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 가정에서 흘러나오는 기도 소리
“만일 당신이 당신의 마음에, 당신의 집 안에, 그리고 당신의 나라 안에 평화를 원한다면, 저녁마다 묵주의 기도를 드리기 위해 한 곳에 모이십시오”(1983. 12. 24. 교황 비오 9세의 교서에서)
10월은 로사리오 성월, 묵주의 기도를 열심히 바침으로써 우리의 생활이 거룩해지도록 노력하는 달이다. 그러나 묵주의 기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면 어찌 묵주의 기도를 열심히 할 마음이 생기며, 로사리오 성월을 뜻있게 맞이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간단히 묵주의 기도에 대한 역사적 기원과 발전을 살펴 보고, 아울러 이 기도가 우리의 신앙생활에 있어 어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그 가치를 알아보고자 한다.
1. 묵주의 기원
초세기 교회가 로마제국에 의해 박해를 받을 때 많은 신자들은 순교로써 신앙을 증거했다. 순교자들은 형장으로 끌려 나갈 때 주님을 뵈옵기에 합당한 차림으로 머리에 장미꽃으로 엮은 관을 쓰고 나가는 관습이 있었고, 신자들은 밤중에 몰래 순교자들의 시체를 거두어 무덤을 만들고, 그들이 썼던 화관을 한 곳에 모아 놓고 장미꽃 송이송이마다 기도 한 가지씩을 드리곤 했다. 그런가 하면 사막에 숨어 기도로써 일생을 바치던 은수자들은 나락이나 작은 돌을 둥근 관처럼 엮어 그것을 들고 기도하던 관습도 있었다.
이러한 관습은 12세기경 신자들에게까지도 계속됐다. 당시 교회는 글을 잘 모르는 신자들에게 성무일도 대신 150번의 주의 기도를 암송하도록 했다. 150번의 숫자는 성무일도의 시편 숫자에 해당한다. 신자들은 이 150번의 주의 기도 대송을 ‘불쌍한 이들의 성무일도’라고까지 불렀다. 이 기도를 바치기 위해 그 수를 헤아리는 것으로 구슬로 엮은 줄을 사용하였던 것이다.
한편 성모님께 깊은 신심을 갖고 있던 신자들은 전례적(典禮的) 찬미가인 가브리엘 천사의 인사말(지금의 성모송 전반부, 루가 1,30참조)을 갖고 성모님께 기쁨을 경축함으로써 성모님은 계속해서 기쁨 속에 살아가신다고 믿는 열심한 마음에서였다. 50번, 100번 또는 시편의 숫자에 해당하는 150번을 한 묶음으로 해서 그 기도를 성모님께 드리는 화관으로 생각했다.
이 두 가지 서로 다른 기도 방법은 오늘 우리가 드리는 묵주기도의 시작이 되었다. 지금 우리가 드리는 묵주의 기도도 영광의 신비까지 다 하면 150번의 성모송을 하게 된다. 묵주의 모양이나 성모송의 번수, 그리고 묵주의 기도를 ‘장미꽃 다발’이란 뜻을 가진 라틴어 로사리움(Rosarium)이란 말로 부르게 된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이다.
이제 묵주기도의 중요 부분인 15가지 신비는 어떻게 생겨났고 묵주의 기도가 지금처럼 고정되게 되었는지 내용면에서 알아보자.
우리 교회는 기도할 때 시편을 많이 사용했다. 이렇게 시편을 갖고 기도하던 중,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시편’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시편’이란 것이 생겨났다. 구약성서인 시편을 그리스도와 그 모친이신 성모님께 적용하였는데, 전자는 매 시편에다 예수님께 관계되는 글월을 지어 첨부해서 엮은 것이고, 후자는 성모님께 관한 글월을 지어 엮은 책이다. 그러나 후대에 와서 시편은 빠지고 그에 첨부되었던 글월만 따로 떨어져 각각 예수님의 생애와 성모님의 생애를 요약하는 내용으로 발전하였다. 이것이 묵주기도 때 우리가 묵상하는 15가지의 ‘신비’를 낳게 한 모체가 되었다. 지면 관계상 여기서 그 과정을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초기에는 ‘환희의 신비’에 관한 것이 생겨났고, ‘고통의 신비’에 관한 것은 14세기경에 일어난 성모통고에 대한 신심에서 발전되었다. 그후 ‘영광의 신비’에 관한 것이 또 발전했다. 물론 처음부터 15가지의 신비로 요약된 것은 아니었다. 지금처럼 성모송 10번에 신비를 한 가지 묵상하며 그 사이사이에 주의 기도를 바치는 방식으로 완전한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은 15세기 이후이다.
