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도전과 희망
A. 아시아에서의 격동과 변화의 도전
지난해는 엄청난 변화 그리고 변화에 대한 갈망의 때였다. 동유럽의 변화, 남아프리카에는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새로운 희망이 있다. 여기 아시아에서는 사회 참여를 위한 민중 운동들이 출현하고 있다. 두 강대 세력에 의해 지배되던 옛 질서는 붕괴되었다. 극히 작은 국가일지라도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새로운 질서가 부상하고 있다.
우리의 수많은 사회 내에서 일고 있는 놀라운 변화는 민족 – 국가의 붕괴이다. 아시아를 지배한 식민 세력들은 전통적인 인종 및 문화 집단들에 대한 미미한 관심으로써 경계들을 설정하였다. 따라서 다양한 “탈퇴주의” 운동 및 확산된 인종적, 지역적 갈등과 폭력이 많이 등장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한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나는데, 첫째는 “국가 통제주의”의 촉진이다. 이는 탄압하는 국가 세력을 통한 인위적인 조화의 강압적 조작이다. 둘째는 세력 투쟁이 전투적인 근본주의를 양산해 내는 것이다. 이로써 다수 집단 또는 세력 있는 소수 집단이 다른 사회 계층들에게 자신들의 가치를 강요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현대화는 우리의 미래를 위한 밝은 약속을 제공해 준다. 하지만 현대화의 과정 안에는 애매 모호한 요소가 가득 차 있다. 현대화의 혜택을 누리는 자들은 너무나 자주 세속주의, 물질주의 및 소비주의에 오염되고 있다. 어떤 나라들 안에서는 고도의 소비 성향과 독점 기질을 지니는 반면에 대개 압도적인 다수의 빈민 계층과 소외 계층에게 무관심하고 둔감한 새로운 중산 계층이 형성되고 있다.
B. 지속적인 불의의 도전
우리는 변화의 상황 내에서 불의의 불변하는 현실이 지속되고 있음을 깊이 인식한다. 아시아에는 엄청난 빈곤이 존속하고 있으며 환경의 불법 이용은 귀중한 자연과 우리의 생활을 파괴한다. 여성들에 대한 전통적 차별 경향이 계속 득세한다. 욕구 충족을 위한 관광 사업이 번창하면서 여성들과 아이들은 매춘의 미끼가 된다. 빈곤에 의해 많은 이들이 떠돌이 노동자가 되고 가정이 파탄된다. 무수한 아시아 사회 내에는 부정 이득과 부패가 심각한 불의의 근원으로 존속한다.
너무나 많은 청소년들이 실직과 그에 수반되는 좌절의 미래에 직면해 있다. 낙태에 의해 인간의 존엄성이 위협받으며 아동 노동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교육 및 고용 기회가 종교, 계급 제도, 정치적 입지, 경제 상태 또는 인종적 기원을 근거로 하여 부인되거나 제한되고 있다. 또한 정의의 이름으로 행동하는 자들은 투옥되고 고문당한다. 이 같은 불의들 모두가 서로 얽혀 있으며 생존을 위협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C. 교차되는 희망
그렇지만, 사회적 변화에 의해 야기되는 엄청난 문제들과 불의에 직면하여 우리는 많은 희망의 표지들을 식별할 수 있다. 소외된 사람들간에, 상황은 불가피한 운명이 아니라 투쟁하여 개선할 수 있는 조건이라는 새로운 의식이 일고 있다. 이 의식과 결부된 것은 새로운 연대 의식이다. 연대 의식은 국가와 인종과 계급의 한계 그리고 종교와 성별의 경계를 가로지른다. 달리 말해서 우리는 민주주의, 참여 및 인권을 위한 운동들, 교회 일치 및 종파간의 대화, 여성 운동, 환경 보전 운동, 영성 운동 및 영적 가치를 추구하는 운동의 밝은 전조를 본다. 이 같은 희망과 염원은 가톨릭 공동체 안에서, 그 바깥에도 있다. 가톨릭 전통에 중심되는 것은 강생, 성사성이다. 그리고 참다운 성사성은 공허한 예식주의에 정반대되는 것이다. 그것은 일상적 실재 안에서 신적인 것의 신비를 발견하는 것이다. 더 큰 희망의 표지는 공동체에 대한 갈망이다. 이러한 갈망은 기초 교회 공동체, 이웃 단체의 성장, 인권을 옹호하기 위하여 함께 모이는 단체나 기도 혹은 성서 나누기를 위해 한데 모이는 단체의 성장 등에서 드러난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시아 대륙 안에서 “위기”의 때, 곧 위험과 좋은 기회, 쌍방에로 향해 열려 있는 역사의 순간이 왔다고 할 수 있다. 백성과 더불어 걸어 나가는 것, 보다 성령으로 충만한 세계를 향한 그들의 여정을 함께 걸어가는 것은 아시아의 지역 교회가 해야 할 의무이다. 교회의 당면 과제는 타교회의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타종교의 우리 형제 자매들과 더불어 정의와 평화를 위하여 수고함으로써 하느님의 나라가 아시아 사회 안에서 보다 가시적으로 현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