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교회의 어원
현대인은 대부분 교회를 고찰할 때 인간적인 면, 즉 같은 신앙과 같은 종교 의식을 통해서 결속된 세계적인 단체라는 면만을 생각한다. 그러나 성서가 우리 신앙에 호소하면서 보여 주는 교회는 하나의 신비이다. 이 신비는 옛적에는 하느님 속에 감추어져 있었으나, 오늘날에 와서는 드러났고, 또 부분적으로 실현되었다는 것이다(에페 1, 9-10: 로마 16, 25-26). 그리고 비록 교회는 아직 죄 중에 머물고 있는 백성의 신비이지만 그리스도의 몸의 연장이며 사랑의 보금자리이기 때문에 구원의 담보를 소유하고 있으며,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바치기 위해”(에페 1, 14) 광명과 용서와 은총을 만인에게 베풀어주는 인간적이면서도 신적인 제도로서 존속하는 신비이다. 당시 초대 그리스도인들은 이 단체를 성서가 사용한 명칭, “에클레시아”(ἔκκλησια: 敎會)라고 불렀다. 사실 이 명칭은 이스라엘과 그리스도교 백성간의 연속성을 명시함과 동시에, 새로운 내용을 수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희랍 세계에서 에클레시아란 말은 정치적 힘을 지닌 백성, 즉 데모스(demos)의 모임, ‘공동체의 민중집회’를 의미했다. 이러한 세속적 의미를 지닌 단어가 본격적으로 종교적 색채를 띠게 된 것은, 바오로 사도가 ‘그리스도인의 집회’, 즉 ‘오늘날의 교회’라는 의미를 부여하여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부터이다(1고린 11, 18). 구약성서 70인 역에서의 에클레시아는 종교적 목적, 특히 예배를 드리기 위해 소집된 집회를 의미했다(신명 23, 1). 원래 에클레시아는 “엑칼레오”(ἔκκαλεω: 부르다, 소집하다)에서 파생된 명사로서 그 자체가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것을 나타냈다.
초대교회는 에클레시아를 채택함으로써 교회가 ‘광야에 모였던 이스라엘의 집회’에 의해 예시된 ‘새로운 하느님의 백성’임을 자각하였고, 자신들을 표명하기 위해 ‘하느님의 이스라엘’이라는 것을 적절히 표시할 수 있었다. 동시에 마지막 시대에 하느님에 의한 ‘거룩한 집회’(1고린 1, 2: 로마 1, 7), ‘불리움 받은 성도들’을 모으기 위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먼저 유대인들을, 다음으로는 이방인들을 무상으로 부르시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내포하였다. 그러므로 에클레시아인 교회는 이스라엘의 이상적 집회가 사막에서 경신례를 위하여 모인 상태였던 것처럼, 교회 역시 예배의 형태와 제도적 의식은 변했을지라도, 신약의 이 백성은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 하느님의 새로운 성전이 되셨고, 구약의 제한된 사제직은 새롭고 영원한 대사제의 사제직에 의하여 폐지되고, 새로운 영신적 제사를 바치는 사제적이고 전례적인 하느님 백성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