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4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사제에 대한 가르침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헌장 28항, 사제직무에 관한 교령에서 구체적으로 사제에 대해 말하고 있다.
① 교회 직무 담당자인 주교, 사제, 부제
“주교들은 교회 안에서 여러 수하 사람들에게 여러 계층으로 자기 직무를 전해주었다. 이렇게 하여 하느님께로부터 제정된 교회 직무는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수행하게 된 것이다. 옛부터 이들을 주교, 신부, 부제들이라 불러왔다.”1)
주교, 신부, 부제는 각기 고유한 직무 담당자들이다. 그러나 실재에 있어서 위계제도가 정립되면서부터 하위 직무를 거쳐서 상위 직무를 담당하도록 해온 전통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전통은 Trient 공의회까지 엄격하게 실시되지 못한 예외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② 사제품의 의미와 사제의 직무
“사제들은 비록 대사제직의 절정인 주교품을 지니지 못하였으므로 권한 행사에 있어서 주교에게 매여 있지만, 사제로서의 영예만은 주교와 함께 지니고 있으며, 신품성사의 힘으로 영원한 대사제이신 그리스도의 모습을 따라(히브 5,1-10; 7,24; 9,11-28), 신약의 참 사제로서 복음을 전하고 신도들을 사목하며 하느님께 예배를 드리기 위해 축성되는 것이다.”2)
첫째로 사제의 직무는 하느님의 모습을 전하는 것이다. 예수의 지상에서의 마지막 당부는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만민에게 복음을 전하라”(마태 28,19; 마르 16,15; 루가 24,47)는 것이었다. 인용한 교회헌장과 사제직무교령은 사제들의 임무가 복음을 전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 “주교의 협력자인 사제의 첫 임무는 하느님의 복음을 모든 사람에게 전하는 그것이다.”3) 이 복음 선포의 가장 중심은 두말할 것없이 강론이다. 중세 이후로 사제의 성사 집전을 첫 자리에 두고 설교를 소홀히 해왔다.4) 그래서 아직까지도 신부하면 즉시 미사드리고 성사 집전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다. 사제의 임무에 대한 성서적 고찰의 결론은 복음선포가 첫 자리임을 분명히 하고 있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이를 확인하고 있다.
이 설교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특별히 오늘날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타고난 언변의 소질만을 좋은 설교의 밑천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각자의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이 무엇보다도 요구된다. 감명깊은 훌륭한 설교를 하는 개신교 목사들의 설교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노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사제들의 설교에 대한 태만함과 경시 풍조는 시정될 수가 없다. 그리고 그것은 사제로서의 첫 번째 직무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결정해 준다.5)(사제직무의 구체성은 필히 “사제직무교령”을 참조할 것)
두 번째 사제의 직무는 전례의 집전이다.
모든 신자가 전례의 집전자이지만 사제는 전례를 주도한다. “주교의 집전으로 사제는 하느님으로부터 축성되고, 특별한 이유로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하며, 거룩한 제사 집전에 있어서 그리스도의 성직자로서 행동한다.”6) 전례를 주도하는 사람으로서 사제는 전례의 의미와 효과가 전례에 참석하는 공동체 모두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전례의 용어, 전례음악, 기타 발음과 상징적인 동작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주의와 배려는 전례 주관자로서 요구되는 봉사의 자세이다. 무엇보다 성체성사가 전례의 중심이다. 성체성사는 주님의 죽음과 부활을 선포하는 복음이기에 성체성사의 거행은 또한 복음 선포와 결부되어 있다.7)
셋째 사제의 직무는 하느님 백성을 지도(사목)하는 일이다.
“사제는 위탁된 권한 내에서 머리이시며 목자이신 그리스도의 임무를 수행한다. 즉 교회의 이름으로 하느님의 가족을 형제적 일치단결로서 모으고,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신 안에서 하느님께로 인도한다.”8) 사제는 사목자로서 정당한 자질과 덕성을 갖출 것이 요구된다. 이러한 덕목을 갖추기에 게을리하면 쉽게 독선적이 되거나, 또 우유부단하게 된다. 대체로 사제 양성 기간 동안 이 점에 유의를 하나 사제품과 동시에 현실의 복잡한 요소에 섞여들어 처음에 가졌던 순수성을 잃고 경험과 관행이라는 범주 안에 쉽게 안주해 버리고 마는 것이 안타깝기만한 사실이다. 사목자로서 사제는 수도자로서의 덕성을 표준으로 삼아서는 안될 것이다. 사목자로서 사제에게 요구되는 덕목의 첫 번째는 복음 선포를 위한 불타는 열정, 두 번째는 균형 감각, 세 번째는 현명한 판단, 네 번째는 예의라 할 것이다.9)
③ 주교의 협력자인 사제
“사제는 하느님 백성에게 봉사하도록 불리어 주교에게 섭리된 협력자”10)이다.
