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의 행정 판결

 

I 혼인의 행정 판결





혼인 무효란 외적으로는 혼인이 이루어졌지만, 여러가지 내․외적인 요인에 의해 진정한 혼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그 혼인 교회법상 무효로서 원초적으로 혼인 유대가 성립되지 않았음을 법적으로 선언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혼인무효가 선언되면 당사자들은 자유롭게 새로운 혼인을 맺을 수 있다.1) 혼인무효 선언에는 행정적 절차(교구사제 특별권한, 제21조)와 사법적 절차(교구사제 특별권한, 제22조)이 있다.


이 중 행정판결이란2) 재판의 판결로 혼인무효화가 결정되는 사법판결과는 다르지만 이와 대등한 것으로 법적인 소송절차가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법적인 무효소송의 주요한 쟁점이 없이 판결을 내리는 것으로 교회법 전문가가 아닌 어느 사제라도 큰 어려움없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곧 서류상의 판결(약식소송)3)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국 주교회의가 정한 양식에 땨라 혼인무효를 선고할 수 있다.4)




1. 교회법상 혼인형식의 결여와 결함의 구별




    교회법상 형식과 관련되어 혼인이 무효가 되는 경우는 가톨릭 신자가 교회법상 형식을 지키지 않고 국가법상으로만 혼인을 한 교회법상 형식의 결여(carentia formae canonicae)와 교회법상 형식을 지키기는 하였으나 본질적인 요소의 일부가 생략되었거나 잘못 지켜진 교회법상 형식의 결함(defectus formae canonicae)의 두 가지 경우가 있다.




  1) 혼인형식의 결여 (carentia formae)


   ① 교회법상 혼인형식을 전혀 지키지 않고 혼인한 경우


   ② 가톨릭신자가 가톨릭 혼인 예식이 아닌 다른 예식으로 혼인식을 거행하였거나 또는 아무런 예식도 거행하지 않고 한국 민법 규정대로 혼인신고만 하고 혼인한 경우.


   ③ 이 경우 교회법상 혼인형식의 결여로 말미암아 그 혼인은 무효이다(교회법 제1108, 1160조 ; 사목 지침서, 제123조 3호).


   ④ 어느 사제라도 재판 외 약식 소송으로 혼인형식의 결여의 사실을 확인하여 혼인 무효를 선고할 수 있다.5)


  2) 혼인형식의 결함 (defectus formae)


   ① 교회법상 혼인형식 중 일부분을 지키지 아니하고 혼인한 경우


   ② 가톨릭신자가 혼인무효 장애가 있는데 이의 관면을 받지 아니하고 혼인하였거나 또는 혼인 주례권이 없는 사람이 혼인식을 주례하였거나, 혼인식에 입회한 증인이 없었거나 한 명뿐인 경우(교회법 제1108조 1․2항 참조)와 주례자가 혼인 당사자들에게 교회가 승인한 전례서의 규정대로 혼인의 의사를 묻고 이를 교회의 이름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경우, 즉 전례상 혼인예식을 지키지 않은 경우(교회법 제1119조 참조).


   ③ 교회법상 혼인형식의 결함으로 말미암아 그 혼인은 무효이다.


   ④ 사목자가 필요한 경우 교회법 제1686조 규정대로 교회법원에 제소하여 법원이 이를 판결하여야 한다(사제에게 위임된 특별권한이 아니고 교회법원에 유보된 권한이다).6)




2. 가톨릭 신자의 교회법상 혼인형식




    혼인거행의 교회법적 형식이란 “합의교환을 동반하는 외적인 형식”을 말한다.7) 혼인 당사자의 교구 직권자나 사목구 주임 혹은 위 두사람 중 한사람으로부터 위임받은 성직자가 주례하고 또한 증인 앞에서 혼인거행에 관한 교회법적 규정에 따라 맺은 혼인만이 유효하다(교회법 제1108조 1항). 따라서 합의교환을 동반한 교회법상 혼인형식의 요건은 세 가지이다.


  1) 혼인에 대한 주례권이 있는 사람이 주례해야 한다.


  2) 2명의 증인이 입회하여야 한다.


