Ⅴ. 결론
사제는 예수 그리스도를 온전히 닮으려는, 그분의 삶을 전적으로 추종하려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사제 독신 생활의 가장 큰 이유는 그리스도교의 근본 실제, 즉 동정이시며 동시에 사제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위격 자체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1) 독신 생활은 무엇보다도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비롯된다.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이 없다면 사제 독신 생활은 전혀 의미가 없다. 따라서 사제의 거룩한 독신 생활은 그리스도께서 몸소 부르신 사람들에게 거저 주시는 “값진 선물”인 것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사제 독신 생활에 대하여, 영신 생활로서의 독신 생활은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42항)에서, 은총의 고귀한 선물로서의 독신 생활은 ‘수도 생활 쇄신 적응에 관한 교령’(12항)에서, 특히 사제직에 가장 알맞은 생활 형태로서의 독신 생활은 ‘사제 직무와 생활에 관한 교령’(16항)에서 다루고 있다. 끝으로 ‘사제 양성에 관한 교령’(10항)에서 사제 독신 제도에 관한 신학생 양성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이상의 순서에 나타난 근본 원리를 간략하게 말해 보면 아래와 같다. 독신 생활이 본질적으로 사제직과 결부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사제직과 깊은 합당성을 가지고 있다.2) 그 이유는 특히 네 가지로 나타나는데, 첫째, 독신 생활은 사제적 사랑의 표시요 자극인 동시에, 세속에서의 영적 풍요의 특수 원천이고,3) 둘째, 독신 생활로써 사제들은 “마음의 갈림이 쉽게 그리스도와 결합되며” 물질만을 추구하는 세상에서 청량제의 사명을 계속할 수 있고,4) 셋째, 독신 생활은 하느님이 제정하시고 후일에 완성될 천상 약혼의 증거이며, 이 약혼으로써 교회는 유일한 신랑으로 그리스도를 모시는 것이고,5) 넷째, 독신 생활은 하늘에서 개선할 영성의 산 설교라는6) 것이다.7)
사제 독신 생활에서 분명하게 밝혀 둘 것이 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독신 생활이 사제직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선택하는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오해(誤解)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독신 생활은 오직 하느님 나라를 위한 전적인 자기 봉헌의 삶이며, 그리스도께 대한 온전한 사랑으로 투신할려고 하니 독신 생활은 자유로이 선택되는 것이며, 그 결과 사제직 수행에 보탬이 되는 것이다.
사제의 독신 생활은 단순히 전통적 유산이기 때문에 고수되어온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신학적으로 하늘 나라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스스로 봉헌하는 거룩한 교회의 덕목 중 하나이며, 인간적으로 타인을 인격적으로 온전히 사랑하기 위한 보다 고차원적인 생활인 것이다. 독신 생활은 하늘 나라를 위한 하나의 진정한 봉헌이며, 공적으로 부여되는 하나의 참되고 실제적인 희생이기 때문에 단순히 혼인 성사의 포기에 지나지 않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러므로 사제의 독신 생활은 주 예수 그리스도의 삶의 형태를 본받는 생활이며, 그리스도의 말씀을 따르는 생활이다. 따라서 하늘 나라를 위한 독신 생활은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을 충만하게 받는 복된 삶이며 인간의 전적인 봉헌으로 이루어지는 삶인 것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사제의 직무와 생활에 관한 교령 16항을 깊이 묵상해 보자.
“독신 생활은 많은 점에서 사제직에 적합하다. 사실, 사제의 사명은 죽음의 정복자이신 그리스도께서 당신 성신으로써 세상에 나게하신 새로운 인간들 ‘혈통으로나 육정으로나 정욕으로 난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로부터 난’(요한 1, 13) 새로운 인간들에게 봉사하기 위하여 온전히 헌신하는 그것이다. 천국을 위하여 자기는 동정 혹은 독신 때문에 사제는 새롭고 숭고한 이유로써 그리스도께 헌신하며, 갈림없는 마음으로 보다 쉽게 주님과 일치하여, 주님 안에서 주님을 통하여 보다 자유스럽게 하느님과 사람들에게 대한 봉사에 몸을 바치고 주의 나라와 초자연적 갱생(超自然的 更生) 사업에 쉽게 봉사하며, 그럼으로써 그리스도 안에서 부성(父性)을 풍부히 받기에 한층 더 적합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