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의 : 형이상학(metaphysica)이란 말은 근원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로부터 유래된다. 로데스의 안드로니쿠스(Andronicus of Rhodes, 기원전 1세기)라는 사람이 로마로 반입된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들을 정리할 때 그의 논리학, 물리학(자연학) 외에 존재에 관한 14권의 저서를 발견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저서를 예지 혹은 제1철학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 저서는 그 내용으로 보아 자연학 다음에 와야 할 성질의 것이므로 자연학 다음에 오는 것이라는 명칭으로 불렀는데, 중세에 이르러 자연학을 넘는(supra, trans) 것이란 의미를 갖게 되어 형이상학 ‘metaphysica’ 혹은 초자연학 ‘transphysica’라고 불려졌다. 17세기에 이르러 형이상학은 존재일반론과 존재의 근원으로 생각되던 신의 문제를 분리시켜 전자만을 대상으로 하게 되어 존재론(存在論)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2. 내용 : 형이상학은 존재에 관한 학문이며 유(有)를 ‘유’로서, ‘유’의 근거로서 존재자체를 고찰하며 ‘유’의 특성, 원리 등을 고찰하는 학문이다. 사실 서구철학의 첫 문제는 벌써 고대 그리스철학에 나타났다. 그것은 모든 사물(유 혹은 존재자)의 기원 문제로 나타났다. 이런 기원 문제는 어떤 원인들이 사물들을 있게 하는지의 문제였다. 따라서 그리스철학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형이상학은 모든 ‘유’(존재자)의 궁극적 존재 근거를 규명하는 학문이다.
3. 분류 : 형이상학은 일반형이상학과 특수형이상학으로 나누어진다. 일반형이상학은 ‘유’ 일반에 대하여 논하고, 특수형이상학은 ‘특수유’에 대하여 논한다. 특수형이상학은 다시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첫째 부분은 유한유(有限有)에 대하여 논하고, 둘째 부분은 무한유(無限有) 혹은 제1원인에 대하여 논한다. 유한유에 대해 논하는 특수형이상학은 자연철학, 이성(理性) 심리학(혹은 형이상학적 심리학)을 논한다. 무한유를 논하는 특수형이상학은 무한유 즉 신의 문제에 대해 논한다. 그러므로 이런 특수형이상학은 변신론 또는 자연신학이라고도 불린다.
4. 역사 : 그리스철학에서 먼저 나타난 문제는 이오니아학파에 있어서 자연철학적 문제였다. 이 시기의 철학은 변화무상하고 다수성을 지니는 사물들의 본성과 그 공통원리를 탐구하였다. 그 뒤 피타고라스학파 사람들은 우주의 질서와 조화에 감탄하고 사물의 본질은 수로 이루어진다고 보았으며 우주를 코스모스라고 불렀다. 엘레아학파에 이르러서는 본연의 형이상학적 주제가 제기되었다. 이때에는 ‘유’의 가장 보편적 이유에 근거하여 유를 고찰하기에 이른다. 파르메니데스(Parmenides)의 진리대로 말한다면 유는 유일하고 불가분하며 항존(恒存)하고 변할 수 없는 것이며 동질(同質)이며 계속하고 완전하며 둥근 것이라고 하였다. 감각에 속고 있는 인간은 외견상 나타나는 대로 유를 고찰한다. 따라서 유를 다수이며 가변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기실 실재는 감각이 도달치 못하고 이성만이 도달할 수 있는 유일유(唯一有)인 것이다.
이와는 달리 헤라클레이토스(Herakleitos) 학파는 경험을 중시하였다. 따라서 헤라클레이토스는 유의 유일성과 불가변성을 거부하고 실재를 생성(生成)안에 인정한다. 궤변론자들은 인간이 진리를 추구하고 실재자체에 도달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존재하고 있는 것과 존재하고 있지 않는 모든 것(만물)의 척도는 인간이다”라는 프로타고라스(Protagoras)의 상대주의가 생겨났으며 “세계전체는 환상이다”라는 고르기아스(Gorgias)의 반(反)우주론적 현상론이 발생하였다.
