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하느님의 나라(12항-20항)
그리스도는 아버지의 계시요 자비의 강생이라는 측면으로 볼 수 있는데, 구약성서는 하느님께서 당신 사랑의 계획을 계시하시고 실시하기 위해 당신 백성을 선택하시고 형성하셨음을 증언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하느님은 창조주시요 모든 사람의 아버지시며, 그들을 섭리하시고 축복하시고(창세 12, 3 참조) 그들과 계약을 맺으셨다(창세 9, 1-17 참조).
그리스도께서 하느님의 나라를 실현시키신다. 나자렛 예수께서 하느님의 계획을 완성하신다. 하느님의 나라의 선포와 건설이 그의 사명의 목적이었다(루가 4, 43 참조). 그러나 더 생각할 것은, 당신의 활동 초기에 고향의 집회소에서 이사야서가 말하는 하느님의 영을 받아 파견된 기름 부음 받은 자를 자신에게 적용함으로써(루가 4, 14-21 참조) 밝혀진 바와 같이 예수 자신이 기쁜 소식이라는 점이다. 그분이 선포하신 기쁜 소식은 단순히 그분이 말하거나 행하는 바에 있는 것이 아니고 바로 그분의 존재에 있는 것이다. 한편, 종말론적 사건은 세상의 먼 종말까지 연기된 것이 아니고 이미 가까이 왔고 이미 작용하고 있다. 이로써, 예수께서 시작하신 나라는 하느님의 나라이다. 그리고, 사도 요한은 하느님은 사랑이라고 확언한다(1요한 4, 8.16 참조).
하느님의 나라의 특성과 요구 사항. 예수께서는 당신의 말씀과 행적과 자신의 인격으로써 하느님의 나라의 고유한 특성과 요구를 점진적으로 계시하셨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나라를 통하여 이룩된 해방과 구원은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 포함한 인격에 관한 것이다. 한편, 예수의 사명은 치유와 용서라는 두 가지 측면을 특징으로 한다. 그리고, 가장 큰 악이요 죄의 상징이요 하느님께 대한 반역자인 악마를 추방하신 행적은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에게 와 있다.”(마태 12, 28)는 증거이다.
하느님의 나라는 인간 관계를 변경하고 완성하고자 한다. 즉,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고 봉사하기를 배우는 그만큼 이 나라는 성장한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나라의 본성은 모든 인간 상호간의 친교와 인간과 하느님 사이의 친교이다. 그리고, 하느님의 나라는 개인과 사회와 세상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상관되는 것이다.
하느님의 나라는 부활하신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되고 선포된다. 초대 교회의 설교의 중점은 하느님의 나라와 동일시된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것이었다. 그때처럼 오늘에도 하느님의 나라의 선포(예수의 설교 내용)와 그리스도 예수 사건의 선포(사도들의 설교 내용)를 결합시켜야 한다.
그리스도와 교회에 대한 하느님의 나라의 관련성. 사실 인간의 현세적 필요에 초점을 맞추는 축소된 의미의 인간 중심주의적 구원관과 선교관들이 있다. 이런 관점에 의하면 하느님의 나라가 순전히 인간적이고 세속적인 것이 되어 버리고, 여기서의 모든 계획과 노력들은 초월의 세계를 배제한 범위 내에서 인간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심지어 문화적 해방을 위해서만 가치가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주장들은 하느님의 나라의 개념을 의식적으로 확대하여 스스로 하느님 나라 중심주의라고 한다. 그들은 교회의 모습을 교회 자체에서 보지 않고 전적으로 하느님의 나라에 대한 증언과 봉사에서만 찾는다. 그러므로, 무엇보다도 먼저 지적할 것은 이러한 주장들이 그리스도께 대하여 침묵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계시를 통하여 알고 있는 하느님의 나라는 이런 것이 아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그리스도와 교회에서 분리할 수 없는 것이다. 이미 말한 바와 같이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셨을 뿐 아니라 그 자신 안에 이 나라를 현존케 하시고 실현시키셨다. 그뿐 아니라 이 나라를 교회에서 분리할 수도 없다. 물론 교회는 교회 자신의 목적이 아니고, 하느님 나라의 싹이요 표지요 도구로서 하느님의 나라를 지향하고 있다. 비록 교회가 그리스도와 그 나라에서 구별되는 것이지만 불가분의 유대로써 이 둘과 결합되어 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몸인 교회에 충만한 은총과 구원의 방법들을 주셨고, 성령께서는 그 안에 계시면서 당신의 선물과 은사로써 교회를 생활케 하시고 거룩하게 하시고 인도하시고 계속 새롭게 하신다1).
물론 하느님의 나라는 ‘기쁜 소식’과 밀접히 연결된 ‘복음적’이라 할 수 있는 인간적 선과 가치의 증진을 요구한다. 그러나 교회가 염원하는 이러한 가치의 증진을 결코 교회의 다른 중요한 소임에서 분리시키거나 대립시킬 수 없다.
하느님의 나라에 봉사하는 교회. 교회는, 특히 회개에로 초대하는 설교를 함으로써 봉사한다. 설교는 개인들과 인간 사회에 하느님의 도래를 알리는 교회의 첫째가는 그리고 가장 중요한 봉사이다. 그리고 교회는 공동체들과 지역 교회들을 건설하여 타인에게 개방하고 타인과 사회에 봉사하고, 인간 제도들을 이해하고 인정하도록 신앙과 사랑을 성숙시킴으로써 하느님의 나라에 봉사한다. 또, 교회는 하느님의 나라를 표현하고 하느님의 계획을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데 도움을 주는 ‘복음적 가치들’을 세상에 전파함으로써 하느님의 나라에 봉사한다. 결국, 교회는 이런 활동을 전개하면서 항상 종말론적 구원의 전제가 되는 초월적 영적 사물의 우월성을 망각하지 아니하며, 하느님의 나라는 본성적으로 하느님의 업적이요 선물이기 때문에 교회는 그의 전구로써 하느님의 나라에 봉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