이토록 묵주의 기도는 기도하며 살던 신자들의 열심한 신앙 생활에서 오랜 시기를 두고 발전되었다. 묵주의 기도는 그 내용이 아주 간단하다. 영세한 사람이면 누구나 쉽게 알아듣고 할 수 있는 기도이다. 그러나 그 내용은 말할 수 없이 풍부하다. 15가지의 신비를 차례로 묵상하면 예수님과 성모님의 생애를 일목요연하게 바라볼 수 있고, 우리 인간의 구원을 위한 하느님의 섭리와 사랑을 깊이 느낄 수 있다. 더 이상 훌륭한 기도 방법이 나올 수 없으리라고 할 만큼 묵주의 기도는 내용에 있어서나 방법에 있어서나 간단하면서도 풍부한 기도이다.
2. 묵주기도의 유포와 교황님들의 가르침
15세기 초에 이르러 거의 완전한 하나의 전형적인 형태를 갖추게 된 묵주의 기도는 아직 보편적인 신심이 되지 못했다. 왜냐하면 아직도 더 단순화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이 성모송을 외우는 염경기도와 이 기도의 중요 부분인 묵상 기도가 결합되어 보편적으로 표준화된 형태로 고정되게 된 것은 1569년 교황 비오 5세의 교서와 1573년에 제정된 로사리오 축일의 영향이었다. 그리고 이 로사리오 기도가 일반화 되고 단체 기도로 널리 보급되게 된 것은 도미니꼬 수도회의 노력에 의해서였다. 그러나 교황님들 역시 이 기도에 깊은 관심을 갖고 모든 신자들이 이 신심을 길러 기도 생활에 충실하도록 권장하여 왔다. 1883년 비오 9세 교황님을 비롯하여 역대 교황님들은 여러 가지 회칙들을 반포하시며 세계의 평화와 죄인들의 회개를 위하여 묵주의 기도를 바칠 것을 전세계 신자들에게 호소하셨다. 교황 비오 11세께서는 성체가 모셔진 곳에서 이 기도를 바치는 자에게 풍부한 은사를 허락하셨다. 교황님들의 이런 깊은 배려는 묵주의 기도가 널리 보급되는데 박차를 가하였다. 특히 근세기에 들어와 여러 곳에서 수 차례 발현하신 성모님께서 친히 이 기도를 열심히 바치도록 명하신 이후 신자들은 교회의 거룩한 전통적 가르침과 성모님의 뜻을 받들어 끊임없이 묵주의 기도를 바쳐오고 있는 것이다.
3. 묵주기도와 우리 생활
앞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묵주의 기도는 그 내용이 간단하면서도 풍부하기 때문에 정말 묵상을 하면서 이 기도를 바친다면 우리의 생활을 주님이신 예수님과 성모님의 생애에 결합시켜 거룩하게 할 수 있다는 데 큰 가치가 있다. 1951년 9월 13일 교황 비오 12세의 회칙의 말씀을 들어 보자. <인간 단체의 기본이요 근원이라 할 수 있는 가정이 복음의 기준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현 국가 생활의 흔들거리는 신앙을 바로 잡는다는 것은 헛된 일이다…, 이러한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나는 묵주기도가 가장 효과적인 수단임을 확신한다. 저녁 땅거미가 질 무렵 하늘의 여왕을 찬미하는 암송의 소리가 그리스도 신자 가정에서 흘러나오는 모습, 그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인가!…> 한 가정이 묵주의 기도를 함께 할 때 그 기도는 하루의 일을 마치고 돌아온 가족의 피로를 덜어 주며 가족들 간에 놀라운 일치를 가져오고, 또한 성모님과의 향기로운 사랑의 연결을 이룩케 해 준다. 그러면 성모님은 사랑스런 어머님처럼 당신 자녀인 우리들의 마음 안에 들어오시어 화해와 평화의 풍성한 선물을 안겨 주신다. 이러한 묵주의 기도의 가치를 말로 다 표현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최근에 일어난 파티마의 성모 발현을 잘 알고 있고, 그때 성모님이 주신 묵주기도에 대한 메시지도 잘 알고 있다. 성모님은 우리의 모친이시다. 묵주의 기도는 우리를 성모님과 가까와지게 하며 성모님은 그러한 우리를 구원이 길로 인도하시며 보호하신다.
교회가 10월을 로사리오 성월로 정하고 모든 신자들로 하여금 묵주의 기도를 열심히 바치도록 권장하는 것은 이토록 큰 가치를 지닌 묵주기도로써 우리의 기도 생활을 보다 살찌게 하기 위한 것이다. <하루의 수고와 일과가 끝난 저녁에 모두가 가정으로 모여들면 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성모상 앞에서 기도와 사랑 안에 합치하여 로사리오를 바치도록 하라. 이러한 실천의 결과는 가정 생활에 큰 기쁨과 만족을 주는 천국의 선물일 것이다.>(1937. 9. 29. 교황 비오 11세의 회칙에서)
로사리오(매괴) 성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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