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

 

3.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마리아에 대한 가르침은 교회헌장 제8장 전체 안에 서술되어 있다. 우선 8장의 제목을 결정하는 것이 문제로 대두되었다. “교황 요한 23세는 1963년 4월의 최초 제목인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녀 마리아’(De Beata Maria Virgine, Matre Ecclesiae)를 바꾸라고 명령하였다. 이에 따라 여러 가지 연구와 토의를 거쳐서 최종적으로 ‘그리스도와 교회의 신비 안에서의 천주의 모친, 복되신 동정 마리아에 관하여’(De Beata Maria Virgine Deipara in Mysterio Christi et Ecclesiae)란 제목이 최종적으로 결정되었다.”1) 이 제목은 이미 8장 전체의 내용을 암시하고 있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를 그리스도의 신비와 교회의 신비 안에서 다루되 이 과정 중에 오래된 교의적 칭호인 ‘천주의 모친’(Deipara)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신학의 전통에서 볼 때 여기서 사용되는 라틴어의 Deipara는 희랍어의 Θεοτοκοσ를 옮겨놓은 말이다.


“동정 마리아는 천사의 아룀을 들으시고 하느님의 말씀(성자)을 마음과 몸에 받아들이시어 생명의 생명을 세상에 낳아 주셨으므로 하느님이신 구세주의 참 모친으로 인정받으시고 공경받으시는 것이다. 마리아는 아드님의 공로로 말미암아 뛰어나게 구원되고 아드님과 불가분의 관계로 결합되었으며 천주 성자의 모친이 되는 직무와 품위를 갖추시었다. 그러므로 성부의 가장 사랑하는 딸이 되셨고 성령의 궁전이 되셨으며 이렇게 탁월한 은총 때문에 마리아는 천상 천하의 다른 모든 피조물을 초월하신다.”(교회헌장 53) 여기서 직접적으로 ‘천주의 모친’(Deipara, Dei genitrix)이라는 표현은 나타나지 않지만 오히려 이 표현을 해석하는 호칭을 두 번 사용하고 있다. 그것은 ‘하느님이신 구세주의 참 모친’(Mater Dei ac Redemtoris)과 ‘천주 성자의 모친’(Genitrix Dei Filii)이라는 표현이다. 이 표현들은 동정 마리아와 그리스도와의 불가분의 관계를 표명하고 있다. 에페소 공의회의 선언으로 정립된 ‘천주의 모친’(Theotokos)이라는 마리아의 칭호가 의미하는 바를 ‘천주 성자의 모친’(Genitrix Dei Filii)이라는 표현으로 명쾌하게 선언하고 있다. 또한 마리아를 ‘성부의 가장 사랑하는 딸’, ‘성령의 궁전’이라고 하면서 마리아가 하느님의 피조물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동시에 마리아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의 깊은 관계를 천명하고 있다.


“교부들이 흔히 천주의 성모(Deipara)는 마치 성령께 형성된 새로운 조물 같이 온전히 거룩하시고 아무런 죄에도 물들지 않으셨다고 부른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교회헌장 56) ‘천주의 성모’라는 표현이 ‘천주의 모친’(Deipara)이라는 의미로 표기되어 있다. 우리가 성모송 마지막 부분에서 발견하는 ‘천주의 성모’도 같은 의미이다. 위의 본문에서는 교부들의 증언에 근거해서 마리아의 성성(聖性)을 강조하고 있으며 ‘죄에 물들지 않으셨다’는 표현으로 마리아의 무염시태 교리를 천명하고 있다. ‘온전히 거룩하다’(totam sanctam)는 표현은 동방교회가 오늘날도 마리아에게 부여하는 전통적인 표현으로 간주하는 ‘Panagia’(지극히 거룩한)를 상기하게 한다.