사제품은 신품성사의 충만이 아니다는 것이 공의회와 초대교회의 확신이다. 사제가 복음을 전하고 신자들을 사목하며 하느님께 예배를 드리기 위해 서품되었지만 그 직무를 수행하는데 있어서는 주교에게 종속되어 있다. 초대교회 때부터 하나의 지역교회에 주교가 있고, 주교는 사제단의 협력을 받아 지역교회를 사목하면서 설교와 성사집행도 주교가 직접 담당하였다. 지역교회가 커지면서 주교는 사제단의 한 사람을 파견하여 주교직무의 일부를 수행하게 한 것이 본당신부제의 기원이다. 본당신부는 주교의 전권 대리자가 아니다. 본당 신부는 주교직무의 일부를 수행하는 주교의 협력자이다.11) 여기에서 순명의 필요성이 요청된다.
④ 사제들의 단체성
“사제들은… 주교직 수행에 도움이 되는 기관으로서 직무는 서로 다르지만 주교와 더불어 한 사제단을 구성하는 것이다.”12) “사제들은 주교의 사제직과 사도직에 참여하므로 주교를 참 아버지로 인정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순종해야 한다.”13)
사제들의 단체성은 원천적으로 사도들의 단체성에 근거한다. 교회의 직무는 단체성을 근간으로 설정되었기 때문이다. 사제단의 으뜸이 주교이며 사제들은 주교를 중심으로 하나의 사제단(Presbyterium)을 이루고 있다. 사제단 안에서 주교와 신부의 관계를 교회헌장과 사제직무교령은 부자 관계 또는 형제, 친구 관계로 비유하고 있으나 넓은 의미에서 가족 공동체에 비유하고 있음이 타당하다.
“현대 세계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 원인 때문에 사도적 활동이 다양한 형태를 취할 뿐 아니라 본당이나 교구의 경계를 넘을 필요가 있다. 어떤 사제도 고립되어 개별적으로는 자기의 사명을 충분히 완수할 수 없으며, 교회 장상들의 지도 밑에 다른 사제들과 일치 협력해야만 하는 것이다.”14)
현대의 다양성 안에 사목의 각 분야도 다양화가 요청되지만, 동시에 각 분야의 협조와 보완이 있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 따라서 사제의 단체성은 성서적 근거를 가질 뿐 아니라 실천적 사목에서도 필연적으로 요청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대적 요청에도 불구하고 교회 내에 교구나 본당간의 장벽이 너무 높다는 현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본당 제도는 대체로 4C 이후에 교구 제도는 9C에 확립되는데, 아직까지 교구나 본당의 경계선이 중세 봉건 영토의 경계선처럼, 교구나 본당 신자가 교구장이나 본당 신부의 봉토 백성과 같은 인식이 남아 있다.
⑤ 사제들의 형제애
“같은 서품과 같은 사명을 받은 사제들은 이로써 친밀한 형제애로 서로 결합되는 것이며, 영적, 물질적, 사목적, 개인적 상호 원조로써 집회에 있어서나 생활과 활동과 사랑의 일치 속에서 자발적으로 기꺼이 이런 형제애를 드러내야 하겠다”15)
지난 학기에 배운 ‘형제애’라는 개념을 직시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주교를 중심으로 사제단이 공동으로 미사를 집전하는 전통이 계속되어 왔고, 사제 서품식 때 참례한 모든 신부들이 새로 서품되는 신부에게 공동으로 안수하는 전통이 있어 왔다. 이러한 공동의 안수도 한편으로 사제단이 새 신부를 받아들인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사제들의 개인주의의 한 원인은, 중세의 신학이 사제품을 신품의 완성으로 보고 특히 신품성사의 근본의미를 미사 거행에서 보았기 때문에 하느님과 사제의 수직 관계에만 치중하고 사제 상호간의 수평 관계를 소홀히 한 점, 그리고 위계질서의 엄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교황, 주교, 사제간의 수직 관계에만 더 치중하고 사제 상호간의 수평 관계를 소홀히 한 것에 있다.
