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모성적 중재, 신약의 성서적 근거

 

1.1. 신약성서 안에서 그리스도 구원 신비와 마리아 모성


마리아는 그리스도 생애 시초에 잠깐 등장하고, 그리스도 공생활 중에는 매우 기묘한 상황에 단 한 번 나타나고는 마지막 십자가 밑에서 다시 한 번 나타난다. 신약 안에는 마리아에 관한 보도가 빈약하다. 그 이유는 당시 복음 선포는 핵심이었던 ‘예수 그리스도’만을 주로 선포하고 있었고, 따라서 우선 열두 사도의 선교의 내용이 세례에서 부활에 이르는 예수의 사적(事蹟)에 집중되었기 때문이다(사도 1,22; 10,37-39; 13,24-26). 그러나 성서의 저자들은 마리아에 관한 얼마 안되는 구절이지만 그 속에서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저자들은 마리아가 그리스도의 구원사건 속에서 지극히 중요한 기능을 소유하고 있음을 분명히 증언하고 있다.1)


여기서 성모 마리아는 ‘예수의 어머니’2)로 명시되고 있다. 마리아가 예수의 어머니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마리아는 예수의 어머니이다’라는 사실에서부터 마리아 모성의 모든 사명과 특권이 이해된다. 마리아는 예수의 어머니였기 때문에 ‘천주의 모친’(Theotokos)이 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에 드러나는 마리아의 모성적 역할에 대해 알아보겠다.




1.1.1. 예수의 유아기(幼兒期) 신비 안에서의 마리아


1.1.1.1.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에 나타난 마리아(마태 1,1-16)


마태 1,1-17의 족보에서 ‘예수는 마리아에게서 나셨다’(마태 1,16)라고 표현함으로써 마리아가 예수의 어머니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족보는 요셉과 관계 없이 오직 마리아로부터 예수가 탄생했다고 전한다. ‘야곱은 마리아의 남편 요셉을 낳았고, 마리아에게서 예수가 나셨는데…’(마태 1,16). 이 예외적 사례는 마리아의 모성이 하느님의 개입으로 이루어졌음을 암시한다. 족보는 예수를 다윗 가문에서 태어난 메시아로 제시하면서도 ‘예수의 어머니’로서의 마리아의 역할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점을 마태오는 이사야가 예언한 동정잉태요, 동정 탄생의 예언(마태 1,18-25)을 확인함으로 이 점을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마태오는 예수가 다윗이 후손임을 보증하는 요셉의 기능도 등한시하고 있지 않지만 하느님 안에 중심이 되는 것은 ‘마리아의 모성’임을 강력하게 시사해 주고 있다.3)




1.1.1.2. 예수의 탄생예고(루가 1,26-38)


신약성서 마리아 신학에 있어서 가장 탁월한 자료인 예수의 ‘탄생 예고’(루가 1,26-38)는 마리아 모성의 본질이고 출발점이다. 마리아의 신적모성(神的母性, Theotokos), 동정성(童貞性, Virginitas), 성성(聖性, Sanctitas), 무죄성(無罪性, Innocentia), 원죄없는 잉태(無染始胎, Immaculata Conceptio), 중재(仲裁, Mediatio) 등 마리아에 관한 모든 것이 탄생예고 때의 하느님의 선택과 마리아의 신앙적 응답에서 비롯된다. 예수의 탄생 예고는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독특하고도 뜻밖의 선택, 점진적인 선택을 드러낸다.4)


루가복음은 엘리사벳이 임신후 6개월이 되었을 때(1,26.36), 마리아가 가브리엘 천사로부터 아기 예수를 잉태하리라는 전갈을 받았다고 전하고 있다. 만일 마리아가 요셉과의 성적 결합으로 예수를 낳았다고 가정한다면 예수탄생에 관한 사실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여기서 루가 복음사가는 성령과 마리아의 관계를 하느님의 차원과 피조물의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설명한다. 즉 하느님의 창조적 권능에 의해 동정녀 몸에서도 아기가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성령이 마리아를 감쌀 때, 즉 성령이 마리아의 마음 속에서 활동하실 때, 그녀는 마치 피조물이 창조주께 하듯이 전적으로 그분의 뜻에 동의하며, 그분의 뜻에 내맡김으로써(1,38) 예수 그리스도를 잉태하였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간 역사 안에 들어오시는 구체적인 장소(갈라 4,4)로 드러난다.5)