소크라테스는 문제의 논리적 관점을 중시하여 개념의 참 본성을 제시하였다. 이렇게 하여 그는 사물의 개체성과 개념의 보편성 사이에 개재하는 이율배반을 해결하려 하였다. 소크라테스의 출중한 제자였던 플라톤은 더 나아가 철학적 문제를 존재론적 측면에서 해결하려 하였다. 존재와 다른 것 즉 상대적 비유(非有)설로 관념들의 분여(分與)의 설을 성립시켰다. 그는 어떤 설로써 유의 다수화와 변화의 설명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였다. 플라톤설에 의하면, 여기 있는 구체적이고 개체적이며 변화하는 대상은 저 건너 영원하고 보편적이며 필연적인 본질의 영역 즉 볼 수 없는 세계를 요청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감각으로 지각되는 것은 다만 그림자의 현존재이며 외견상 나타남, 즉 현상적 현실(Mu on)일 뿐이다. 여기에 반해 ‘이데아’(Idea)의 세계들만이 참된 존재(ontoson)라고 생각하였다. 인간정신은, 이런 ‘이데아’의 세계를 위해 있는 것이며 초감각적 실재를 향해 감각적 존재를 초월해야 하는 것이다. ‘이데아’들의 지식은 이 세계에 대한 우리들의 지식 규준이다. 그러므로 철학은 초감각적 실재에 대한 학문 즉 보편적이며 필연적인 ‘이데아’들과 가시적(可視的) 세계와 그 원인들, 그리고 그 모형들에 대한 학문이다. 플라톤은 관념유의 분여설(分與說)을 제시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학설을 종합 완성하여 논리적인 면에서도 존재론적인 면에서도 문제를 현실적으로 그리고 합리적으로 해결하려 하였다. 논리적 면에서는 유의 유비성(類比性)을 주장하였다. 모든 유는 유라는 이유 자체로서는 일치하지만, 그 내포되는 실제적 내용으로 볼 때는 일치하지 않는 면도 있다. 따라서 유는 유비성을 지닌다. 존재론적 면에서 모든 유의 구조는 단순한 것이 아니고 동질적인 것도 아니다. 유는 오히려 두 원리 즉 현실태(現實態)와 가능태(可能態)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유의 내적 구조에서 유의 다수성과 변화가 가능하게 된다.
5. 중세 : 중세에 있어서도 논점의 중심은 논리적 문제와 존재론적 문제이나 그 양태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11세기나 12세기에는 스콜라학파 내에 유의 빈사(賓辭) 문제를 내포한 보편의 문제가 크게 부각되었다. 이런 문제는 유명론(唯名論) 혹은 개념론 또는 과정적 실재론의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전자는 불가지론에 이르렀고, 후자는 범신론적 실재론을 주장케 하였다. 이런 와중에서 온건 실재론이 대두하게 되었다. 온건실재론의 창도자는 아벨라르두스(Abaelardus)이다. 이런 온건실재론은 토마스에 의해 계승되었다. 토마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원리를 받아들여 더욱 발전시킴으로써 자기 학설을 성립시킨다. ‘유’의 유비개념으로는 논리적인 면을 해결하고 존재론적 문제에 있어서는 ‘유’를 ‘유’로서 고찰한다. 그리고 ‘유’의 존재근거로서는 존재자체를 논하여 그 특유의 형이상학을 성립시킨다. 그는 유의 내적 구조 즉 유의 현실태와 가능태 이론은 중시하며 이 이론을 아랍철학자 아베로에스(Averroes)의 영향을 받아 본질과 존재론으로 발전시켜 서구철학의 골격이 되게 한다. 또 ‘유’(존재자)의 원인론도 논한다.
6. 근세와 현대 : 오캄(Occam)을 분수령으로 하여 스콜라철학에서 근세철학에로의 길이 열린다. 근세철학은 크게 두 갈래로 볼 수 있다. 하나는 대륙계의 데카르트와 스피노자 등 합리론자들이었고, 다른 하나는 영국계의 로크, 버클리, 흄 등 경험론자들이었다. 이들은 그들의 학설을 주관주의와 불가지론으로 이끌어 갔다. 칸트는 이 두 흐름의 종합을 시도하였다. 물론 칸트를 말하려면 그 전에 볼프(C. Wolff)를 말하는 것이 상례이다.