  3) 가톨릭 혼인예식서의 규정대로 혼인예식을 거행하여야 한다.8)




3. 가톨릭 신자의 무효한 혼인형식




  1) 따라서 가톨릭 신자가 교회법상 혼인형식에 대한 관면을 교구 직권자한테서 받지 않고서, 교회법상 형식을 지키지 않고 혼인하면 교회법상 무효이다. 즉 다음과 같은 혼인은 무효다.


   ① 단순한 사회예식의 혼인, ② 전통 혼례예식의 혼인, ③ 비가톨릭 그리스도교 교역자가 주례한 혼인, ④ 불교예식이나 기타 종교예식으로 거행한 혼인, ⑤ 아무런 혼례없이 한국 민법 제 812조의 규정에 따라 혼인신고만 한 혼인9) 등이다.


  2) 성사성, 훈령 Provida Mater(1936년 8월 15일), 231항을 보면 다음의 사건은 혼인 당사자들의 자유로운 신분을 확인하기 위하여 정식 재판이나 성사보호관의 개입이 필요없이 구교회법전 제1019조 이하에 규정된 혼인 거행을 위한 사전 조사 때에 교구 직권자 자신이나 또는 사목구 주임이 교구 직권자와 의논하여 해소할 수 있다.


   ① 교회법상 혼인형식을 확실히 지켜야 할 사람이 단순한 사회예식만으로 혼인하였거나,


   ② 비가톨릭 교역자 앞에서 혼인하였거나,


   ③ 가톨릭 신앙의 배교자가 배교 중에 사회예식으로나 다른 전례로 혼인한 경우.10)




4. 혼인에 대한 무효선고




  1) 교구 직권자의 허락없이 가톨릭 교회 밖에서 혼례를 거행했던 가톨릭 신자가, 추후에 다른 사람과 교회안에서 정식으로 재혼하기 위하여, 먼저의 혼인이 교회법상 무효였음을 선고해 달라고 청하는 경우, 사제는 특별권한 21조11)에 따라 그러한 사실이 재판 외 약식소송으로 확인되면, 교구 직권자에게 통보할 필요없이 먼저의 혼인이 무효였음을 선고할 수 있다.


  2) 사제가 재판 외 약식소송으로 밝혀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① 혼인 당시 당사자들 중 한편이나 양편이 세례받은 가톨릭 신자였다는 것.


   ② 교구 직권자한테서 교회법상 혼인형식의 관면을 받지 않았다는 것.


   ③ 가톨릭 교회 밖에서 혼인식을 올렸다는 것. 즉 타종교의 예식으로나 단순한 사회 예식으로 혼인하였거나 또는 아무런 혼인 예식 없이 한국 국법에 따라 혼인신고만 하였다는 것.


   ④ 주교회의가 제정한 혼인무효 선고를 위한 조사서(혼인 양식 특 5호)를 사목자가 작성한 다음, 혼인무효를 선고할 수 있다.12)


  3) 무효 선고 후의 재혼


   ① 먼저의 혼인이 무효였음을 사제가 특별권한 제21조에 따라서 재판 외 약식 소송으로 선고한 다음에는, 그 혼인무효 선고를 받은 당사자는 새로 혼인할 수 있다.


   ② 이러한 경우의 당사자가 먼저의 결합으로 인한 배우자나 자녀들에 대한 본성적(자연적) 의무가 있는 경우에는 그 당사자의 새로운 혼인을 사제가 주례하려면 교구 직권자의 허가가 필요하다(교회법 제1071조 1항 3호 참조).






5. 유효한 혼인




    혼인형식 결여의 근거는 비가톨릭 혼인들에는 적용되지 않음을 주지하여야 한다. 비가톨릭 혼인 사례의 경우, 교회는 다른 혼인 형식들의 유효성을 인정한다. 오로지 가톨릭 신자만이 교회법상 적합한 형식을 준수해야 하거나 혼인 전에 적합한 관면을 얻어야만 한다(교회법 제11조 참조). 따라서 합당한 승인을 얻지 않고 사제 이외에 어떤 사람 앞에서 맺은 가톨릭 신자들 사이의 혼인 혹은 개신교 신자와 가톨릭 신자 사이의 혼인은 유효한 혼인으로 간주되지 않는 반면에, 개신교 성직자 앞에서 혼인한 두 명의 개신교 신자는 가톨릭 교회의 견지에서 보면 합당하고 유효한 혼인이 되는 것이다.