여기서 마리아의 완전한 순명도 강력하게 강조되고 있다.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시길 바랍니다.’(1,38)라는 순명의 자세로 마리아는 참되고 거룩한 이스라엘의 역사 속에 자신을 세운다. 또한 구약의 축복받은 어머니들은 마리아로서 끝을 맺는다. 결국 마리아는 자신의 신앙으로부터 얻은 순명으로써 동정녀로서, 주님의 어머니가 된다. 동정은 ‘마리아의 모성’으로 꽃피었다. 마리아의 모성은 언제나 예수 그리스도 중심적이다. 마리아가 받은 넘치는 은총도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잉태하는 데 있었다.6)




1.1.1.3. 엘리사벳 방문(루가1,39-56)


마리아는 ‘주님의 어머니’로 칭송받는다. 예수가 주님으로 고백되고 있다. 그러므로 마리아는 메시아의 어머니, 하느님의 아들의 어머니로 고백받고 있는 셈이다. 이는 마리아가 그리스도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7)


마리아는 엘리사벳으로부터 ‘약속된 구원을 굳이 믿으셨기에 복되다’(루가 1,45)는 인사를 받는다. 여기서 구원의 신비 안에서 가장 중요한 마리아의 ‘믿음’이 나타난다. 믿음은 마리아가 ‘신적모성’을 지니게 하는 원동력이다. 엘리사벳의 찬사가 이를 보증한다. 즈가리아는 의혹을 가졌던 반면, 마리아는 하느님의 말씀에 ‘예’(fiat)라고 동의하였던 것이다. 마리아의 모성과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은 같은 선상에 있다. 마리아는 가장 뛰어난 믿음의 여인이다.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충만하여 마리아를 가장 복된 분으로 칭송한다. 이 영예의 근거는 마리아의 신앙이다. 마리아의 신앙은 그리스도인 신앙의 모범이다.8)




1.1.1.4. 예수의 성탄(마태 1,18-25; 루가 2,1-7)


마태오와 루가는 예수의 성탄에 대해 전하고 있다. 먼저 마태오는 마리아의 모성이 ‘동정’(童貞)임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 하느님께서는 아주 놀랍고 기이한 방법으로 약혼 중에 있는 젊은 처녀 마리아로 하여금 당신께서 보내실 메시아를 몸소 맞이하도록 하셨다. 마리아의 잉태와 출산은 예수와 어머니 마리아의 유사성이 있음을 말해준다. 더욱이 동정으로 잉태되었다는 성서의 표현은 예수가 인간적인 면에서 많은 것을 유전적으로 물려받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마리아였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것은 예수의 인격에서 마리아의 인격적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마리아의 성성(聖性, Sanctitas)을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추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해준다.9) 바로 여기에 마리아의 위치가 돋보인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구원 경륜에 초대되었고 메시아 오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여인이다. 마태오는 하느님으로부터 간택된 마리아를 예언자 이사야가 이미 언급한 ‘동정녀’로 이해하고 받아들인다(1,22-23).


루가는 비교적 상세히 예수의 성탄을 전하고 있다. 여기서 예수께 대한 어머니로서의 마리아의 세심한 관심을 볼 수 있다(루가 2,1-7). 마리아가 출산한 아기는 요셉에 의해 잉태된 아기가 아니라, 성령에 의해서 잉태된 아기이다. ‘마리아는 첫 아들을 낳았다. 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말구유에 눕혔다.’(루가 2,7) 마리아는 예수 강생의 첫 증인으로서 목동들과 동방박사들에게 하느님의 아들을 기쁘게 보여주신다(루가 2,8-20; 마태 2,1-12). 마리아는 예수의 어머니로서 예수가 사람의 아들로서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에 필요한 모든 배려를 쏟아부었음을 알 수 있다.10)


