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하느님 나라와 교회의 관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해설 총서 중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의 5항에 대한 설명 부분에서는 교회와 하느님 나라를 동일시 할 수없다고 전제하면서도, 교회가 지상에 도래한 하느님 나라, 즉 지상에서 시작된 하느님 나라이고 이를 만인에게 선언하며 영향을 미치고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향해 나아간다고 서술하고 있다. 즉 ‘하느님 나라의 도래인 교회’와 ‘하느님 나라를 완성하는 교회’라는 차원에서 교회를 설명을 하고 있다.1) 말하자면 예수 그리스도가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선언함으로써 교회를 시작하셨기 때문에 교회가 지상에서의 하느님 나라의 도래라는 것이다. 또 하느님의 구원계획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교회가 아니라 완전한 영광의 하느님 나라이지만, 교회는 그 나라의 도래를 위한 기도와 활동을 통해 서서히 발전하면서 하느님 나라의 완성에로 향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한스 큉은 “그리스도교 국가는 물론 교회도 ‘지상의 하느님 나라’, ‘하느님 나라의 현실 양상’, ‘하느님 나라의 지주(支柱)’라고 할 수 없다. 또 – 선의로라도 – 교회가 하느님 나라를 건설한다거나 지상에 넓힌다거나 그 실현을 위하여 일한다고 말하는 것도 옳지 않다. — 하느님 통치의 초월적.종말론적 성격을 고려할 때 어떤 동일성도, 나아가 어떤 연속성도 주장할 수 없다. 동일성(“교회 = 하느님 나라”)이 있을 수 없음은 신약성서에서 말하는 하느님 통치란 온 세계를 포괄하는 최종적.결정적인 바실레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속성(“교회에서<부터> 하느님 나라가 나타난다”,<교회가 발전하여 하느님 나라가 된다는 의미>)도 있을 수 없음은 하느님 나라란 조직적 발전이나 성숙.침투과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온전히 새롭고 즉각적인 하느님의 완성행위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며, 여기서 인간이 할 일이란 마음을 열고 순종하는 것이요 정신을 차리고 기다리는 것이며 믿고 회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2)라고 말하면서 하느님 나라와 교회 사이의 ‘관련성’만을 강조하는 가운데 교회가 ‘하느님 나라를 세상에 선포하는 전령’이요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가리키는 전조(前兆)’라고 주장한다.3)
전자의 경우에는 하느님 나라와 교회의 비동일성을 이야기 하면서도, 미래에 있을 하느님 나라의 완성에 있어 교회의 역할 내지는 교회의 연관성을 크게 강조하고 있는 입장이며, 후자의 경우는 하느님 나라와 교회의 관계에 있어서 비동일성과 하느님의 선물로서의 하느님 나라를 강조하는 가운데 교회의 위상에 대해 그리 큰 비중을 두지 않는 입장이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하느님 나라와 교회가 동일한 것으로 간주되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하느님 나라는 종말론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즉 그리스도에 의해서 이미 세상 안에 그 작용을 시작했지만, 그러나 아직 완성되지 않았으며 미래에 결정적인 그 완성의 날이 오리라는 것이다. 바로 이런 종말론적인 성격 때문에 하느님 나라가 다만 현세에서 발전해 나가는 실재라고 이해될 경우, 현재라는 중간의 시간 속에서 하느님 나라와 교회가 동일시 될 위험이 크다.4) 그러나 하느님 나라와 교회는 결코 동일시 될 수 없다. 앞에서도 살펴본 것과 같이 교회의 목적이 교회의 밖인 하느님 나라에 있고 하느님 나라는 교회보다 훨씬 더 큰 실재이기 때문이다. 다시말해서 교회는 하느님 나라에 포함될 수 있지만 하느님 나라는 교회 안에 온전히 포함될 수 없는 것이다. 아울러 오늘날에는 현존하지만 미래에는 공동체로서의 교회는 사라질 것이고 반대로 하느님 나라는 영원하다. 교회는 시간 속을 걸어가는 순례자이지만 완성된 하느님 나라는 최후 시기에 올 영광이고 궁극의 목적이다. 교회는 죄인들과 의인들을 모두 품고 있지만 하느님 나라는 성인들만의 나라일 것이다. 복음서의 비유는 대부분 교회를 두고 한 말씀이 아니고 하느님 나라를 두고 한 말씀이다. 창조의 목표는 하느님 나라의 충만한 완성이지 교회가 아니다.5)
이제 하느님 나라와 교회를 동일시 할 수 없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그렇지만 하느님 나라와 교회 사이의 관계는 또한 불가분의 관계이기도 하다. R.롬바르디는 , “교회와 하느님 나라는 깊은 연관이 있다. 교회는 벌써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 있고 하느님 나라의 가장 훌륭한 부분이며, 그 회원들과 더불어 역사를 통틀어 하느님 나라를 펴기 위해 존재한다”6)고 하면서 “교회와 무관한 하느님 나라는 존재하지 못하며, 또한 하느님 나라 없는 교회도 있을 수 없다. 교회는 본성상 하느님 나라의 누룩이기 때문이다”7)라고 단언한다. 하느님 나라의 중심에는 하느님이신 그리스도가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교회의 중심에도 주님이신 그리스도가 자리하고 있다. 즉 예수 그리스도의 일은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이 세상에 선포하는 것이었고 또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그 나라가 이미 시작되었다면 그분의 일을 계속하도록 불리움을 받은 교회도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며 그 나라의 완성을 향하여 나아가는 한에 있어,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하느님 나라와 교회는 밀접한 관계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비동일성 내지는 비동질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밀접한 불가분의 관계를 지닌 하느님 나라와 교회의 관계를 정확하고도 집약적으로 담아서 한마디로 표현해 줄 수 있는 개념을 찾기란 매우 힘든 일이지만 이런 작업에 있어서 ‘성사’라는 개념이 유용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따라서 다음 장에서 본 논문은 ‘하느님 나라의 성사로서의 교회’에 대해 고찰해 보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