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결 론
사제 직무의 본질은 오직 봉사, 형제적인 봉사의 형태 안에 있으며, 교회 내의 모든 일은 형제적인 봉사만이고 그것밖에 없다. 사제의 사명과 봉사의 목적을 완전히 달성하려면 사제는 하느님과 일치되기로 노력하고, 겸손과 신뢰와 사랑으로 하느님과 열심히 대화하고, 지극히 사랑하는 아버지의 품에 안기고, 그리스도의 마음과 자기 마음을 같이하고, 성모 마리아의 따뜻한 손길을 느끼며, 하느님과 그리스도와 그 성모께 인류와 교회와 세계를 온전히 맡겨 드려야 할 것이다. 의심없이 사제적 행위, 특히 성사 집전의 효과는 그리스도께로부터 오는 것이다. 사제는 그의 봉사자이기 때문이다. 유일한 사랑과 하느님께 대한 전적인 봉사와 그 구원 계획에 바쳐진 사람들이 바로 사제인 것이다.
현대 세계에서 요구하는 사제의 위치는 “십자가 곁”이다. 사제의 위치는 부활의 영광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 곁에 있어야 한다. 승리주의가 아닌 희생하고 봉사하는 자세, 자신을 온전히 내어놓는 자세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고찰로 본 사제상은 결국 그리스도를 닮은 사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제들에게 있어 변할 수 없는 본질적인 측면으로서 오늘의 사제나 미래의 사제 모두에게 요구되는 것이다.
사제는 그리스도로부터 불리움 받았기에 그의 삶은 그를 부르신 주 예수님의 뜻에 따라 행해져야 하며, 그분을 지향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제는 “선생님이시며 주님”(요한 13,13-14 참조)이신 주 예수님처럼 봉사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봉사하기 위한 삶을 살아야 한다. 사제는 봉사자이다. 특별히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그리고 무관심주의가 팽배해 있는 오늘날 사제에게 더욱 더 요구되고 있는 것이 바로 봉사자로서의 모습일 것이다. 지배하고 소유하는 세상의 모습이 아니라, 기쁘게 희생하고 봉사하는, 주 예수님을 닮은 사제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봉사자로서의 삶을 살아야 하기에 사제는 복음을 깊이 묵상하고, 모든 삶을 주님과 함께 하고자 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사제가 하는 모든 일이 주님의 은총 안에서 이루어지는 참된 그리스도적 행위가 될 수 있을 것이며, 그렇게 살아갈 때 비로소 사제는 또 하나의 그리스도가 되어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사제는 인류의 구원을 위해 자신을 철저히 비우신 그리스도처럼 자신의 원의와 갈망을 불사르고 비우고 철저한 위타적(爲他的)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현세적 영예와 특권에 급급하는 대신에 이웃과 사회, 특히 소외당한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교회 공동체를 그러한 방향으로 이끌어갈 때 그리스도의 일꾼으로서 자신의 정체를 보존하고, 지상에서 하느님의 나라를 현존케 하는 씨앗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인류가 안고 있는 문제를 직시하고 이의 해결을 위해 진력하는 위타적인 봉사적 사제가 바로 20세기의 끝단에 서 있는 오늘날 우리 모두가 요청하는 바람직한 사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