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순교와 성체 신비
이냐시오가 자신의 순교를 성체의 신비와 연결시킨 대목은 주목할 만하다. 「나를 맹수의 먹이가 되게 버려두십시오. 나는 그것을 통해서 하느님께 갈 수 있는 것입니다. 나는 하느님의 밀입니다. 나는 맹수의 이빨에 갈려서 그리스도의 깨끗한 빵이 될 것입니다. 오히려 맹수들을 유인해서 그들이 나의 무덤이 되게 할 뿐 아니라 최후 잠듦에 있어 아무에게도 폐가 되지 않게 맹수들이 내몸의 어떤 부분도 남겨두지 말도록 해주기 바랍니다. 세상이 내몸을 볼 수 없을 때, 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참다운 제자가 되는 것입니다. 이 맹수라는 도구를 통해서 내가 하느님께 봉헌된 희생이 될 수 있도록 그리스도께 기도해주십시요」(로마 4,1-2). 여기서 이냐시오는 자기가 하느님의 밀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마치 밀이 맷돌에 갈려 가루가 되고 그 가루로 빵이 만들어 지듯이 자신의 몸이 맹수의 이빨에 갈려서 그리스도의 깨끗한 빵이 된다고 한다.
이것은 자신의 순교를 성체신비에 동참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맹수들이 자기 몸을 깡그리 먹어치워 장사지낼 수고까지 없애주었으면 하는 그의 바람은 당신의 목과 피를 인류 구원을 위해 내어 놓으셨고 우리에게 양식으로 주신 그리스도의 사랑을 본받음으로써 그리스도의 참다운 제자가 되고자 하는 열망에서 나온다. 자기 몸이 사자의 이빨에 짖이겨지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겠는데, 이냐시오는 마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듯 어떻게 이처럼 담담히 말할 수 있었겠는가? 그가 평소에 미사를 봉헌하면서 성체에 나타나 있는 그리스도의 사랑의 신비를 너무나 잘 깨닫고 묵상하였기 때문이라고 밖에는 달리 그 해답을 찾을 수 없다. 그는 순교가 그리스도의 극진한 사랑에 대한 자신의 응답이라고 보고 있는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