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현대인들 가운데는 무로부터의 창조와 진화론은 서로 배치된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여기에 대한 교회의 입장은 이 둘은 결코 배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하여 우리는 먼저 믿음의 영역과 과학의 영역은 근본적으로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 하느님의 창조 행위에 대하여 과학이 언급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우주만물이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는가 하는 것뿐이다. 즉 과학의 대상은 현상계에 국한되는 것이기 때문에 현상계를 넘어선 초자연계는 과학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믿음의 대상은 하느님이다. 그러므로 과학은 하느님이 무로부터 만물을 창조하셨다는 것을 설명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무로부터의 창조에 대한 믿음을 전혀 비과학적인 것이라고 비난할 수도 없다. 이미 교황 비오 12세는 1950년 8월에 반포한 회칙 ‘인류’(Humani generis)에서 진화론에 대해 전적인 동의도, 또 엄격한 단죄도 하지 않고 오직 하나의 가설을 확실히 증명된 사실과 구별하기를 요구하며 또 하느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셨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를 요구한다. 고고학자이며 신부인 떼이야르 드 샤르댕은 창조와 진화론을 조화시키는 데 큰 공헌을 하였다. 그에 의하면 “한 처음 하느님이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는 계시의 첫 번 가르침은 자연과학의 분야가 아니다. 과학자가 추구해야 할 것은 진화의 과정과 그 종점이다. 진화론에 의하면 모든 생물은 진화해 왔고 앞으로도 진화해 갈 것이다. 그러나 창조된 것이 진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지 창조되지 않은 것은 존재조차 없는 것이므로 진화하지 못함은 지극히 당연하다. 따라서 진화는 창조를 전제로 하는 데에서만 가능하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다음과 같이 가르친다. “그러므로 모든 학문 분야의 탐구는 그것이 참으로 과학적 방법을 따르고 윤리 규범을 따라 이루어진다면 절대로 신앙에 대립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세속 사물이나 신앙의 내용은 다 함께 하느님 안에 그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사목 36). 이렇게 볼 때 과학이 발달하면 할수록 종교의 믿음은 쇠퇴해가서 끝내는 소멸되고 말 것이라는 일부 사람들의 예언적인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
결론적으로 창조에 대한 모든 문제는 과학적으로 논증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다만 창조주 앞에선 피조물의 겸손한 믿음으로써만 이해할 수 있다.
창조와 진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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