동방박사의 방문설화(마태 2,1-12)에 뒤이어 마태오 복음에서는 이집트 귀환 설화(2,13-23)가 나온다. 이제 마리아의 운명은 당신 아드님에 의해서 결정지워지게 된다. 거룩한 어머니 마리아는 언제나 주님 곁에 계신다. 어머니의 삶은 곧 예수의 삶이다. 그녀가 그리스도의 협력자로서 걸어가야 할 길은 시작되었고 계속 이어졌다. 요셉과의 약혼 관계에서 고통스러운 문제가 제기되고, 베들레헴으로 가서 역경과 궁핍 속에서 아기를 낳는다. 그들은 외국 땅으로 피난을 가야만 했고, 보호받지 못하는 외국인의 처지에서 안정되지 못한 생활로 동요되고 시달리면서 다시 귀향할 수 있을 때까지 그곳에서 살아야 했다. 하느님이신 그리스도는 어머니 마리아께 전적으로 당신 자신을 맡기셨고, 마리아도 요셉과 함께 어머니로서 그리스도의 성장을 전적으로 책임졌다.11)




1.1.1.5. 예수의 봉헌과 시므온의 예언(루가 2,21-24)


루가 복음은 예수 성탄설화에 이어 할례, 봉헌, 정결예식에 대하여 묘사한다. 마리아는 모세의 율법이 요구하는 세 가지 예식을 치른다. 부모들은 레위 12장과 출애 13장의 규정을 이행하면서 규정된 제물, 가난한 이들의 제물을 봉헌한다. 이때 성령의 이끄심으로 예언자의 면모를 지닌 시므온은 그리스도를 만나게 된 감격과 흥분 속에서 하느님의 자비와 구원계획을 예언하였다(루가 2,24-34). 여기서 마리아는 아들이 당하게 될 수난과 죽음의 협력자요, 동반자로 나타난다.12)


시므온의 신탁은 가브리엘 천사의 예고에 이어 마리아에게 일어난 두 번째 예언이며, 이 예언은 그리스도론적이다. 그는 예수가 누구인지를 밝히고 있다. 예수는 이스라엘 백성의 구원이요, 동시에 걸림돌이다. 예수의 비극적 운명은 ‘반대의 표적’이나 마리아의 가슴을 꿰뚫는 ‘칼’ 등의 표현으로 집약된다. 이러한 표현들은 메시아의 고통과 그의 비극적인 종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시므온의 신탁은 마리아에게 다가올 중요한 전환점을 보여준다. 그것은 마리아가 예수의 운명에 직접적으로 깊이 개입하게 된다는 것을 말해 준다.13)


이제 마리아는 ‘고통의 어머니’가 되신다. 마리아는 박해받고 고통 당하는 그리스도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제 사람들이 그리스도에게 보이는 증오는 그녀에게도 관통되어 그 고통에 함께 참여하게 된다. 여기서 마리아는 박해받는 교회의 모습으로 드러난다. 누구든지 교회 안에서 주님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 맺을수록 그만큼 더 많은 십자가를 참고 견디어야 한다. 그리스도와 일치하여 마리아 보다 더 많은 고통을 참아낸 사람은 없다. 마리아는 일생동안 침묵 중에서 예수님과 일치하며 예수님의 구속사업에 협력하였다.14)




1.1.1.6. 성전에서 찾으심


유년기의 마지막 사건으로 마리아가 성전에서 예수님을 찾으신 사화를 만난다(루가 2,41-50). 예루살렘 순례중 어린 예수를 잃고 슬퍼하던 양친은 성전에서 성부의 일로 골몰하신 예수를 발견한다. 그러나 여기서 예수는 알아듣기 힘든 대답을 한다.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제가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루가 2,49) 마리아는 예수의 말뜻을 알아듣지 못했지만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루가 2,52)


마리아 역시 일생을 신앙의 어두움 속에서 생활한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모두 이해하지 못한다. 이 점에서 마리아는 다른 모든 사람과 다를 바 없다. 인간은 하느님의 계획을 투시해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마리아는  겸손과 순명으로 ‘이 모든 일을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하였다.’(루가 2,19. 51) 이 점이 마리아와 예수를 단순한 혈연관계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그 이상의 높은 경지로 일치하게 만든 요소이다. 마리아는 신앙의 긴 여정 안에서 한결같이 꿋꿋이 참고 견디면서 당신이 이해할 수 없는 영역으로 내딛는 아드님의 모든 발걸음에 믿음의 힘으로 동행했다.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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