또한 비가톨릭 신자였다가 한국 민법 규정에 따라 합법적이고 유효한 혼인을 한 다음에 가톨릭교회에 입교한 경우, 그들이 맺은 혼인은 계속 유효하며 그들의 혼인이 무효였다고 선고할 수 없다. 다만 바오로 특전을 사용하는 경우는 예외다.


신자들에게 늘 주지시켜야 하는 점은 혼종 혼인들의 새로운 자유에도 불구하고 교구장의 허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사제들은 사제 특별 권한에 의하여 혼종 혼인을 허가할 수 있는 권한을 일반적으로 위임 받았다(교구 사제 특별 권한 제16조). 그러나 교회법상 형식의 관면은 교구 직권자에게 유보되어 있다(교구 사제 특별 권한 제23조).13)




6. 무효한 혼인의 처리방법




    혼인의 유효화란 혼인 합의가 무효이지만 그들이 계속해서 부부로 살아가기를 원하는 경우에 교회법은 그 합의가 유효하도록 치료를 제공하는데 이를 유효화(convalidatio)라 한다. 즉 이 유효화는 법적으로 인정된 부부 계약의 결핍에도 불구하고 부부관계가 계속되는 한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유효화는 혼인합의가 존속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14) 이미 맺은 혼인이 교회법상 무효임이 밝혀졌을 때 이를 처리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외적 법정에서의 처리


   ① 혼인무효의 선고


      혼인의 무효를 아는 당사자들이 갈라서기를 원하면 사목자는 그 혼인의 무효를 행정적 절차와 사법적 절차의 두 가지 방법으로 선고한다.


   ② 무효한 혼인의 유효화


      사목자가 재판 외 약식 소송으로 무효한 혼인을 유효화하는 방법은 2가지이다.


     a. 단순 유효화 : 사목자가 무효한 혼인을 유효화하는 때부터 혼인의 효과가 발생하는 유효화이다.15)


     b. 근본 유효화 : 사목자가 무효한 혼인을 유효화하려면 혼인의 효과가 혼인 당사자들이 정식으로 혼인의 합의를 이루어 혼인한 시초까지 소급되는 유효화이다.16)




교회법상 형식의 결여나 결함 때문에 무효인 혼인을 유효화하기 위해서는 교회법적 형식으로 다시 혼인을 맺어야 한다(교회법 제1160조). 당사자들 중 한 편의 혼인의사의 새로운 표명만으로는 유효화될 수 없고, 당사자들 양편이 정식으로 교회법상 형식대로 ①주례권자와 ②2명의 증인 앞에서 ③승인된 전례서에 따라 ④혼인 합의를 다시 표명하여야 한다. 다만 교회법 제1127조 2항의 규정에 따라 교회법상 혼인형식에 대한 관면을 받은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17)




  2) 내적 법정에서의 처리


     교회가 외적 법정에서 그 혼인의 무효를 선고할 수도 없고 또 이를 유효화할 수도 없는 지극히 특수한 경우에 극히 은밀한 무효혼인이어서 추문의 위험이 전혀 없을 때 은밀하게 내적 법정에서 극히 예외적인 조치를 할 수 있는 방법이 2가지있다.


       ① 당사자들의 부부생활을 묵인한다.


       ② 당사자들 양편이 정결을 지킬 것을 약속하는 조건 아래 비밀리에 교구장의 승인을 얻어 당사자들이 남매의 관계로 동거하기를 허락한다(한국 천주교 공용 지도서, 제396조).18)




◁ 참 고 문 헌 ▷


1. 이찬우, 혼인, 서울(가톨릭대학), 1992.


2. 이찬우, 혼인: 어떤 경우에 무효인가, 서울(가톨릭대학), 1993.


3. 이찬우,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것을, 서울(가톨릭대학), 1991


4. 정진석, 전국 공용 교구 사제 특별 권한 해설, 서울(한국 천주교 중앙 협의회), 1988.


5. 정진석,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 해설, 서울(한국 천주교 중앙 협의회), 1995


6. 한국 주교회의 교회법위원회, 교회법전, 서울(한국 천주교 중앙 협의회), 1990.


7.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 서울(한국 천주교 중앙 협의회), 1995


8. 장병보, 10년 기한부 권한 해설, 사목 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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