칸트가 경험론과 합리론을 종합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그의 선험적(先驗的)(실은 선천적) 종합판단론이다. 학문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면 즉 확장적인 면과 보편적이며 필연적인 요인을 지녀야 한다. 그런데 경험적인 종합판단은 새롭고 확장적 지식을 줄 수 있어도 보편적이고 필연적인 지식을 줄 수는 없다. 따라서 이런 것을 주는 판단은 경험적 의미의 후천적(後天的)(실은 후험적, a posteriori)인 종합판단일 수는 없고, 선천적(선험적, a priori) 종합판단인 것이다. 지식은 그 가능성의 선행조건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칸트 자신이 생각한 것처럼 대상을 아는 방도는 선험적으로 그것이 가능한 한 성립된다. 이것은 확실히 선험적(초월적) 전회이다. 칸트에 있어서 이런 전회는 조건 지어진 것에서 조건에로, 경험대상에서 이런 대상을 결정하는 순수이성에로의 이행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형이상학은 선험적(초월적) 철학(transzendentalphilosophie)에로 전환한다. 그것은 또한 순개념에 의한 순수지식이다. 이성은 그 자체가 대상을 결정해야 하고, 다른 편으로는 이성이 감각경험의 소여에 의존해야 하므로 순수이성의 개념과 원리들은 감각경험의 영역 안에서만 유효하다. 이 영역 안에서도 그 대상을 있는 그대로(an sich) 규정할 수는 없고, 다만 우리에게 나타나는 대로 규정할 뿐이다. 이런 형이상학은 아무런 객관성도 갖지 못하며 순전히 주관적 기능이며 사고는 주관적 형이상학 내에 폐쇄된다. 이런 형이상학에서는 객관적 존재가 상실된다. 그러나 칸트는 실천이성(實踐理性)에서 본래의 형이상학을 살리려고 시도한다. 실천이성은 순수이성(純粹理性)이 도달할 수 없었던 기본적 세 실재 즉 세계와 영혼과 신의 존재를 거부할 수 없는 강한 요청을 한다.
피히테는 그의 철학 초기에 순수한 주관적 관념론자였다. 그러나 사고가 존재를 전제로 한다고 생각하게 된 뒤로는 관념론을 넘는다. 그는 사고가 존재 즉 유한 이성의 조건으로서의 절대적 존재인 존재를 전제한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셸링의 경우 이 경향이 더욱 농후하여 졌다. 셸링에 있어서 자아(Ego)는 그 자체를 초월하여 객관과 주관, 이상과 현실의 어떠한 이중성보다도 앞서는 절대를 의식하게 된다. 이런 절대는 주관적 관념론을 객관적 관념론에로 지향시켰다. 셸링의 동일성(同一性)의 철학은 전통적 의미의 형이상학에로의 경향을 갖는다. 헤겔에서도 전통적 형이상학의 자취를 볼 수 있다. 그는 절대적 출발점을 추구한다. 그는 그것을 직접적인 지성적 직관으로서가 아니라 의식적 경험의 선험적 연구방법으로 얻게 된다. 형식적인 것은 내용에 근거한다. 사고의 내용에 선행하는 형식적 논리는 존재치 않는다. 그러므로 내용에 의해 사고의 형식을 결정하는 내용적 논리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헤겔의 논리는 존재론이며 신론이다. 이렇게 그는 다른 형태로 존재문제를 추구한다.
하르트만(N. Hartmann)은 신 칸트파의 논리적 관념론을 극복하고 실재적 사고에 이른다. 그러나 그의 존재론은 존재양태와 존재단계의 경험적 현상적 서술에 불과하다. 이런 존재론은 형이상학적 전제를 의식치 못한 ‘범주론적 분석’이며, 본 형이상학적 문제에는 도달치 못하였다.