“구원 사업에 있어서의 성모와 성자의 이 결합은 동정녀로서 그리스도를 잉태하실 때부터 그리스도 죽으실 때까지 나타난다…. 또 [천주의 모친께서]어머니의 완전한 동정성을 감소시키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성화하신 당신 맏아들을 목동과 박사들에게 기꺼이 보여주시던 성탄 때 그 결합이 나타났다.”(교회헌장 57) 한국어 번역 공의회 문헌에서는 누락되어 있는 ‘천주의 모친’ 표현을 둘째 문장 안에 첨부하였다. 여기서는 ‘천주의 모친’(Deipara) 칭호가 특히 성탄 신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본다.


“하느님의 말씀의 화신(化身)과 함께 하느님의 모친으로 예정된 복되신 동정녀는 하느님 섭리의 계획을 따라 세상에 하느님이신 구세주의 좋은 어머니로서 남보다 각별히 주님의 동반자요 겸손한 종이시었다.”(교회헌장 61) ‘하느님의 모친’(Mater Dei)이신 복되신 동정녀가 말씀의 육화에만 관련될 뿐 아니라 구세주의 어머니로서 그분을 잉태하시고 낳으시고 성부께 바치시고 십자가의 수난에까지 동참하시면서 그 아드님의 전 생애에 함께 하신다. 여기서 ‘Mater Dei’(하느님의 어머니)라는 표현이 ‘Deipara’(천주의 모친)라는 표현보다 확장되어 사용되고 있음을 본다. 마리아의 신적 모성이 단순히 생물학적인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복된신 동정녀는 하느님의 모친(divinae maternitas)이라는 은혜와 역할로써 아드님 구세주와 결합되신 그만큼 당신의 은총과 임무로써 교회와도 밀접히 결합되어 계신다. 이미 성 암브로시오의 말씀대로 신앙과 사랑의 완전한 일치에 있어서 천주의 모친(Deipara)은 교회의 전형이다.”(교회헌장 63) 이 본문에서 전자의 ‘하느님의 모친’이라는 표현은 엄격히 말해서 ‘마리아의 신적 모성’(divina maternitas)을 말한다. 여기서 ‘천주의 모친’(Deipara)은 교회의 전형으로서 마리아의 신적 모성과 깊이 연결되어 나타나지만 교회와 마리아와의 관계를 강조하려는 공의회의 의도가 엿보인다. 하여튼 원래 그리스도론적인 칭호인 ‘천주의 모친’(Theotokos)이 교회론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새로운 사실을 보게된다.


“하느님의 은총을 성자 다음으로 모든 천사와 사람들 위에 들어 높임을 받으신 마리아는 그리스도의 신비에 참여하신 지극히 거룩한 천주의 모친(Mater Dei)으로서 교회의 특별한 예식으로 공경받으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실 복되신 동정녀는 오랜 옛적부터 ‘천주의 모친’(Deipara)이라는 칭호로 공경받으시고 신도들은 온갖 위험과 아쉬움 중에 그의 보호 밑으로 들어가 도움을 청한다.”(교회헌장 66) 그리스도를 통해 영광을 받으시는 마리아는 그리스도 다음으로 공경받을만큼 위대하다는 사실을 ‘천주의 모친’이라는 칭호로 입증한다. 이미 4세기초부터 ‘마리아에게 바친 기도’(Sub tuum praesidium)에서 사용한 그 칭호를 증거로 제시하면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을 마리아 공경에로 초대하고 있다. 이어서 ‘천주의 모친’ 칭호를 공적으로 선언한 에페소 공의회 이후로 끊임없이 발전되어 온 마리아 공경의 전통을 상기한다. 결국 공의회는 마리아의 ‘천주의 모친’ 칭호가 신학발전에서 뿐만 아니라 마리아 공경과 신심발전에도 기여하였음을 인정하고 있다.


“참된 신앙이 있어야만 우리가 성모의(ad Dei Genitricis) 탁월성을 인정할 수 있고 우리 어머니이신 성모께 자녀다운 사랑을 드리며 그의 덕행을 본받을 수 있을 것이다.”(교회헌장 67) 여기서도 ‘천주의 모친’(Dei Genitrix) 칭호가 본문에서 잘 드러나지 않고 그저 ‘성모’로 번역하고 있다. 마리아 공경을 권장하는 자리에서 참된 신앙이 있어야만 ‘천주의 모친’을 올바로 공경할 수 있다는 강조는 주목할 만하다. ‘천주의 모친’ 칭호 자체가 신앙체험의 열매이기 때문이다. 또한 ‘천주의 모친’이 우리의 어머니라고 하면서 마리아에게 자녀다운 사랑을 드릴 것도 촉구하고 있다.


