 본질적 동등성이 연역된다. 평신도와 성직자는 근본적인 동등성을 지닌다. 이 형제적인 하느님 백성의 특성이 교회헌장 9항에 표현되어 있다. “이 메시아적 백성이 머리로 모시는 분은…그리스도이시다. 이 백성의 신분은 하느님의 자녀로서의 품위와 자유이며…이 백성의 법은…서로 사랑하라는 새 계명이다. 마침내 이 백성의 목적은 하느님 나라이니…”
3.1.5. 교회의 종말론적 역동성
교회는 아직 목표에 도달하지 않았다. 교회는 순례여정을 계속하고 있다. 이 여정 안에서 교회는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표지와 역사적 봉사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런데 때로 그리스도와 교회의 일치는 양자를 동일시하는 위험을 초래했다. 사실 ‘거룩한 교회’라는 표현은 바로 교회 안에 주님의 거룩함이 현존한다는 표현이지 교회자체의 거룩함을 뜻하지 않는다. 이러한 교회의 거룩한 모습 안에 한편으로 교회의 위험이 놓여 있고 한편으로 교회의 정화와 쇄신의 당위성이 놓여 있다. 교회는 이미 새로운 계약이지만 아직 하느님 나라는 아니다. 이러한 교회의 역사적 실재를 부정함으로써 교회는 영광과 승리에 도취되고 마침내 종말론을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교회는 역사적인 실재만을 강조하거나 영적인 실재만을 강조할 때 왜곡될 수밖에 없다.
3.1.6. 하느님 백성 개념의 한계
1) 그리스도론적 차원의 문제 : 하느님 백성의 일반적인 의미는 오히려 이스라엘 백성에게 적용된다. 그리하여 하느님 백성이란 말은 그리스도론적 전환을 거쳐서야 교회라는 말이 된다. 제 2차 바티칸 공의회가 이런 종합을 이루어내었다.
2) 교회의 영적인 차원 : 교회는 인성을 취하신 천주성자의 내림과 성령의 파견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러한 교회의 영적인 차원은 그리스도의 몸 개념에서 더 잘 설명된다. 즉 그리스도의 몸, 강생과 부활, 그리고 성령강림 후에 하느님 백성이 어떻게 형성되었는 지를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의 몸 사상이 필연적이다. 또한 그리스도의 몸 사상만이 하느님 백성과 그리스도 상호간의 어울리는 관계를 이루어 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