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론-교회(성사로서의 교회-성사)

 

2.2.3 성사


가. 개관


교리서에 나와 있는 ‘성사’(sacramentum, 聖事)에 대한 해설을 살펴보면 현재 교회에서 전례로서 거행하는 일곱가지 성사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다. 즉 교회 안의 7성사를 이야기하면서 성사에 대해 풀이 하기를, 첫째로 성사는 신비이면서 그리스도의 대리자가 거행하는 그리스도의 행위 그 자체이며, 둘째로 성사는 거룩한 표시이고 또한 세째로 성사는 은총의 표시라고 말한다.1)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성사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은총을 볼 수 있도록 해주는 표지’라고 할 수 있는데, 현재 교회 안에서 ‘성사’에 대하여 이야기 할 때는 대부분 일곱 가지의 성사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굳어져 있다.


하지만 레오나르도 보프에 따르면 12세기초 이래로 신학자들이 수백 가지의 성사 가운에 일곱 가지의 주요한 교회 행위를 내세우기 시작했고 이것이 오늘날의 7성사라는 것이다. 1274년 리용 시노드와 1439년 플로렌스 공의회에서 이 교리(교회의 성사는 7가지)를 공식적으로 채택했고 1547년 트렌트 공의회에서 이 교의를 선언하기에 이른다.2) 이것은 성사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은총의 표지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7성사의 교리가 정착되기 이전에는 ‘성사’가 보다 풍부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성사’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통해서 알 수 있는 풍부한 의미를 다음 절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나. 성사에 대한 포괄적 이해3)


인간은 세계를 이루는 만물 속에 새겨진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으며 사물은 사물에만 그치지 않고 표징 체계를 이루고 있다. 영적이며 정신적인 존재인 인간은 무상한 것에서 항구한 것을, 잠시의 것에서 영원한 것을, 세계에서 하느님을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무상한 것은 항구한 것이 현존한다는 표지로, 잠시의 것은 영원한 것이 실재한다는 상징으로, 세계는 하느님의 위대한 성사로 변한다. 사물들에 그리고 사건들에 새겨진 메시지를 인간들이 읽어내기 시작할 때 모든 것은 하나의 상징이요 표징이 된다. 동시에 신앙인들에게는 하느님을 드러내 주는 하느님의 표징이 된다. 이렇게 인간의 삶을 둘러 싸고 있는 존재들을 이해하는 데서부터 성사를 이야기 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성사가 비가시적인 실재를 드러내 보여주는 표지이며 상징이기 때문다. 모든 것이 하느님 은총의 성사적 매체일 수 있다. 그렇기에 그리스도교인들은 7성사라는 좁은 한계 밖에서도 성사의 실재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이 성사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은 인간과 세계 사이에 일어나는 상호 작용을 살펴볼 때 확연히 드러난다.  이 상호 작용은 3가지 단계로 일어난다. 첫 단계에서는 인간이 세계에 대해 놀라움을 느낀다. 세계 안의 사물들은 인간 안에 호기심을 일으키며 때로는 두려움을 느끼게도 한다. 그래서 인간은 여러 모로 사물들을 살펴보게 되고 경이는 차츰 인식과 확신으로 변하게 된다. 둘째 단계는 지배(支配)라는 개념으로 성격지어진다. 인간은 경이감을 일으키던 것의 의미를 해석하고 그렇게함으로써 그것을 지배하기에 이른다. 이 단계가 과학 활동이 자리하는 곳이다. 과학 활동이란 다름아닌, 세계를 어떤 확실한 체계 속에서 정립시켜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간은 이제 이 대상들에 대하여 익숙함을 얻게 된다. 이런 상호 작용 과정에서 사물은 이미 어떤 대상에만 그치지 않고 만남과 노력과 성취의 표지가 되고 인간 내면 활동의 상징이 된다. 인간들에게 지배되던 대상들이 말을 하기 시작하며 이로써 성사로 화하는 것이다.


보프는 어린 시절 자기 집에서 쓰던 낡은 물잔에서,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태우고 돌아가신 담배꽁초에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양초에서 각기 다른 것과는 대치될 수 없는 그것들 만의 의미와 상징을 소개하면서 물잔의 성사, 담배꽁초의 성사, 양초의 성사를 이야기 한다.4) 한 사물을 그 내면에서, 그것이 지니는 의미를 관찰할 때 그 사물은 이미 하나의 사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표지가 되고 상징이 되어 성사가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프가 얘기한 담배꽁초의 성사를 살펴보면, 하나의 물건으로서 그 담배꽁초는 전혀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여느 담배꽁초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표징으로서는 한없이 귀중한 가치를 지닐 수 있다. 그의 눈에는 아버지에 관계된 모든 것을 기억해낼 수 있는 표징으로 비춰지는 것이다. 인간의 내면의 눈길이 사물을 성사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성사적 사고로 바라다 보면 모든 것이 자신에게 유일무이한 성사가 된다.


이러한 면은 비단 사물들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들이 삶 속에서 겪는 사건들  안에서도 적용된다. 과거를 돌이켜 봄으로써 비로서 현재에 일어나는 일의 의미와 근거가 확실하게 드러나는 수가 있는 것이다. 현재의 체험이 과거의 일을 발견하는 새로운 눈을 만들어 준다. 그래서 과거의 것이 현재의 순간처럼 새로와지며 과거에 있었던 의미 있는 하나의 사건은 현재를 해석하는 하나의 척도가 된다5). 이렇게 될 때 과거 그 자체가 현재의 성사가 된다고 말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바대로 12세기에 이르기까지는 성사라는 말은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풍부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지만 점차로 성사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7성사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하게 되었다. 위에서와 같이 포괄적인 의미로 ‘성사’라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 때,성사로서의 교회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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