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약혼의 의미
사랑하는 두 남녀가 만나 결혼을 약속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약혼의 의미에 대한 바른 이해는 우리로 하여금 ‘혼인의 가까운 준비의 필요성과 의무’1)에 대한 내적인 동의를 가지도록 해 줄 것이다. 전통 혼례와 신식 혼례안에서 약혼의 과정을 살펴보고, 그 차이를 살펴보기로 하자.
1.1 한국문화안에서 약혼의 의미
1.1.1 전통 혼례안에서 약혼
1.1.1.1 전통 혼례의 절차
婚禮는 혼인을 행할 때 수반되는 모든 儀禮와 그 절차를 의미한다. 혼례는 두 개인이 결합하여 부부가 되었음을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의례일 뿐 아니라 두 가족의 의무와 권리의 표현이기도 하다. 혼례는 크게 볼 때 通過儀禮중의 하나이다. 통과의례란 인간이 태어나서 일생을 통하여 출산, 성인식, 장례식 등 사회적 지위와 인정을 받기 위하여 거쳐야만 하는 의례를 말한다. 현재 혼례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 전통의 혼례 기본 구조는 변하지 않고 그대로 지속되고 있다.2) 우리의 전통 사회에서는 이른바 구식 혼례라 하여 예서의 규범을 따랐는데, 예서의 혼인절차 중에서 의혼(議婚)과 납채(納采)에 대한 부분에 약혼의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 예서에 의하면 남자는 17세 이상 20세, 여자는 14세 이상 20세에 의혼3)을 하는데, 먼저 중매로 하여금 왕래하게하여 혼담을 통하도록 하고, 여자 쪽의 허락이 나면 납채를 보낸다고 하였다. 여기서 여자 쪽의 허락과 함께 납채를 보내는 것이 정혼, 즉 약혼에 해당한다.4)
1.1.1.2 약혼의 의미
전통 사회에서는 혼인 당사자보다는 양가의 합의에 의하여 약혼이 성립되었으며, 약혼이라는 개념이 혼인을 전제로 한 연속적인 한 절차로 여겨졌다. 이것은 여성의 정절을 중시하였던 조선 시대 사대부가 규수가 정혼만으로도 실제적인 혼인 효과가 있다고 수절한 사례에서 엿볼 수 있다.
1.1.2 신식 혼례안에서 약혼
1.1.2.1 신식 혼례의 절차
신식 혼례는 전통적인 혼례, 즉 구식 혼례보다 절차가 간소화되었다. 일반적인 절차를 보면 의혼, 결혼식, 후례(後禮)를 들 수 있다. 오늘날에는 중매보다는 중매와 연애를 절충하거나 연애만을 통해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신식 결혼에서는 약혼식이라는 것이 행해지기도 한다. 양가의 가까운 친척들이 정해진 장소에 모여 약혼식을 거행하고 있다. 양가를 잘 아는 사람이 사회를 본다. 그 자리에서 사주와 예물을 교환하는데 보통 전통 혼례의 방식을 따른다. 택일이 되면 양가가 상의하여 예물을 준비한다. 신부집의 예물은 신랑의 친척들이 짊어지고 신부집에 전한다. 이것을 ‘함 보낸다’하여 전통 혼례의 납폐에 해당하는 절차를 거친다. 그리고는 결혼식을 하고, 신혼여행을 다녀오고는 신부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신랑집으로 가서 폐백을 한다.5)
1.1.2.2 신식 혼례안에서 약혼의 의미
약혼에 대한 형식적 요건이 강화되어 약혼식을 거행할 뿐만 아니라 약혼의 징표로서 예물을 교환하여 혼인을 계약하기도 한다. 미성년자를 제외하고는 당사자의 합의만으로도 약혼이 성립된다. 이러한 약혼은 전통 혼례에서 혼인을 전제로한 연속적인 절차가 아니라 혼인을 하기에 앞서 배우자로서의 적합성을 탐색하는 과정이며, 결혼 생활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규정되고 있다.6)
1.1.3 민법상의 약혼7)
장차 혼인할 것을 약정하는 당사자 사이의 신분상 계약, 또는 혼인 예약에 대해서 민법은 이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800~806조), 이러한 민법 안에 약혼이 어떻게 법제화되어 있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1.1.3.1 약혼의 성립
약혼은 당사자의 합의로써 성립한다. 합의는 일종의 신분법적 합의이며, 장래에 혼인할 것을 약속하는 합의이므로 형성적 신분 행위에 속한다. 따라서 대리는 인정되지 않는다. 18세 미만의 남자, 16세 미만의 여자는 약혼할 수 없으며, 미성년자는 부모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801조)
1.1.3.2 약혼의 효과
약혼은 재산적 계약의 예약과는 달라서 당사자가 혼인 약속을 이행하지 아니 하더라도 강제 이행을 청구하지 못하며, 다만, 약혼을 해제하고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밖에 없다(803조. 804조7호. 806조 1항). 혼인은 당사자의 가장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여 성립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약혼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언제든지 해제할 수 있다.