사제단 형제애의 구현을 위하여 사제들 사이에 질서있는 인간관계의 확립도 요청된다. “선배 사제들은 후배 사제들을 참으로 형제처럼 대해주며, 직무 시초에 업무와 책임을 도와주고 비록 자기들의 생각과 다를지라도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도록 노력하며, 그들의 노력을 호의로써 지켜보도록 유의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후배들도 선배들의 연령과 경험을 존중하고, 사목상의 문제들에 관하여 의견을 나누며, 기꺼이 그들과 협력해야 한다.”16)
친구들 사이에도 ‘예의’가 지켜져야 하는 것 같이 사제들 사이에도 선후배 사이에 요청되는 ‘예의’가 지켜져야 할 것이다. 특별히 우리나라 같은 문화적 바탕에서 예의는 실질적인 형제애의 바탕이다. 또한 사제들의 보수 규정을 합리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사제도 연령에 따라 생활비가 더 필요하게 될 뿐 아니라, 연공에 대한 예우를 보아서도 보수는 근무 연한에 따라 상향조정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러한 원칙을 기준으로 호봉과 직책에 상응한 수당을 정한 보수 규정이 있어야 한다. 같은 자격으로 같은 직무에 종사하는 사제들에게 동일한 대우를 함이 마땅하다. 이러한 규정은 교구의 실정을 토대로 해야겠으나 전국적인 형평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참고: 사제직무교령 20항).
사제직무교령은 또한 사제들간의 상호부조와 공동모임의 필요성을 촉구하고 있다.
“사제는 형제적 사랑으로 동료를 친절히 대접하고, 물질적으로 도와주며 재산을 나누어 가지고, 특히 병든 동료, 고민하는 동료, 과로하는 동료, 고독한 동료, 조국에서 추방당한 동료, 박해받는 동료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하고 … 어떤 어려움에 고민하는 동료들에게 대하여 특별한 책임이 있음을 알아야 하며… 실수한 사제에게 대해서는 형제애와 관대한 마음으로 언제나 돌봐주어야 한다. ”17)
“또 주 친히 피로한 사도들을 부르시어 ‘따로 조용한 곳으로 가서 잠시 쉬자(마르 6,31)’하신 말씀을 기억하고, 피로를 풀기 위한 모임에도 기꺼이 참석해야 한다.”18)
동료들의 불의의 환난이나 병고나 경조행사에 대비하여 일정액의 회비를 거출.적립하는 사제공제회라든가, 노후의 생활안정을 위한 기금 또는 연금제도 같은 것을 추진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사제들간의 상호부조에 기여할 것이다. (참고 사제교령 21항) 적당한 휴식과 건전한 취미활동은 반드시 필요하다. 나아가 교구장은 사제의 휴가를 배려해야 한다. (사제교령 20항) 사제의 직무가 긴장 속에 있기 때문에 일단 오락모임이 있으면 오히려 지나쳐 과로와 위신추락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취미활동도 개개인의 성향을 무시할 수 없지만 절제와 객관적인 형평성도 고려되어야 한다.
⑤사제 평의회
“주교는 사목활동에 필요한 일과 교구에 유익한 일들에 대하여 사제들의 의견을 기꺼이 듣고 물으며 상의해야 한다. 이것을 실천하기 위하여 현대의 상황과 필요에 적응하는 방법으로써, 법으로 규정된 형식과 규칙에 따라서 사제단을 대표하는 사제위원회 혹은 평위회를 만들고, 교구행정에 임하는 주교를 그 조언으로 효율적으로 도울수 있도록 해야 한다.”19)
교황 바오로 6세는 교서 ‘Motu Proprio Ecclesiae Sanctae (1966)’로 사제평의회와 사목위원회를 구성하는 기본지침을 시달하면서, 사제평의회 설치의 의무, 사목하는 수도회 소속 성직자도 포함할 것, 사제평의회가 자문기관이라는 성격, 동일한 지역 주교들이 공동보조를 취할 것 등을 규정하고 있다. 후에 성직자 성성에서 기본규칙서 ’Presbiteri Sacra Ordinatione(1970)’를 발표 사제평의회 구성 의무, 조직, 권한, 성격을 규정하고 있다. 조직은 직능대표, 지역대표, 세대대표로 구성하되 선출된 위원이 임명된 위원보다 많아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권한은 교구의 모든 중요한 사항은 다룰수 있으나 제도를 모색하는데 치중하고, 인사문제는 다루지 않을 것을 원칙으로 한다. 성격은 자문기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