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성사로서의 서품
사제 서품을 통해서 교회는 한 사람을 교회 직무에로 임명한다. 그래서 사제 서품에서는 우선적인 것은 서품자 개인의 성화가 아니라 교회의 직무이다. 안수와 성령을 청하는 기도는 서품이 단순히 인간만의 행동이 아니라, 그 안에서 그리스도께서 스스로 행동하신다는 교회의 확신을 표현하다. 즉 그리스도 스스로 서품 후보자를 직무에 임명하고 성령을 수여한다는 확신이다. 이런 의미에서 사제 서품은 직무에로의 임명, 그리고 이 직무를 위해 성령을 선사하는 성사이다.
그리스도는 자신이 한 번 위탁한 것과 약속한 것을 철회하시지 않는다. 그래서 교회는 이 직무에로의 임명이 영속적이며, 나중에 직무 수행자의 행동 여하에 좌우되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이 고백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서품이 소멸되지 않는 사제 인호 (character indelebilis sacerdotalis: DS 1774)를 부여한다는 가르침이다. 이로써 직무 수행자의 주관적인 상태에 예속되지 않는 객관적인 신뢰성이 확보되었다. “교회 공동체는 성찬례가 유효한지, 사제의 사죄경을 통해 죄가 사해졌는지 알기 위해서 우선 사제의 聖德 여부를 시험해볼 필요가 없다…. 하느님께서 봉사 직무에로 임명한 사람은 누구든지 교회에 하느님의 구원을 전하는 직무를 수행한다 설사 그가 자신의 죄때문에 스스로 실패하더라도 말이다”1). 다시 말하면 사제 인호는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변함없는 신뢰의 표현이다. 이는 사제 개인의 성덕을 위해서 있다거나, 사제가 교회 공동체로부터의 분리하여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공동체를 위한 표징, 즉 직무 담당자의 성덕에 좌우되지 않고 공동체에 한결같이 하느님의 은혜가 전달된다는 보증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제 개인의 성덕이 필요없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에게 성령의 은사가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있다. 물론 다른 모든 성사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성사에서도 은총이 한 순간이라기 보다는 과정 안에서 성장하면서 작용하며, 마술적이 아니라 맡겨진 직무를 수행하는 가운데에 작용한다. 이런 의미에서 신품성사의 효과는 단순한 기능성을 넘어선다. 즉 기능이 사람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물론 신품의 성사성이 교회의 다른 직무를 평가 절하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서는 안된다. “사목자들은 세계 구원을 위한 교회의 사명을 독점하기 위해서 그리스도께로부터 선정된 것이 아니고, 오직 모든 신도들로 하여금 공동 사업에 일치 협력하도록 그들을 사목하고 그들의 봉사와 은사를 인정하는 것이 자신들의 빛나는 임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교회헌장 30; 참조 교회 37항). 교회는 본질적으로 (제도화할 수 없는) 카리스마에 의해서 살아간다. 교회 직무는 성령의 불꽃이 피어날 수 있게 돕는 직무이지, 그것을 꺼뜨리는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된다(사제직무 9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