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Ⅰ. 서  론


오늘날 교회의 모습은 많은 이들이 그리스도께 대한 인식이 전혀 없거나 신앙을 상실해 가는 어려운 시대에 직면해 있다. 오늘날 “고도로 발전하고 있는 과학기술을 원동력으로 하여 변동을 거듭하고 있는 우리 사회는 앞으로 더욱 다원화되고 조직화될 뿐만 아니라 물질적 생활은 더욱 풍요로워지고 중산층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1) 게다가 인구의 도시 집중, 전문화된 직업의 증가, 핵가족화, 국제화 등은 가치관과 욕구의 다양화와 더불어 미래 사회의 생활 양식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며, 사회 생활의 기능적 분화 현상 등은 인간의 정신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공동체 의식의 상실이나 비인간화 그리고 극단적 개인주의나 이기주의 같은 병리현상을 증대시킬 것이다.


이러한 때에 사제직무 있어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사제의 역할, 즉 그 직능이다. 사제의 역할은 무엇인가? 사제의 역할이 사제에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사제직이 교회 내의 봉사직 중의 하나라면 이 직제를 설정하신 그리스도의 본래의 의도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들이 사제들에게 주어지고 있다. 그리고 신자들은 현대적 감각을 지닌 사제를 필요로 하고 있으며, 구원의 복음을 전달해 줄 사제일 뿐 아니라 그 자신의 삶이 온전히 그리스도를 닮은 헌신적인 사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오늘날 사제는 2천여 년 전에 실존했던 사제의 원형인 그리스도의 모습을 질적으로 변화된 20세기말의 시대적 상황 속에서 재현할 과업을 지니고 있다. 사회적, 정치적 그리고 문화적 격변의 소용돌이에 처해 있는 현 한국 사회 안에서 신앙의 책임으로 사회 변혁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교회의 구조에, 특히 사제의 역할에 달려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인은 사제 모두가 구현해야 할 ‘바람직한 사제상이 어떤 것인가?’ 생각해 보았다. 사제는 신품성사를 받음으로써 자신을 위해 사는 사람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으로 그 존재가 바뀌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제는 그리스도께서 십자가 위에서 완성하신 사제직을 모범으로 삼고 그분의 삶의 모습을 이 시대 안에 재현하여야 한다. 자기 자신을 철저하게 비우고 양도하는 가운데, 그것이 바로 하느님을 위한 징표임을 보여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 바로 사제직의 원형이자 지속적인 규범인 것이다.


오늘날 필요로 하는 사목자의 가장 중요한 양상은 봉사하는 사제라 할 수 있다. 이상적인 사목자는 인간미 넘치는 겸손과 친절로 남에게 봉사하는 사람이며, 하느님과 일치해 있는 자며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다. 즉 현대의 신자들이 가장 열망하는 사제는 신자들에게 몸을 바치는 사제일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사목자는 자신의 생활 태도와 기도생활과 활동이 구원의 메시지임을 명심하여 사목자로서의 자질을 포함한 필요조건의 결핍을 항상 반성해야 한다.2)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사제의 직무와 생활에 관한 교령」이 의도하는 주제는 사제의 사목 활동과 그의 생활과의 일치를 시도한 점이라 할 수 있다. 공의회는 명백하게 “사제로서 성덕에 이르는 유일한 길은, 그리스도의 성신 안에서 사제로서의 임무를 게으름없이 성실하게 수행하는 그것”(13항)이라고 천명하고 있다. 사제는 하느님의 백성 가운데에서 어떤 의미에서는 선택되었지만, 그것은 주께서 사제를 선택하시며 맡기신 일에 온전히 헌신하기 위해서이다.


사제직은 본질상 외적 영예와 세속적 권한에 의지하는 직책이 아니라, 십자가에서 절정에 이르는 예수의 위타적 존재양식에 몰입함으로써 비로소 수행되는 철저한 봉사직이다. 사제가 이러한 봉사적 삶에 헌신할 때, 바울로 사도가 말한 바와 같이 “예수 그리스도의 일꾼이고 하느님 신비의 관리자”(1고린 4, 1)라고 지칭될 수 있을 것이다.3)


우리는 오늘날 거의 모든 생활 분야에서 급격한 변화를 체험하고 있다. 이 역사적 세계 안에서 많은 사람들은 하느님의 부재, 침묵 그리고 죽음을 선포하고 “마치 하느님이 계시지 않는 양”(etsi Deus non daretur)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때 사제는 교회가 수행하는 성사적 행업을 전인적으로 표출하는 직무의 소유자가 되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자신의 전존재로서 보이지 않는 하느님 사랑의 볼 수 있는 표징이었듯이 사제 역시 자신의 전존재를 통하여 육화된 하느님의 사랑을 현존케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러한 사태에 직면해서 봉사의 의미에 대해서 고찰해 보고, 봉사와 사제직과의 관련성을 집중적으로 조명해 보는 것은 사제직을 향해 나아가는 길에 있어서 한 번쯤 생각해 볼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본인은 사제직과 봉사에 대해 살펴봄에 있어서 먼저 봉사, 특히 성서에 나타난 주 예수님의 봉사적 삶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그 다음으로 사제직과 봉사와의 구체적인 연관성을 논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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