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2 선교 정책
현재까지의 한국 교회에서는 선교 신학적인 현실 분석에 의거해 수립된 선교정책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형편이다. 대부분의 경우 자발적으로 교회를 찾는 사람에게만 예비자 교리를 통해 입교하도록 안내하는 아주 소극적인 자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 교회 구성원 전체가 선교의 긴급성과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천주교회가 개신교나 타종교에 비해 선교 열의가 약한 이유를 한국천주교 선교 200주년을 기해 준비한 <사목회의 의안>은 4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 ‘말씀’과 ‘행동’은 교회 선교활동의 기본적인 두 축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말씀’과 ‘행동’으로 복음을 선포하셨듯이 이 두 가지는 항상 병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오늘날까지 한국 교회는 ‘말씀’의 선포를 너무 소홀히 해왔다. 평신도가 선교의 주역을 담당하던 시대에는 하느님의 말씀이 당대의 저명한 학자들에 의해 학문적, 사상적 탐구를 통하여 소개되었기에 그것은 절대자의 진리요 우주의 이치이지 인간을 지극히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따사로운 말씀이라는 인상은 아주 희박하였던 것이다. 여기다가 당시 서양교회의 신심주의적 색채가 영향을 미쳐 신앙생활은 신자들의 개인적 신심을 북돋아주는 여러 가지 행사나 예식으로 가득차게 되었기 때문에, 하느님의 말씀을 깊이 받아들이고 이를 듣지 못한 이들에게 한시 바삐 전해야 되겠다는 긴박한 사명의식은 아주 희박하였고 이러한 자세가 오늘날까지 그대로 이어진 것이다. 둘째,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는 명제를 편협하게 이해하여 비신자, 갈라진 형제들, 타종교인, 무신론자 등을 구원의 범주에서 완전히 제외하거나 무시하려 하였다. 이러한 독선적 교회관으로 스스로 교회를 찾지 않거나 신앙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선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긴박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셋째, 교회의 위계적 질서 체제이다. 위계 질서의 외적인 형태만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교회의 모든 활동의 주역이 성직자와 수도자로 인식되었고 선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성사 집전과 관리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한 성직자들이 교회 밖을 향하여 선교적 열정을 불태울 가능성은 희박했고 피동적 위치에 있던 평신도들에게서도 그 가능성은 희박했다. 마지막으로, 한국 교회 신자들은 비교적 열심히 기도생활을 해왔으나 개인주의적 행복이나 구령의 차원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고 따라서 선교를 위해 가장 필요한 기도의 자세가 크게 결핍되어 왔다.
또한 예비자를 맞아들이는 과정에 있어서도 한국 교회는 미숙한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첫째, 한국인의 종교 심성을 십분 응용한 교리교육 방법론을 개발하지 못하고 신학적 명제의 요약과 같은 교리의 주입식 교육에 의존하고 있다. 둘째, 예비자들을 가르칠 수 있는 교리교육 지도자들이 너무나 부족한 현상이며 본당 차원에서도 이를 양성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 셋째, 새로 찾아온 예비자들이 마음놓고 접근하여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수용태세가 갖추어져 있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넷째, 장기간의 이론적 교리교육으로 교회를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 큰 부담감을 주고 있다. 다섯째, 영세입교한 후에도 그 믿음을 발전․성장시킬 수 있는 재교육 제도가 미비하다. 여섯째, 영세입교한 사람들이 공동체 안에 설 자리를 발견하고 교회의 신앙생활에 기쁨과 보람을 찾을 기회를 마련해 주지 못한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