“갈라진 형제들 사이에도 구세주의 모친을 합당하게 공경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는 사실과 특히 동방 교회 신도들이 평생 동정이신 천주의 모친(Deipara)을 신심 가득한 마음으로 열심히 공경한다는 사실은 이 거륵한 공의회의 큰 기쁨과 위로가 아닐 수  없다. 모든 그리스도 신도들은 천주의 모친(Mater Dei)이시며 사람들의 어머니이신 성모께 간절한 기도를 바쳐야겠다.”(교회헌장 69) 공의회는 교회일치를 위해 ‘천주의 모친’이신 마리아께 간절히 전구할 것을 촉구한다. 특히 동방교회의 ‘천주의 모친’(Deipara, Theotokos) 신심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마리아의 ‘천주의 모친’(Theotokos) 칭호는 동방 정교회의 마리아 신학에서도 가장 중요한 주제가 되고 있다. 또한 공의회는 ‘사람들의 어머니’(Mater hominum)라는 표현으로 마리아의 신적 모성을 우리와의 관계 안으로 끌어들인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마리아에 대한 새로운 교리나 새로운 칭호들을 선언하지 않는다. 비록 가톨릭 교회의 마리아에 대한 전통 교리를 그대로 선언하더라도 갈라진 형제들이 오해할 수 있는 표현은 삼가거나 새로운 방법으로 표현한다. 예를 들자면 마리아에 대해 결코 ‘공동 구속자’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으며 ‘중재자’라는 말도 마리아의 명칭을 나열하는 가운데 단 한번 사용하지만 그 의미는 그리스도의 유일한 중재 역할에 종속되는 것임을 분명히 한다(교회헌장 62). 1964년 11월 21일 3회기 폐막 연설에서 바오로 6세 교황이 마리아를 ‘교회의 어머니’로 공의회가 선포하기를 원했을 때 공의회 위원회는 이를 거부하는데 이 표현이 전통적이 아니며 교회일치 차원에서도 장애가 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결국 공의회 문헌은 마리아를 ‘교회의 어머니’로 선포하지 않는다. 마리아는 교회 위에 있지 않고 교회 안의 한 구성원이며 구세사에서 탁월한 위치를 차지하더라도 결코 구원자의 편에 서 있지 않다. ‘성자 다음으로’ 공경을 받으시더라도 하느님과 인간과의 중간 위치에 있지 않고 인간 편에 서 있으며 모든 성인의 통공에서 첫 자리를 차지할 뿐이다. 이 모든 내용들이 마리아의 ‘천주의 모친’ 칭호의 의미에도 적용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천주의 모친’ 칭호에 대해서 에페소 공의회의 내용을 다시 천명하지는 않는다.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을 분리시키는 네스토리아니즘이 더 이상 문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천주의 모친’(Deipara, Dei genitrix, Mater Dei)이라는 칭호를 사용하면서 마리아와 그리스도와의 관계를 육화의 신비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그리스도의 전 생애와 전체 신비에까지 확장시키고 있다. 이는 원래의 교의 내용이 변한 것이라기보다는 교회 내의 신학 발전 덕분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그러나 에페소 공의회의 선언 내용이 이 신학 발전의 내용을 이미 내포하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마리아가 하느님의 아들을 낳았다’(Theotokos)는 표현은 예수 그리스도를 하느님의 아들로 고백하는 신앙을 미리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의회의 ‘Genitrix Dei Filii’(하느님의 아들을 낳으신 분) 표현이 이를 상기하는 듯하다. 결국 그리스도의 ‘하느님의 아들’ 칭호는 그리스도의 전체 신비를 담고 있으며 이 칭호가 마리아의 ‘천주의 모친’ 칭호를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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