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동체와 평신도-한국의 소공동체 운동(소공동체 운동과 평신도의 역할)

 

3. 2. 소공동체 운동과 평신도의 역할


보프는 소공동체에서의 평신도의 역할에 대해 “기초 공동체는 본질적으로 평신도 운동이다. 평신도는 소공동체 안에서 복음의 목적을 수행하고 교회의 향방과 현안의 결정 과정에서까지도 매체와 수단의 역할을 한다.”1)고 말하였다. 이는 평신도 역시 사도들의 후계자임을 강조하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따르는 말이다. 최근에 부각되고 있는 평신도와 소공동체의 밀접한 연계성은 세계 교회에서도 명백히 나타난다. 미국의 록크빌 센터 교구 성 마리아 성당의 매리 플래허티(Mary Flaherty)는 “우리는 교회와 본당의 새로운 구조를 모색해야 할 기점에 와 있으며, 우리는 진지한 인정을 요구하는 평신도들과 평신도들이 진지하게 평가되는 기초 공동체를 가지고 있다”2)고 말했다.


이 말들은 소공동체 안에서의 평신도의 역할이 부상하면서 교계 제도와 어떤 관계를 맺고 그 역할을 수행할 것이냐는 문제로 이어진다. 무엇보다도 획일적인 성직중심주의는 소공동체 안에서 신도들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앞으로 극복되어야 할 것이다. 사제는 신앙의 절대적 배타적 옹호자로서 군림할 것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의 개방적 관리자로서, 봉사자로서 공동체의 구성원인 신도들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매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소공동체 안에서 평신도가 할 역할은 무엇인가? 앞에서 말한 대로 평신도 역시 사도들의 후계자라면, 그래서 평신도의 사도직이 성직자의 그것과 동등하다면, 평신도도 그에 걸맞는 예언직, 사제직, 봉사직(왕직)을 수행할 수 있고 수행해야 한다. 소공동체 운동이 본래 사제가 없는 지역에서 시작되었다는 태생적 조건이, 그리고 한국 천주교회가 성직자 없이 평신도 지도자들에 의해 출발했고 참 교회로서 훌륭하게 살아왔다는 사실이 이 점을 뒷받침한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200년 전의 조선에서든 오늘날의 남미와 아프리카에서든 사제가 없는 지역에서 신도들은 자기들끼리 모여 성경을 읽고 묵상하고 해석했고(예언직 수행), 하느님께 기도와 찬미를 드리고 기도 예절을 거행했으며(사제직 수행), 신앙생활에서 오는 의문들이나 인간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함께 의논하며 서로 조언을 구하고 결정을 내렸다(봉사직 수행).


이 사례는 오늘날 소공동체에 참여하는 평신도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평신도는 본당 또는 사제가 없거나 사제의 활동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나름대로 예언직과 사제직과 봉사직을 수행할 수 있다. 예컨대 기도 주관, 연수회나 피정 지도, 종교 교육, 가정 방문, 결혼 상담, 가난하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위한 봉사, 노약자와 수감자 방문, 상가 방문과 봉사 등 본당 사목 활동의 일부나 본당 전체의 이익을 위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 탁아소나 양로원 운영, 청소년 지도와 같은 지역 차원의 활동이나 프로그램도 맡아 할 수 있을 것이다.


평신도는 이런 활동을 통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도시에서의 소외감과 격리감에서 벗어나게 하고, 신앙심을 기르고 가난한 이들에게 봉사하며, 제기되는 지역 문제들을 분석하도록 도울 수 있다. 이것은 세상과 사회의 개인주의, 개별주의, 익명주의, 소외주의, 불신주의를 극복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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