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론-예수 그리스도-그의 사제직( 그리스도 사제직의 본질적 가치)

 

3. 2.  그리스도 사제직의 본질적 가치




사제직의 중개자적 임무, 그것의 바탕은 육화에 있다고 했다. 그런데 예수의 육화는 ‘축성’과 ‘사명’(같은 의미로 파견)이라는 분리할 수 없는 두 사실을 깔고 있다. 예수는 “아버지께서 축성하시어 세상에 보내신 분”이다(요한 10, 36). ‘축성’하여 ‘사명’을 주고 이 세상으로 보내셨다(육화시키셨다). 


축성을 통해 하느님은 장소, 사물, 사람 등을 속됨에서 분리시켜 당신 것으로 만드신다. 축성과 세상에의 파견은 연결되는 것이므로, 축성에 의한 분리는 세상과의 분리를 뜻하는 것이 아니고 다만 하느님께 특별히 예속된다는 의미이다.1) 이 축성은 분명히 신성으로서의 성자에 대한 것이 아니고 말씀의 육화로 취하게 된 인성에 대한 것이다. 이 축성으로 예수의 인성은 전체적으로 하느님께 예속되어 자기 사명에 임하게 된다. 사제직의 관점에서 볼 때, 이는 육화 신비에서 이루어진 사제축성으로 그리스도의 사제적 역할이 수행된다는 것을 뜻한다. 다른 성서 구절에서는 예수를 “하느님 아버지께서 당신 인장(印章)으로 날인(捺印)하신”(요한 6, 27) 사람의 아들이라고 정의한다. 이 ‘날인’은 그가 세례를 받을 때나 성신께서 그에게 내려오실 때도 이루어졌을 것이다. ‘날인한다’는 것은 하느님의 이름으로 행하는 그의 모든 행위에 대한 하느님의 보증을 뜻하는 것일뿐 아니라, 더 나아가 ‘그리스도인의 세례의 효과’-하느님께서 그를 당신 사람으로 만드셨다-를 말하는 것이다. 인장(印章, sigillum)은 소유권의 표시를 뜻한다. 따라서 예수가 성부로부터 날인되었다는 것은 바로 성부의 사람으로 축성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스도께 대한 축성이나 날인은 사제적 인호(印號)를 이룬다. 그의 인호는 다른 어떤 사제도 가질 수 없는 ‘완전한’ 것이다. 하느님 아버지와 동형(同形)임이 완전히 나타났다. 날인한다는 것은 어떤 모습을 박아넣는 것이기 때문이다. 육화 이전의 성자는 성부의 완전한 모습 내지 형상이다. 히브리서에서의 성자의 사제직에 대하여 묘사하면서 그는 “하느님의 본질을 그대로 간직하신 분”(히브 1, 3)이라고 기록했듯이 성자는 성부의 신적 본질을 완전히 나타내는 외적인 모습이다.


이 인호는 육화로 인하여 예수의 인성 안에 새겨졌으므로 그는 지상의 전 생애에서 성부의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모든 인간사(人間事)에 있어서 성부께서 태초부터 인간에게 봉사하기를 원하신, 그 ‘사랑이 충만한 목자의 모습’을 재현하셨다. 목자나 종의 특성이 육화로써 그의 인성 안에 새겨진 것이다.


예수는 성부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완전한 인간이 되셨다. 위에 말한 인호나 축성은 그의 인간성에 어떤 구애도 주지 않고 오히려 그것이 그의 인간성 전체에 새겨져 하느님의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로써 예수는 사제로 활동하기 이전에 이미 본질적으로 사제였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의 한 위격(Persona) 안에서 인성과 신성이 서로 만나고 중재되기 때문이다. 그의 사제직은 모든 성사적 인호들의 원형 인호를 지니고 있어 그 자체로써 축성이 되고 성부와 동형을 이룬다. 예수의 인호는 목자로서의 성부와 닮음으로써 모든 사제들의 인호의 원형이 된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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