1.1.3.3 약혼의 해제
민법은 당사자 일방에게 다음과 같은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대방이 약혼을 해제할 수 있게 하였다. ①약혼 후 자격정지 이상의 형(刑)의 선고를 받을 때, ②약혼 후 금치산 또는 한정 치산의 선고를 받은 때, ③성병(性病),폐병, 그 밖의 불치의 악질이 있을 때, ④약혼 후에 타인과 약혼 또는 혼인을 한 때, ⑤약혼 후 타인과 간음한 때, ⑥2년 이상 그 생사가 불투명할 때, ⑦정당한 이유없이 혼인을 거절하거나 그 시기를 지연하는 때, ⑧그 밖의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등이다(804조). 이렇나 이유 때문에 약혼을 하고자 할 때 그 방법으로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써 가능하다. 그러나 상대방에 대하여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때에는 그 해제 원인이 있는 것을 안 때에 해제된 것으로 본다(805조). 약혼을 해제한 때에는 당사자의 일방은 과실 있는 상대방에 대하여 약혼 해제로 인한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1.1.4 소결론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통혼례에 있어서 약혼이라는 것이 양가으 합의를 중시하는 결혼에 전제된 연속적인 절차로서 이해되었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약혼은 그 형식적 요건이 강화되어 그 독립성이 어느정도 강조되어 결혼하기전에 상대방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고, 결혼준비보다는 장차 있을 결혼생활을 준비하는 성격이 강해졌다. 실정법안에서는 약혼을 결혼과는 독립해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약혼의 의미가 더욱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2 교회안에서 약혼의 의미
1.2.1 교회문헌안에서 약혼의 의미
약혼은 두 사람이 평생 동안 서로 결합하기 위한 첫 번째 결단이므로 아직도 예비 기간이며, 그들이 서로 맞는지를 시험해 보기 위한 기간으로 생각해야 하므로 그들은 서로 사랑과 충실과 솔직함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서로를 선택하는 중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만큼 서로를 충분히 알기 위해서는 서로의 배경과 관심이외에 여러 가지를 관찰해 보아야 한다. 약혼은 서로 시험해 보기 위한 기간으로 본다면 더욱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충분한 기간, 적어도 수개월이 필요하지만 2년 이상 끌게 되면 미래의 결혼에 방해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가까운 시일 내에 결혼할 희망이 없는 약혼은 피해야 한다.8) 상호 인식을 심화시키고, 상호 사랑의 순수성을 확인하는 기간인 약혼의 일반적인 의미는 앞에서 여러번 다루었기 때문에 여기서는 약혼자의 교육에 대해서 교회가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가정의 사도직 활동을 몇 가지 열거하면서 ‘약혼자들로 하여금 혼인 준비를 더욱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9)을 언급하고 있다. 공의회는 또한 사목헌장에서 약혼에 관하여 ‘하느님의 말씀은 약혼자나 기혼 부부를 합하여, 약혼기를 순결한 사랑으로 성숙시키고 결혼 생활을 분열없는 사랑으로 수호하라고 거듭 권고하신다. 젊은이들이 정결을 닦고 적당한 시기에 정당한 약혼기를 거쳐 혼인할 수 있기 위해서는 먼저 부부애의 존엄성과 그 직무와 행위에 대하여 특히 가정의 품속에서 적기에 적절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10)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에 대한 언급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권고 『가정공동체(FAMILIARIS CONSORTIO)』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혼인 준비는 점진적이고 계속적인 과정이라고 파악되고 그렇게 실천되어야 한다. 그러한 준비는 먼 준비, 중간 준비, 그리고 가까운 준비 등의 세 단계를 포함하고 있다. 먼 준비는 일찍이 유년기에서 즉 좋은 가정교육에서 시작된다. 이 시절에는 성격의 형성, 각자의 성향을 통제하고 잘 이용하는 것, 이성을 만나고 대하는 방법 등에 관한 모든 것과 더불어 인간의 상호관계와 사회 관계와 사회관계에 필요한 진정한 인간 가치에 대한 존경심을 심어주어야 한다. 이러한 바탕 위에, 시간이 흐르면서 중간 준비가 서서히 쌓아올려져야 한다. 여기에는 적절한 교리교욱이 필수적인데 그러한 교리교육을 통해서 혼인인 계속적으로 발전해야 하는 남자와 여자의 인격적 관계로 파악하게 되고, 관련자들이 필요한 의학적, 생물학적 지식과 함께 부부의 性과 책임있는 부성의 본성을 연구하도록 권장해야 한다. 혼인 성사의 가까운 준비는 혼인 직전 수개월 또는 수주 내에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것은 교회법이 요구하는11) 혼인 전 조사의 의미와 내용과 형식을 갖추기 위한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가정과 전체 교회 공동체는 지금까지 개괄적으로만 서술된 혼인 준비의 각 단계에 진심으로 참여해야 하며, 특히 혼인의 가까운 준비의 필요성과 의무를 과소 평가하지 않아야 한다.12)
약혼에 관한 교회의 입장을 요약해 보면, 교회는 가정의 가치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으며, 이러한 가정의 준비 단계로서 약혼 시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단순히 결혼 준비에 국한시키지 않고 끊임없이 인격적인 성숙과 완성을 향해 나아가야만 하는 인간의 본질적인 소명에서 약혼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교육적인 차원에서 약혼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혼인 준비의 필요성과 의무에 대해서 분명히 인식하고 있지만 이러한 준비의 생략이 단순히 혼인 거행에 장애가 된다는 식의 자세는 지양해야 함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해서 교회는 약혼 시기를 당사자들로 하여금 교리적, 교육학적, 법률적, 의학적 측면의 균형 잡힌 교육의 시기이며, 혼인의 가치와 성관계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교육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최: 약혼 [04/14-22: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