야스퍼스(K. Jaspers)는 포괄자와 모든 대상영역이 그 자체를 넘는 초월에 대해 말한다. 그러나 그는 칸트적 전제에 근거하는 ‘암호의 형이상학’에 머무른다. 야스퍼스의 형이상학은 형이상학적인 것에 대한 지시에도 불구하고 그 근본에 있어서는 칸트적 테제(These)가 그대로 유효하다.
또한 키에르케고르, 마르셀과 같이 불안, 절망, 사랑, 희망 등 느낌의 실존에서 존재, 절대존재에로 길을 열어가는 철학자들도 있다.
하이데거는 서구 형이상학이 유, 존재사물, 존재자(das Seiende)를 고찰하였으나 존재자의 존재(das Sein des Seienden)를 고찰치 않았다고 생각한다. 형이상학은 존재적으로 생각하였으나 존재론적으로는 생각치 않았다. 이런 형이상학은 본질을 이해하지도 않고 존재에 바탕을 두지도 않은 본질적 형이상학이었으며 ‘존재의 망각’을 초래한 형이상학이었다. 하이데거는 존재의 개시(開示)를 인간의 본질에서 체계적으로 연구한다. 인간은 그 본질에 있어서 ‘존재의 진리의 처소’이다. 하이데거의 기초존재론은 ‘현존재의 분석’이다. 현존재 안에서 존재일반이 개시되며, 이런 존재일반은 우리에게 존재자와 경험적-존재론적 만남과 존재자에 대한 ‘우리’ 작용을 가능케 한다. 하이데거의 기초존재론은 본질적으로 초월적 철학이다. 그것은 존재와의 문제이다. 그는 초월적-기초적 존재론 문제의 해결방법으로 후설의 현상학적 방법을 쓴다. 하이데거는 존재를 인간적 현존재의 근거에서 현상적 직접성 안에 자기-현시(顯示)에로 이끌어 가며 직접적 ‘봄’에로 접근시킨다. 그러므로 그는 이성 전의 느낌과 정태감(情態感) 안에 존재를 더 근원적으로 파악코자 한다. 이렇게 하이데거는 인간적인 존재와 인간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존재만을 만난다. 즉 유한하고 시간적인 존재만을 만난다.
7. 체계적 내용 : 체계적 혹은 전통적 형이상학은 인간정신의 인식 밖의 객관적 존재에의 도달능력을 인정하며 객관적 존재론은 성립시킨다. 그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은 것이다.
△ 먼저 ‘유’, 존재의 파악 : ‘유’의 개념, ‘유’의 초월성과 수렴, ‘유’의 근본적 제원리. △ ‘유’의 초월적 특성 : ‘유’일반의 특성-일성, 진성, 선성, 선과 가치문제, 악의 문제, 미의 문제. △ ‘유’의 내적 구성원리 : ‘유’의 현실태와 가능태, 본질과 존재[이 부분은 형이상학의 핵심부분이다]. △ ‘유’의 범주론 : 범주일반, 실체와 우유(偶有), 인격론, 관계론. △ 원인론 : 원인일반론, 능동인과 인과원리 즉 인과율, 목적인. △ 세계적 존재의 근거 : 유한유와 필연유, 분유(分有), 절대적 존재와 초월과 내재 등으로 형이상학은 일반적으로 구분된다. (鄭義采)
[참고문헌] Aristoteles, Metaphysica, Physica / E. Coreth, Metaphysik, 2e., Insbruck 1964 / P. Dezza, Metaphysica generalis, Roma 1965 / C. Fabro, La Nozionce Metaphysica di partecipazione secondo S. Tommaso d’Aquino, Milano 1939 / L. Raeymaeker, Philosophie de l’etre, Louvain 1947 / G.W.F. Hegel, Wissenschaft der Logik Ⅰ,Ⅱ, Frankfurt 1969 / A. Thomas, De ente et essentia; Summa Theologiae / M. Heidegger, Sein und Zeit, 5e, Frankfurt 1949; Was ist Metaphysik, 5e, Frankfurt 1949 / J.B. Lotz, Die Identitat von Geist und Sein, Roma 1972 / A.M. Moschetti, Metapisica, in encilcopedia filosopica, 5, Roma 1979 / 정의채, 存在의 根據問題, 서울 1981; 形而上學, 5판, 서울 19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