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교회론적 차원
교회는 그 창립자의 은혜를 받아 사랑과 겸손과 극기의 계명을 충실히 지키며, 그리스도와 하느님의 나라를 전하며, 모든 민족들 가운데 건설할 사명을 받음으로써 지상에 있어서 천국의 시작과 싹이 된 것이다. 교회는 서서히 자라면서 천국의 완성을 갈망하며, 영광 중에 그 나라의 왕과 결합하기를 희원하고 있다.1) 이처럼 교회의 사명 역시 나를 위하여 또 복음을 위하여 투신한다는 두 가지 요소에 존재한다. 따라서 위에서 말한 바 독신의 동기인 이 두 사명은 또한 교회가 하늘 나라를 위해서 실천하는 사명과 동일하다. 이 두 이상은 하늘 나라를 위하여 봉사하는 교회의 종교적 근본가치들이다. 이처럼 그리스도교적 독신 생활은 교회적 차원을 띠고 있다.
사제는 “그리스도 예수께 사로 잡히고”(필립 3, 12) 그리스도께 끌리어 그리스도를 위하여 자신을 온전히 바치며 그분을 닮게 된다. 또한 사제는, 영원한 사제이신 그리스도께서 당신 몸인 교회를 사랑하시어 교회를 위하여 당신을 희생하시고 교회를 당신의 영광스럽고도 거룩하고 티없이 깨끗한 아내로 삼으신(에페 5, 25-27) 그 사랑도 본받는다. 하느님께 봉헌된 성직자의 독신 생활은 교회를 사랑하시는 그리스도의 처녀다운 순정을 보여 주며, 하느님의 자녀들이 “혈통에서나 육욕에서나 남자의 욕망에서” 난 것이 아니라(요한 1, 13) 오직 특수한 혼인에서 났다 하신 그 혼인의 처녀다운 초자연적 다산력(多産力)을 보여주고 있다.2)
하늘 나라를 위하여 봉사함이 곧 교회를 위하여 봉사하는 것이기에, 교회의 봉사자는 자유로이 어떤 정당한 인간적 가치를 포기할 수 있다. 이러한 사람의 독신 생활은, 달리 말해, 교회를 위한 봉사(奉仕 : diakonia)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하느님과 인간에게 동시에 봉사하는 일은 교회를 통해서 가장 힘있는 표현을 얻게 된다. 그리스도와 인격적으로 연결된 교회는 모든 인간의 구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같은 교회의 사명을 위하여 봉사하는 모든 이들의 대부분이 결혼을 포기한 채 독신 생활을 선택하여 전적으로 투신하고 있다.
독신은 우리의 마음을 열어 그리스도를 위한, 말씀을 위한, 복음을 위한 사람이 되게 한다(마르 10, 29). 우리는 사랑 안에서 믿음에 전적으로 의지하여 삶을 보다 값지게 살아가기 위하여 독신 서원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신앙과, 주님과의 밀착의 집중적이고 가시적인 표지가 될 수 있고, 이 표지는 사도적 사명에서 뿐만 아니라 ‘영원한’ 계획과 삶의 내적 형태 안에서 표명하게 된다.
독신은 무엇보다도 선택이어야 한다. 즉 많은 것들 가운데 한 가치의 선택, 성과 친밀한 사회적 관계를 포함한 다른 모든 것들보다 우월하고 우선적이라고 판단된 그 가치의 선택이다. 그리고 그리스도께 대한 갈림없는 사랑과 그분의 인격에 대한 헌신의 선택이다.3) 이처럼 독신을 선택한 이들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그 성소에 항구히 머물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며, 또한 교회의 거룩함을 더욱 풍부히 하며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모든 거룩함의 원천이시며 기원이신 성삼께 더 큰 영광을 드려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